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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시도한 색다른 공포의 비결

tvN 월화드라마 '방법' : 어떻게 기존 장르물과 다른 매력을 선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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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3-02 [10:20]

▲ '방법' 포스터  © tvN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0 감독 그리고 작가 연상호

 

2016년 한국판 좀비 블록버스터를 예고한 <부산행>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좀비라는 소재가 아닌 연상호 감독이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인 그가 실사영화에 도전했을 때 애니메이션 연출에서 보여줬던 상상력이 영화라는 매체에서는 괴리감이 있게 표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배우들이 언급했듯 감독은 직접 만화로 그린 콘티를 통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이해시켰고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 결과 <부산행>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건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좀비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은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이런 성공에 힘입은 두 번째 실사영화 <염력>은 100만 관객을 넘지 못한 건 물론 관객들에게도 부정적인 평가를 들어야 했다. 단 두 작품으로 극과 극을 오간 것이다.

 

연상호 감독에게는 이 격차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 고민은 연출보다 작가가 더 중요시되는 드라마의 도전에서 나타난다. <방법>은 연상호 감독에게 새로운 도전 장르인 드라마고 12부작을 이끌어 가야만 되는 장기 레이스다. 현재까지 장르물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최고 3.7%, 최신 회차 3.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 중이다.

 

#1 ‘퇴치’가 아닌 ‘살인’을 하는 주인공

 

퇴치와 살인. 이 두 단어는 뜻으로 비교해 볼 때는 큰 차이가 없다. 물리쳐서 아주 없애 버린다는 뜻의 퇴치나 사람을 죽인다는 뜻의 살인은 둘 다 무언가를 없앤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그 단어의 사용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퇴치는 피해를 끼치는 존재에게 사용하는 용어다. 벌레 퇴치, 비둘기 퇴치 등 그 대상이 부정적인 존재일 때 사용된다. 반면 살인은 그 대상의 정체가 어떻든 사람이란 대상을 죽이는 행위에는 살인이 쓰인다.

 

‘컨저링’ 시리즈의 유행 이후 공포 장르에서 오컬트가 유행하면서 주인공 캐릭터에는 구마 사제가 들어가게 되었다. 구마 사제는 악령을 퇴치하는 일을 한다. 악령 자체가 선량한 사람들의 영혼을 좀먹는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헌데 <방법>은 그 주인공의 정체가 독특하다. ‘방법’은 저주다. 기존 한국 공포장르에서 무당이 악령을 퇴치하는 장면은 있어왔지만 거꾸로 저주를 시도하는 장면은 없었다.(또는 보기 드물었다.)

 

방법을 당한 사람은 목숨을 잃게 된다. 말 그대로 살인이다. 주인공 백소진은 방법사로 사람을 저주할 수 있고 원할 경우 사진, 한자이름, 그 사람의 물건만 있으면 죽일 수 있다. 그래서 1회 김주환이 방법을 당해 온몸이 뒤틀려 죽임을 당한 장면은 큰 충격을 줬다. 악령을 퇴치해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닌 사람을 죽여 악령을 퇴치하고자 하는 방법사의 ‘방법’은 기존 오컬트 장르 공포물들이 보여줬던 일종의 틀을 벗어난다.

 

#2 우울한 주인공들보다 매력적인 악당들

 

<도로헤도로>라는 만화가 있다. 마법이 주 소재인 이 만화에서 악당은 사람을 버섯으로 만드는 마법세계의 지배자 연과 그 일당들이다. 헌데 독자들은 주인공들보다 이 악당 패밀리를 더 응원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유쾌함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방법>의 인물들 역시 이런 온도차가 크다. 임진희-백소진-정성준으로 이어진 주인공 라인은 매 순간이 우울하다. 그들이 웃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가 살해당한 백소진이나 자신의 부탁으로 방법이 이뤄져 사람을 죽였단 죄책감을 지닌 임진희, 자신의 실수로 만삭의 아내를 둔 후배경찰이 죽었다 생각하는 정성준은 쉽게 미소를 보일 수 없다. 반면 거대한 악령을 품고 있는 진종현 회장을 보필하는 무당 진경과 애기동자 천주봉은 개그 콤비를 형성하며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는 매력을 선보인다. 톡톡 쏘아붙이는 여장부 진경과 어리버리한 천주봉은 좋은 합을 보인다.

 

과거의 우울함 때문에 감정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주인공들에 비해 과거가 알려지지 않은 두 악당은 자유롭게 그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진중함은 스토리의 전개와 작품이 보여주는 선택의 순간에서 깊은 사색을 인물들에게 부여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웃음은 이런 진중함이 보여주는 무게감과 긴장감은 한결 풀어주며 적절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여기에 자칭 사립탐정 김필성 역의 김인권은 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웃음을 선사한다.

 

#3 매 때리는 회장님, 부러진 민중의 지팡이

 

감독이자 작가인 연상호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염력>에서 철거민 문제를 다루었고 <사이비>에서는 종교의 문제, 단편 애니메이션 <창>에서는 군대 문제를 다뤘다. 이번 작품에서도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진하게 나타난다. 첫 번째는 매 때리는 회장님, 진종현 회장이다. 그가 자신의 수족들을 이용해 눈에 거슬리는 이들을 잡아 폭행하는 고문 장면은 잔혹하다.

 

이 잔혹함은 2010년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M&M 전 대표가 화물노동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을 연상시킨다. 재벌들의 폭력과 갑질을 시각적으로 잔혹하게 표현하며 사회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여기에 경찰인 정성준이 다리를 전다는 점과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다는 점은 부러진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버린 경찰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은 재벌의 권력과 부 앞에 무력하다.

 

초반 경찰서장이 진종현 회장의 수사를 막는 장면이나 참고인 조사에서 당당하게 그들의 주장 하나하나를 반박하는 진종현 회장의 오른팔 이환 상무의 모습은 부러져 버린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버린 경찰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재벌가와 결탁한 언론의 모습, 학교 폭력 등은 연상호 작가가 담아내고자 하는 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이라 할 수 있다.

 

#4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죽이고 싶은 이름

 

진종현 회장의 포레스트 컴퍼니는 SNS 회사다. 이 회사가 인기를 끈 이유는 ‘저주의 숲’이라는 태그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사진과 이름을 올리고 그 이유를 달면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해 준다. 진종현 회장은 그 증오와 미움을 통해 자신이 품은 악귀를 키워나간다. 이런 ‘저주’는 작품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우리 모두가 품고 살아가는 마음 속 악을 들여다보며 높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기존 오컬트 작품이 소외나 고통의 빈틈을 악령이 파고 들어가는 성향을 보인다면 이 작품은 그보다 더 바라보기 싫은 인간 내면의 증오와 분노를 파헤친다. 1화에서 김주환이 포레스트 컴퍼니의 사주를 받고 내부고발자에게 누명을 씌우는 기사를 내보내고 이에 분노한 임진희가 방법을 부탁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임진희의 분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이 분노가 실현된 방법의 모습은 끔찍하며 혐오감을 준다.

 

현대사회는 분노와 혐오의 시대라고 한다. SNS와 커뮤니티의 발달은 다양한 의견을 통한 소통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개인이 품은 분노와 혐오를 함께 나누며 더 큰 증오를 이끌어 낸다. 그래서 누구나 마음속에 죽이고 싶은 이름 하나씩을 달고 살며 만화 <데스노트>의 사신노트에 열광한 이유 역시 이와 연관된다. 어두운 욕망의 발현에 포커스를 맞추며 장면적인 공포가 아닌 심리적인 공포를 집중력 있게 끌어간다.

 

#5 집중력 있는 전개, 끝까지 긴장의 끈 유지할까

 

연상호 감독이 주로 극장용 작품을 만들어 왔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서브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서브플롯이 있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조금씩 중심플롯을 진행시키는 기존 장르물과 달리 하나의 플롯을 집중력 있게 끌어가는 전개를 보여준다. 백소진과 진종현 회장의 대결에만 중심을 맞춘다. 때문에 12부작으로 다소 짧게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다. 이런 선택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장점은 집중력이다. 서브플롯으로 새는 이야기가 없기에 하나의 플롯만 따라가면 된다. 그래서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다. 단점은 서브플롯을 활용한 섬세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백소진을 괴롭히는 무리가 그녀의 사진을 ‘저주의 숲’에 올리고 저주를 할 때 시청자들은 저 사진이 진종현 회장이 백소진의 정체를 파악할 단서라는 걸 알 수 있다. 중심 플롯 하나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백소진의 과거와 진종현 회장의 과거, 백소진의 어머니가 살해당한 이유 등을 통해 흥미롭게 서사를 전개해 나갔다. 아직 진경의 정체라는 거대한 떡밥이 남아있지만 과연 12회까지 집중력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지는 미지수다. 공포라는 측면에서도 1회의 충격적인 방법 장면을 제외하면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구성을 선보인다. 장르적인 쾌감을 생각했을 때 높지 않은 편이다.

 

공포를 지나치게 강조해 피로감을 유도하기 보다는 적절한 긴장감을 끌어간다는 점에서는 인상적이지만 중반이 넘어간 지금 무언가를 더 보여줘야 될 시점이기도 하다. 공포 장르의 관건은 용두사미다. 흥미로운 소재로 이목을 끌다 허무하거나 흐지부지하게 결말을 내는 작품들이 부지기수다. 다행히 <방법>은 현재까지 높은 완성도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 끈이 끊어지지 않고 끝까지 가기를 바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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