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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래빗'이 한국식 신파 영화들과 다른 이유

영화가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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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2-17 [10:23]

[씨네리와인드|강정화 리뷰어] 어느 순간부터 한국식 코미디 영화라 하면, 전반부에는 웃음을 주고, 후반부에는 눈물을 짜내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렸다. 코미디뿐만 아니라 재난영화, 전쟁영화 등에서도 수많은 작품이 후반부만 되면 어김없이 눈물을 짜낸다. 우리는 여러 영화의 이러한 구성을 소위 신파 영화라고 부르면서 비판하곤 한다. 공교롭게도, 올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던 <조조 래빗>의 각본 역시 이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본작의 눈물은 한국 신파 영화들의 눈물과는 분명히 다르다. 

 

디즈니 스튜디오의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의 감정을 관리하는 기쁨이의 머리카락 색은, 슬픔을 관리하는 슬픔이의 몸 색깔과 같은 파란색이다. 우리가 기쁨을 느낄 때, 그 순간에는 오직 기쁨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슬픔은 기쁨의 반대 감정이 아니다. 슬픔은 기쁨을 반감시키지 않고, 기쁨 또한 슬픔을 앗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동시에 두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기쁨과 슬픔이 공존할 때에 우리의 감정은 더욱 풍성하고 깊어진다. 이것이 기쁨이의 머리카락 색이 파란색인 이유다.

 

▲ 영화 '조조래빗'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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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래빗>의 각본은 이 두 감정의 속성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슬퍼야 할 순간에, 오히려 과감하게 유머를 던진다. 슬퍼야 할 순간에 유머가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서 관객이 당황해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유머는 우리의 감정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방식의 유머가 가능한 이유는, 애초에 그 장면이 슬퍼야 할장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작은 클로즈업과 느린 호흡으로 슬픔을 쥐어짜는 식의 연출을 하지 않는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아도 관객 스스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연출이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본작은 끊임없이 감정의 이분법을 피해 간다.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 거시적인 시각과 힘의 논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우리는 그 속에 얼마나 많은 개인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잊곤 한다. 두 개의 적대적인 것들이 충돌하는 전쟁이라는 상황은, 심지어 10살 어린아이조차도 이념을 흉내 내게 한다. <조조 래빗>은 모든 이분법에 저항하면서, 여성과 아이의 시각으로 전쟁을 이야기한다. 사랑하기에 너무 빠듯한 시대라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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