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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벽을 깨부수고 역사를 쓰기까지

[프리뷰] '라라걸' / 4월 1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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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4-13 [14:21]

 

 

 

  © 판씨네마 제공

 

[씨네리와인드|강예진 리뷰어]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달려야 했나'

 

‘라라걸’ 제목만 들었을 때는 다소 발랄한 단어의 어감 때문에 그냥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라라걸이 ‘라이드 라이크 어 걸’ (Ride Like A Girl)의 줄임말인 것을 알고 나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생각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호주의 경마대회인 멜버른 컵의 155년 역사 중 최초의 여성 우승자인 미셸 페인의 일대기를 다뤘다. 실제 미셸의 오빠가 영화 속에서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주인공의 일대기가 곧 ‘스포일러’라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남자들의 스포츠였던 경마에서 우승이라는 뻔한 결말을 미셸이 어떻게 벽을 부수고 역사를 써 가는지 상세히 보여줘 감동을 이끌어 낸다.

 

  © 판씨네마 제공


오랫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경마라는 스포츠에서 여성은 선수로서 환영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말을 다루는 힘이 좋아야만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믿었고, 물리적인 힘이 남성들에 비해 약한 여성은 멜버른 컵에 출전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셸은 어릴 때부터 아이스크림도 마다하고 경마 경기에 몰두할 만큼 경마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고, 타고난 재능도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경마로 인해 그의 부인, 딸을 잃은 남자로서 미셸이 평범한 여성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길 바랐다. 하지만 미셸 언니의 장례식에서 “우리 주에서 나온 두 번째 여성 기수이자 그냥 장벽을 넘어선 것이 아닌 벽을 깨부쉈다”는 언니의 추도사의 한 구절은 그녀가 한 단계를 넘었듯, 미셸 역시 벽을 깨부수는데 그치지 않고 역사를 쓰게 될 운명을 암시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 판씨네마 제공

 

사실, 미셸이 자신의 꿈인 멜버른 컵을 얻기 위해서는 벽을 완벽히 깨부수는 것이 필연적인 절차였을 것이다. 경마장에서 여자 탈의실이 남성 기수들의 탈의실과 비교했을 때 형편없는 것과 같은 노골적인 차별과 단순히 여성 기수라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받기조차 힘든 당시 현실을 딛고 올라서야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투자자들 앞에서 당당히 “경마는 힘이 아닌 인내심이 승리를 결정 한다”라고 말하고, 경마를 반대하는 아버지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어린 애가 아니다”라며 스스로 차를 몰고 경기를 다닌다. 결국 미셸은 아버지의 태도도 주위의 환경도 딛고 올라섰으며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이뤄낸다.

 

  © 판씨네마 제공

 

당시 여성이 가장 쉽고 빠르게 행복을 얻는 방법은 결혼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남성들에게 있어서는 결혼이 본인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결혼을 해도 기회가 많았으며, 아이를 돌보는 것도 온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했기에 꿈을 좇아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여성들은 꿈을 포기했고, 남성들은 결혼 후에도 꿈을 펼칠 수 있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미셸은 용감하게 꿈을 택했다. 그 꿈을 택한 대신 온갖 어려움과 벽을 마주하고, 그것을 또 부수고 하는 과정을 거쳐 그녀가 멜버른 컵 대회에 입장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하얀 배경과 화려한 꽃들 그리고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마치 그녀가 결혼식을 하는 듯 착각하게 만든다. 이는 그 당시 결혼을 하지 않은 미셸이 자신의 꿈을 이루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얻은 것을 보여주며,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은 굳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한 인간으로서 개인적인 꿈과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이런 장면을 통해 영화는 도전하는 많은 여성에게 용기를 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이룬다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그 과정이 순탄치 않으면 역사가 될 것이라는 거룩한 희망까지도 전한다.

 

“다들 입 다물길 바라건데 여자는 그럴 힘이 부족하다지만 방금 저는 세상한테 이겼잖아요” 미셸이 멜버른 컵 우승 직후에 남긴 인터뷰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여성들은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힘과 자신의 꿈을 이룰 능력도 충분히 갖춘 주체적인 존재임을 당당히 말한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강예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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