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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과 그 원작 소설 '벌레이야기' 비교분석

원작에 가감을 더해 감독은 무얼 표현하려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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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5-20 [10:35]

 

  영화 '밀양' 포스터  ©시네마서비스

 

[씨네리와인드ㅣ조혜림 리뷰어] 영화 '밀양'과 그 원작 소설이 되는 '벌레 이야기'는 전체적인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소설에서 영화로 각색할 때 인물들의 이름이 달라졌다든가, 주인공 여성(이하 ‘신애’로 통일)의 직업이 약사에서 피아노 학원 원장으로 변화했다든가, 사건이 진행되는 장소가 변화되었다든가 하는 등 맥락이나 주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세세한 부분에서도 설정을 달리하였지만, 꽤나 큰 부분에서도 역시 설정을 달리하였다. 영화는 이러한 각색을 통해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이처럼 큰 각색을 거친 부분들을 크게 5가지 지점으로 뽑아 분석하겠다.

 

 

 영화 '밀양'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첫째, ‘신애’의 남편의 존재에 대한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신애’의 남편을 현실에 존재하면서 그녀의 곁에 있는 인물로 그려냈으며, 심지어 그는 이야기를 진행하고 해석하는 화자의 역할로 나타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남편을 죽은 존재로 처리하여 아예 등장시키지 않은 대신 ‘종찬’이라는 새로운 남성 인물을 창조해 ‘신애’의 곁에 늘 두었다. 영화에서는 남편을 죽은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그녀가 남편의 고향이자 자신에겐 타지인 ‘밀양’, 즉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이사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신애’는 남편에 대해 많이 의지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을 자주 언급하곤 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외도 사실까지 부정하고 눈 감아주며 사랑하고 의지했던 남편, 그런 남편 만을 보고 내려온 밀양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는 이 끔찍한 현실을 견뎌야 하는 ‘신애’에게 감독은 새로운 남성을 곁에 두어 남편의 자리를 채워주고 그녀를 챙겨 주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이렇게 남편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각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초에 원작 소설에서 남편이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늘 ‘신애’의 곁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알암이의 사건으로 아내가 힘들어할 동안에는 크게 도움이 된 부분이 없이 그저 관찰자로서의 역할 만을 했기 때문에 3인칭 시점의 영화에서는 굳이 등장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인물을 제거하는 대신에 다른 인물을 창조하여 새로운 의미 역시 부여해주었던 것이다. 다음 단락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이 새로운 인물을 통해 결말을 ‘신애’ 그녀가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즉 영화에는 소설과 달리 남편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남편이 있고 없음이 서사에 주는 영향은 오히려 소설보다 영화에서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종찬’이라는 이 새로운 인물을 통해 원작 소설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사랑의 요소가 추가된 점도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신애’가 맞게 되는 결말에서 그 차이가 존재한다. 원작 소설에서 그녀는 약을 먹고 자살하며 그를 끝으로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영화에서도 역시 손목을 그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는 하지만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는다. 원작 소설에서 그녀는 이제 삶에 대한 어떠한 종류의 미련도 남지 않았다는 듯 그 누구에게 그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하지만, 영화에서 그녀는 손목을 그은 후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나아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라는 말을 간절히 외치게 된다. 이 모습은 그나마 삶에 대한 미련이 아직 있고 삶을 이어나갈 의사가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도 좋겠다.

 

영화의 감독은 주인공에게 행복한 결말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비극적이기만 한 원작소설의 결말과는 다른 맺음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죽음의 문턱까지 간 ‘신애’를 살려냈으며, ‘종찬’을 끝까지 곁에 두어 그녀에게 삶이 희망을 준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더 극대화된다. 머리카락을 자르려 미용실을 찾았던 ‘신애’는 살인범의 딸을 마주하고 끝내 그 손길을 거부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그녀는 머리카락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자르는데 이는 한 동안 남편, 종교, 살인범 등에게 얽매여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신애’가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봐도 좋겠다. 또 그 곁에 ‘종찬’이 가만히 거울을 들고 ‘신애’의 모습을 비춰주는데, 이는 다시 삶에 대한 용기를 내려는 그녀를 곁에서 지지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감독은 소설에는 없는 설정들을 부여함으로써 소설과는 다른 긍정적 열린 결말을 맺고 있다.

 

  영화 '밀양'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셋째, 아이를 죽인 학원 원장의 딸의 존재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원작 소설에서는 딸이 등장하기는커녕 원장에게 딸이 있다는 정보마저 얻기 어렵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 인물은 분량은 적어도 꽤나 중요한 지점에 등장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영화 중후반부에서 원장의 딸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지나친 ‘신애’가 그 아이가 신경이 쓰이는지 계속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라든가, 극후반부에서 머리를 잘라 주는 아이의 손길을 박차고 나오는 장면 같은 곳에서 그녀 마음속 아직 용서가 잃어 나지 않았음을 알아챌 수 있다. 즉 이 살인범의 딸이라는 인물은 추상적인 개념인 ‘신애’의 감정을 관객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넷째, 종교에 대한 반항심을 드러내는 정도에 있어 차이점이 존재한다. ‘신애’는 살인범과 교도소 면회를 가진 후 종교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데, 원작 소설에서는 이후 그저 교회에 나가지 않고, 김집사라는 인물에게 그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는 데에 그친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녀는 더 적극적으로 이에 대해 반항을 하고 분노를 드러내는 행동을 취한다. 예를 들어 예배드리는 사람들을 소리 내어 방해하고, 기도회 현장을 찾아가 조용한 기도 음악을 시끄러운 대중가요로 바꿔 틀기도 한다.

 

이렇게 1차원적으로 종교모임을 방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전도했던 여성의 남편이자 교회의 장로직을 맡고 있는 남성을 유혹하여 성관계를 가지려 하고, 자신을 위한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는 장소에 찾아가 창문에 돌을 던지는 등 그 행동은 점점 더 강도가 짙어진다. 영화는 이를 통해 작품에 더 극적인 느낌을 가져다주었으며 인물이 심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종교에 대한 적개심은 동시에 살인범에 대한 분노와 비례하여 이 모두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대신 나타내 준다. 즉 말하기의 방식보다, 시청각 매체로서의 영화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보여주기의 방식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차이가 느껴진다. 원작 소설에서 이들에게 종교는 한 없이 부정적으로 남는다. 이를 읽은 독자들은 아마 대부분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신애’에게 종교는 역시 부정적으로 남지만 ‘종찬’에게는 그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볼만하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아직도 교회를 다니시는 신애 동생의 물음에 ‘종찬’은 “처음에는 신애씨 때문에 다니게 됐는데, 인자는 뭐 버릇이 돼서 그냥 다닙니다. 안 나가면 섭섭하고 나가면 마음이 쪼매 편하고 그렇대얘.” 라고 답한다. ‘종찬’의 말처럼 종교는 그에게 ‘마음의 편안함’을 가져다준 것이다. 이러한 각색은 단순히 종교에 대한 질타 대신 ‘종교를 어떻게 믿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하는 다른 생각을 가져다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밀양'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영화는 소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변주하여 한층 더 깊고 다각화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밀양'은 소설에서 진행된 이야기를 훼손하지 않고 고수하면서도, 영화매체의 특성이 불러올 수 있는 다양한 각색을 통해 그 교훈을 확장시켜 나간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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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림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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