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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위해 범인을 찾는 12명의 아이들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의 클로즈드 서클 비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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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4-29

 

▲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 포스터     ©(주)얼리버드픽쳐스

 

[씨네리와인드|오정록 리뷰어] 폐쇄된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12명의 아이들. 비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이들의 목표는 고통스럽지 않게, 홀로 죽지 않기 위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안락사를 맞이하는 것이다.

 

츠츠키 유키히코의 영화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은 우부카타 토우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천년돌로 유명한 하시모토 칸나가 출연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집단 자살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더불어 기존에 사용되고 있던 클로즈드 서클의 의미와 효과를 비틀었다는 것이다. 클로즈드 서클은 영미권이냐 일본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통한다. 클로즈드 서클의 대표작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상황처럼 등장인물들이 외부와 접촉이 단절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영미권에서의 클로즈드 서클은 한정된 숫자의 용의자들이 현장에 위치해있는 것으로 물리적인 고립보다는 용의자가 제한되어있는 상황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작년에 개봉한 라이언 존슨의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경우 외부에서 경찰과 탐정이 자유롭게 저택을 오가며 수사가 진행되지만, 용의자는 저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작가 할런의 생일파티에 참여한 일가족과 고용인으로 한정된다.

 

▲ '나이브스 아웃' 포스터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반면 일본에서의 클로즈드 서클은 철저히 물리적 고립 상황을 동반한다. 용의자가 특정 인물들로 한정되는 것은 물론, 위에서 언급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외딴섬이나 아야츠치 유키토의 소설 '십각관 살인'에 등장하는 관처럼 작품의 주 무대 역시 제한되어있다.

 

그런데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 속 아이들이 처한 고립은 물리적 고립이 아닌 심리적 고립이다. 사건의 무대가 폐쇄된 병원이고, 주요 등장인물만이 그 건물에서 활동하긴 하지만 건물 자체가 외딴 지역에 위치한 것도, 건물에 들어온 인물들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있을 수 있는 곳은 함께 죽음을 결심한 사람들이 있는 병원밖에 없으며, 외부에 있는 우리들은 내몰린 아이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안락사 모임에 초대받지 않은 13번째 참가자 제로의 시체 역시 기존의 클로즈드 서클과 다른 양상을 만들어낸다. 물리적으로 고립된 클로즈드 서클의 경우 범인이 아직 일행들 사이에 숨어있기 때문에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최악의 경우 전원이 범인에게 살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범인의 정체를 추리한다.

 

▲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 스틸컷.  © (주)얼리버드픽쳐스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아이들의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죽음이지만 정확히는 타살이 아닌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죽을 생각이 없었던 누군가가 제로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해놓은 것이라면 후에 이들이 발견되었을 경우 참여자 전부가 살인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생겨버리기 때문에 이들은 합동 자살을 섣불리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생존자들이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 범인의 정체를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자들이 무사히 죽기 위해 시체의 정체를 추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독특한 설정과 재해석, 작품을 관통하는 명확한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완성도가 전체적으로 부족한 탓에 장점이 희석된다. 상당수 아이들의 자살 동기가 부실한 편인데, 물론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죽기로 했냐고 일갈하는 것은 매우 폭력적인 행위이지만 한 두 명을 빼면 사유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가 부족한 탓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긴장감보다는 답답함을 유발하는 만장일치 투표제도, 중간중간 늘어지는 전개는 예고편을 보고 기대했던 사람에겐 허탈감만 가져다준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보여주면서 트릭이 물리적으로 완벽했음을 자신 있게 보여주는데, 그 트릭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탄탄한 이야기 전개가 먼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오정록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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