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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미성년과 같은 사랑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프리뷰] '시호' / 2월 27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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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2-26 [12:44]

▲ '시호' 포스터  © (주)마운틴픽쳐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사랑의 기술'로 유명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미성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기에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사랑의 감정이 있고 이 감정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갈구한다. 그 순간을 흔히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라 말한다. 이 명언이 말하는 성숙과 미성숙의 차이는 의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숙한 사랑은 나에게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말하지만 미성숙한 사랑은 사랑을 받고 싶어 누군가가 필요해서 찾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랑에 있어 성숙한 이들은 많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길 원한다. 그래서 사랑 앞에서 때론 어설프고 때론 이기적으로 변한다. <시호>는 그런 미성숙한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 '시호' 스틸컷  © (주)마운틴픽쳐스

 

열일곱 사춘기 소년 우민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부모님을 돌보던 간병인 수정과 한 집에서 살게 된다. 서로 갈 곳이 없는 두 사람은 수정이 우민의 어머니 행세를 하면서 가족으로 위장한다. 하지만 우민은 마냥 수정을 어머니로 대할 수 없다. 그의 첫사랑이 다름 아닌 수정이기 때문이다.

 

우민은 수정을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그녀에게 쉽사리 다가서지 못한다. 그럼에도 수정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우민은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많은 돈을 벌 만한 마땅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지 못하던 그는 친구의 추천으로 호스트가 된다. 그 길이 잘못된 길이란 걸 알지만 수정을 위해 우민은 그 어떤 희생도 감당할 수 있다 여긴다.

 

▲ '시호' 스틸컷  © (주)마운틴픽쳐스

 

이런 우민과 수정 앞에 큰 장애물이 나타난다. 성재와 혜경 부부는 그들이 겪는 불화로 우민과 수정에게 관심을 보인다. 약사인 성재는 혜경과의 관계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우연히 보육원 봉사활동 중 만난 수정에게 관심을 보인다. 댄스부 담당교사인 혜경은 친구들과의 뒤풀이 중 호스트인 우민을 만나고 제자로써 응원하던 그에게 육체적인 관심을 가진다.

 

작품은 한 부부의 갈등이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최루성 로맨스의 구성을 보여준다. 수정이 언어 장애를 지녔다는 점과 우민이 미성년자라는 점, 우민에 반해 성재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성인이라는 점과 혜경이 이들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애를 쓰는 악역으로 점점 변모해간다는 점은 전형적인 최루성 로맨스의 구성이자 드라마에서 보통 활용되는 사각 관계를 이용한다.

 

다만 이런 관계에 함몰되어 격정 로맨스로만 빠지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작품이 집중하는 부분은 사랑이다. 네 명의 인물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누구 하나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 미성년자인 우민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는 마음만으로 호스트가 되며 수정이 성재와 같이 있는 모습에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혜경과 잠자리를 택하기도 한다.

 

▲ '시호' 스틸컷  © (주)마운틴픽쳐스

 

스스로를 파괴해 나가는 우민의 모습은 거칠지만 연약하다. 수정은 동정심 때문에 우민의 어머니가 되지만 경제적으로 돈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아니기에 힘겨운 상황을 맞이한다. 우민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지 수정 스스로도 알기 힘들다. 하지만 연약해 보이는 외면과 달리 수정에게는 다른 사람을 품어줄 수 있는 강인한 사랑이 있다. 우민과 성재는 둘 다 그 내면을 보고 수정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혜경은 어찌 보면 가장 강인한 인물이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학교 내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녀가 지닌 이기심은 타인을 지치게 만든다. 소유욕이 강한 혜경은 겉모습과 달리 사랑을 갈구한다. 사람 좋고 착한 성재마저 지치게 만들 만큼 그녀는 많은 사랑과 이해를 원하고 이를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해 고독을 느낀다.

 

▲ '시호' 스틸컷  © (주)마운틴픽쳐스

 

이런 인물들의 모습은 제목 ‘시호(柴胡,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를 떠올리게 만든다. 여러해살이풀은 해마다 잎과 줄기는 죽더라도 뿌리는 죽지 않고 겨울을 보낸 후 봄에 피어난다. 뿌리는 강인함을, 잎과 줄기는 연약한 느낌을 준다. 사랑 역시 이와 같다. 사랑에 있어서는 누구나 연약한 미성년과 같다. 어설프고 두려우며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상대를 향한 그 마음은 강인하다. 그러기에 한결같이 부족하고 미숙함에도 우리는 사랑을 원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어쩌면 사랑의 떨림만은 영원히 성숙해지지 않는 미성년의 감성을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시호>는 오랜만에 영화로 컴백하는 배우 신은경을 중심으로 인물 사이의 감정을 강하게 담아내며 이런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든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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