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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담은 정원, 정원을 닮은 부부

해사한 정원을 만나는 영화 <모리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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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3-30 [10:17]

 

[씨네리와인드|이은서 리뷰어] 정원 속 생명의 소리로 영화가 시작한다. 정원과 어울리는 경쾌한 음악 사이로 들리는 곤충의 걸음 소리와 잎의 부딪히는 소리. 모리의 우주 속으로 우리는 초대받는다.

 

  ©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모리의 정원>은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근대 미술 작가의 생을 담았다. 병환으로 인해 노년 30년간 토시마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지냈다. 대부분의 씬은 단연 모리가 정원 속 벌레와 식물을 관찰하는 모습이다. 그의 그림 특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시피 생물에 대한 경외심을 가감 없이 표현했고,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태 자라고 있었는가” 매일 같은 정원을 거닐면서 새로운 우주를 마주하는 모리의 감상은 해사하다.

 

  ©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하루는 그루터기 위를 지나는 개미 떼를 누워 바라보며 “개미는 중간, 왼쪽 다리를 먼저 움직여 걷”는다고 말한다.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숏이 바뀌지만, 개미의 걸음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정원을 '학교'라 칭하는 히데코와 모리를 이해할 듯 말듯 하다.

 

  ©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영화가 99분 내내 모리의 정원만을 조명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모리와 히데코, 부부를 찾아오는 이웃들과 도시 개발과의 대립. 모두 쿠마가이 가족의 시선으로 보듬는다. 어느 날 모리가 쓴 문패라는 사실만으로 도난이 되고- 모리의 글을 받기 위해 먼 걸음을 하는 손님이 끊임없는- 일상에 동요되지 않는다. 문패를 새로 써야 한다는 조카의 말에도 묵묵히 새로 써낼 뿐이고, 여관의 간판을 써달라고 방문한 그에게, 부탁받은 이름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글자를 쓴다.

 

  ©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평화롭게 흘러가는 <모리의 정원>에서 극적인 장면을 꼽자면, 아마 건설업자의 방문일 것이다. 개발이 드리운 그림자가 가까워지자 조급해졌던 마음은 오로지 관객의 것이다. 모리가 집을 비운 사이 건설업자들이 방문한다. 높은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데 그의 예술을 방해 말라는 슬로건에 꽤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히데코와 모리는 건설업자들을 식사에 초대한다. 모리의 무던한 성격을 알지만, 자신의 우주를 해하는 일라면 화를 내지 않을까. 숲의 ‘신선’ 같은 모리가 개발을 거스르려 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모리는 개발을 받아들인다. 관객인 내가 개발을 반대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짧은 시간 동안 정원에 애틋해진 진심을 마주하게 된다. 또 개발은 곧 정원의 파괴라는 부끄러운 이분법을 들킨다. 끝내 정원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건물이 훔치고 이야기는 마무리되지만, 모리와 히데코는 정원에 계속 살아있을 것만 같다.

 

  ©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갈등을 해결하는 히데코와 정원은 닮았다. 키키 키린이 숨을 불어넣은 히데코의 매력을 느꼈으면 한다. 문화 훈장을 주겠다는 전화에도 모리의 거절 의사를 존중하고, 옷을 차려입고 모르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며 거절하는 그를 히데코만이 이해한다. 함께 식사하던 뒤편의 이웃과 조카는 다시 식사하는 부부를 향한 멍한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모리는 정원을 닮았고, 정원은 히데코를 닮은 것 같다는 감상을 덧붙인다. 이 시점 평화로운 일상이 그리운 여러분에게 모리가 사랑해 마지않은 그곳으로 방문을 권유한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이은서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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