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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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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2-24 [14:00]

 

© 사진: 유수미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아침에 눈을 뜨면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는 것이 아닌, “오늘까지 뭘 해야 됐는데.” 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내 머릿속엔 일과 과제에 대한 생각뿐이었고,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이것도 해야 해.”, “저것도 해야 해라는 일에 대한 집념은 나에게 부담을 안겨다 주었고 나는 부담을 억지로 소화시키려고 애를 쓰며 전투를 하듯 살아갔다. 그렇게 방학이 된 후, ‘쉬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내 눈은 새로운 일들을 찾고 있었고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아닌 볼펜이 들려져 있었다. 이대로 멈추게 되면 내가 해왔던 것들이 없어질까 봐 그 불안함에 나는 일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다. 마라톤에서 너무 빨리 달린 사람은 뒤로 갈수록 힘들어서 제대로 뛰지 못한다. 반면 차근차근 페이스를 조절해나가며 달린 사람은 기어코 마라톤의 후반부까지 살아남는다. 지나친 욕심과 잘해야지.’ 라는 강박은 마라톤의 전반부부터 자기 자신을 채찍질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지쳐갈 즈음, “그때 내가 천천히 달려야만 했어.” 라는 후회는 현재의 나에게 암울한 기분만을 안겨다 줄 것이다. 그러니 바라는 것을 줄이고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역량보다 목표치를 낮게 잡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길이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다이어리에 계획을 적는 일이 내 하루의 일과였다. 2020년이 된 기념으로 새로운 다이어리를 장만했고 나름대로 스케줄 표를 정리해나갔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뭘 해보자라는 목표를 많이 세웠는데 마음만 굉장히 성급해졌다. 그러다 2019년 다이어리를 펼쳐보았을 때, “내가 이룬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작년의 다이어리를 펼치기 전엔 새로운 일들만 쫓았다면 다이어리를 펼친 후엔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에 대해 돌이켜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만 봐와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더 잘 할 거야.’ 라는 욕심이 나 스스로를 창살 없는 감옥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쉬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쉬는 것 자체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거다. 잠시 멈춘다고 해서, 쉰다고 해서 발전이 멈춰지는 것이 아니다. 쉼이 있어야 힘이 생기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에 휴식은 우리에게 없어선 안 될 소중한 것이다. 내가 어떠한 일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면, 더 열심히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그곳에 멈춰서 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달려온 발자취를 따라 다시  되돌아가보며 그간의 날들을 되짚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 점에서 내일은 더 열심히 살 거야.” 라는 말보다 수고했어, 오늘도.”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빠르게 달리면 한 곳밖에 바라볼 수 없지만, 천천히 달리면 여기저기 다양한 풍경들을 둘러볼 수 있듯이 좀 더 세상을 느낄 수 있는 접점이 많아지지 않을까. 더불어 무언가를 하다가 중단을 해도, 끝까지 이루지 못하더라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멈춘다는 것은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일 뿐이니까.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보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라는 물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평안한 3월 달을 맞이하길 소망해본다.

 

© 사진: 유수미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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