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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링고’의 무해한 자작극

[프리뷰] '그링고' / 마약범죄 영화 역사상 가장 무해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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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3-03 [11:30]

[씨네리와인드|이은서 리뷰어] 약 범죄에 연루된 주인공의 자작극이 무해할 수 있는가? 물음에 대한 답은 앞으로 소개할 영화로 대신한다. 제약회사의 사장인 친구에게 해고당하고, 아내는 그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이 비극을 연달아 맞이하는 인물, 해럴드는 리처드(제약회사의 사장)로부터 배상금을 받기 위해 납치 자작극을 꾸민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영화는 각자의 욕망으로 어지럽게 얽혀있다. 욕망을 마주하는 순간 펼쳐지는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 제공 네이버 영화, 배급 영화사진진


영화 그링고는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는 마약 거래를 담은 영화다. 화려한 라인업 덕에 메인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역할은 미미했고 그 외에도 여성 인물들이 서사에 기여한 바를 되짚어 보았을 때 아쉽다는 생각만 남는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일레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흔한 범죄극에서 미인계 그 이상이 못되었다. 지금껏 상업 영화에서 마약 거래와 밀매 범죄를 소재로 한 흔한 클리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링고>는 어떤 차별점을 두었을까.

 

  © 제공 네이버 영화, 배급 영화사진진


바로 현실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링턴은 해고와 이혼이 기다리고 있을 미국(현실)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출장으로 방문한 멕시코에서 납치 자작극을 꾸리면서 상황이 시시각각 변한다. 완벽한 연기로 해럴드는 리처드와 일레인으로부터 돈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진짜납치를 수도 없이 당한다. 손익에 눈이 밝은 리처드는 친형을 동원해 그를 구하고자 했지만, 상해 보험금을 노려 생각을 바꾼다. 극의 절정에 이르러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럴드를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멕시코 공장 측 직원으로 알고 있던 엔젤’, 납치 자작극을 부탁했던 멕시코 숙소의 형제, 그리고 리처드가 보낸 그의 형 미치까지. 모두 욕망, ‘’, ‘명예각자의 이익을 꿈꾸며 해럴드를 위협한다.

 

그를 노리는 이들이 '그링고'라 칭하는 장면들을 짚고 넘어가자. ‘그링고는 라틴아메리카인들이 미국인을 칭하는 비격식 언어 혹은 비속어다. 마약 거래가 미국과 멕시코에 걸쳐 이루어지고, 멕시코의 마약밀매 집단과 미국 리처드의 제약회사가 부딪히니 당연하게 사용될 법도 하다. 해럴드를 노리는 멕시코인들은 그의 의심 없는 성격을 비아냥거릴 때나 팁을 적게 주는 짠돌이라 칭할 때 '그링고'라 덧붙인다. 물론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라고 읽힐 수 있을 테다. 반대로, 그렇기에 멕시코인을 묘사하는 방법이 다소 폭력적이라고 느낄 여지가 있다. 미국에서 온 이들의 돈을 노린다는 설정, ‘엔젤을 세워두고 영어로 그를 험담하거나 멕시코 공장주에게 보이는 다소 강제적인 언행이 그렇다.

 

  © 제공 네이버 영화, 배급 영화사진진


게다가 이상하리만큼 해럴드는 사람을 믿고, 이로 인해 갈등이 파생되기도 한다. 미치(리처드의 형)가 자신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레 믿는다. 멕시코 마리화나 공장과 연관된 밀매자(와 그의 여자친구 서니(아만다 사이프리드 역)를 만나고 그들에게 신세를 지기기도 한다.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해럴드는 마약 거래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그를 두고 갖은 인물들이 갈등을 빚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반복, 해럴드의 무해한 저항과 끝내 마약범죄의 처벌로 웃음을 준다이 웃음의 8할은 아마 마약 거래의 중심에 있지만, 자신의 안녕만을 바라는 무해한 목적이 그의 처지와 확연히 상반된다는 점 아닐까.

 

계속해서 자신을 향하는 총구에 해럴드는 어떠한 저항 없이 올라타는 모습, 어딘가 어설픈 납치범들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그의 자작극 덕에 마약범죄 전담 수사에 박차를 가했던 것도 사실이니. 이토록 무해한 자작극이 또 없다. 해럴드가 해리라는 이름으로 어디엔가 여유를 즐기며 살고 있다는 안도감과 리처드와 동업했던 일레인은 경찰 조사에서 발을 빼는 얄미움까지 블랙코미디 결말의 전형이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이은서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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