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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다시 꺼내 보는 이야기

'4월 이야기' 누구나 간직한, 첫사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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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4-20

 

 ▲ 영화 '4월 이야기' 스틸컷 ©(주) 팝 파트너스

 

[씨네리와인드ㅣ조혜림 리뷰어] 어느 순간이 오면 꼭 다시 꺼내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찾아 온 2020년의 4월에, 나는 4월을 가장 닮은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꺼내보려 한다. 주인공 여성의 이름이 4월을 뜻하는 일본어 ‘우즈키’인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영화... 올해는 이게 무슨 일인지, 모두가 봄이 봄 같지 않은 해를 맞이하고 있다. 굳어버린 우리네 마음을 녹여 줄 따뜻한 ‘4월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 영화 '4월 이야기' 스틸컷 ©(주) 팝 파트너스

 

주인공 ‘우즈키’는 눈이 하얗게 덮인 동네 훗카이도를 떠나 도쿄로 대학을 가게 됐다. 그녀는 새로운 동네와 학교에서, 새로운 이웃과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 그런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 ‘따뜻한 봄날의 설레는 첫사랑’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초록색이 끝없이 펼쳐진 동산, 넓은 들판에 지는 석양, 햇빛에 반짝이는 시냇물, 특히 ‘4월’을 대표하는 분홍빛 벚꽃이 온 프레임 꽉 차도록 따뜻한 느낌을 선사한다.

 

주인공이 입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고 하늘하늘한 원피스, 빠르지 않게 달리는 자전거 역시 지속적으로 배치되어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에 더해, 카메라 앞에 뿌연 필터를 씌운 듯한 이와이 슌지 고유의 영상미로 정점을 찍는다. 감독이 설계한 이 모든 미쟝센의 구축은 영화에서 ‘모든 것이 시작하는 봄, 그와 닮은 첫사랑’ 이라는 통일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특유의 미쟝센은 영상미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대사 대신 사용되어 추상적인 감정들을 시각화하여 보여 주기도 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우즈키는 한 서점의 반복적으로 드나든다. 감독은 우리에게 그녀가 왜 이 서점에 드나드는지, 이 곳의 여자 점원에게 왜 근무 요일을 물어보는지를 바로 알려 주지 않는다. 그저 우즈키의 일상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그 행위를 녹여낸다. 그렇게 순행적으로 진행되던 영화는 ‘사랑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 하나에 바로 우즈키의 과거 회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한 여대생의 평범한 일상과 같았던 나날들이 사랑을 위한 여정 중 하나로 단숨에 모아지게 된다. 이렇게 시간 순서를 다르게 배치함으로써 우리는 영화를 더 극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많은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우리를 뒤로 갈수록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기 위해 촘촘하게 짜인 플롯인 것이다.

 

   ▲ 영화 '4월 이야기' 스틸컷 ©(주) 팝 파트너스

 

‘4월 이야기’는 평균적으로 2시간 동안 달리는 다른 장편 영화들에 비해 러닝타임이 무척 짧다. 우즈키가 짝사랑 하던 야마자키 선배에게 처음으로 인식되고, 둘 사이 처음으로 연결점이 생기는 순간 영화는 끝이 난다. 아마 러닝타임이 67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고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아 이제 드디어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본격적인 연애를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끝나버린 영화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닥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장 설레는 그 순간에 끝난 영화는 우리에게 오래도록 간질거리는 느낌을 준다. 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마 영화가 관객을 끌고 가는 초점이 “사랑”이 아니라 “성장”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짝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온 날들이지만, 그 안에서 우즈키는 많은 성장을 했다. 가족들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홀로서기를 해보고,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듯 했던 학교생활도 친구와 함께 잘 해냈으며, 문을 걸어 닫고 눈만 겨우 마주치던 이웃과도 식사 한 끼 대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우즈키의 변화에 만족감을 느끼고, 앞으로 선배와의 사랑도, 그 외의 다른 일들도 잘 해내 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믿게 된다. 우리는 이로 충분히 만족을 하며, 또 그녀와 같이 새로운 시작에 대한 용기를 얻는 것이다.

 

   ▲ 영화 '4월 이야기' 스틸컷 ©(주) 팝 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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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림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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