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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일기장, '브루클린'

전에 없던 고향서사를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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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5-29 [14:05]

[씨네리와인드|이은서 리뷰어] 고향에서 벗어나 가능성이 많은 도시로 떠나는 디아스포라 영화는 다채롭다. 구태여 일일이 나열해보지 않아도,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모두가 공감하는 감정이 아닐까. 잔잔한 이민자의 일기장을 엿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주저 없이 추천한다.

 

  ©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에일리스가 고향 아일랜드에서 직업을 얻지 못하고, 동네의 작은 상점에서 일하는 첫 장면에서 시작한다. 지루하지만 평화로운 아일랜드를 떠나는 과정은 꽤나 단출하다. 고향을 떠나는 이유 대신 뉴욕 브루클린의 가능성과 훗날에 대한 상상만이 에일리스를 이끈다. 브루클린에서의 성공과 낭만 이면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저녁 식사를 하려 레스토랑에 방문하지만, 점원의 비아냥이 그를 반긴다. 날씨가 좋지 않아 식사를 거르는 승객들이 대부분인데 에일리스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밤새 흔들리는 배에서 속을 게워내지만 화장실을 잠가두는 옆 칸의 승객까지. 브루클린까지 가는 길에 매운맛을 맛봤다.

 

  ©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브루클린에 도착해서 낮에는 고급 백화점 매장에서 응대를, 밤에는 대학에서 회계 공부를 한다. 이민자가 많다는 도시 브루클린이지만 쉽게 적응할 수 없고, 매일 아일랜드를 그리워하며 밤을 새운다. 언니와 엄마에게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에일리스의 유일한 동력이었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 토니와 만나면서 브루클린의 낭만을 즐기며 밤거리를 거닌다. 화장기 없이 맑은 얼굴과 다소 촌스러운 원피스 차림이었던 에일리스가 점차 브루클린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브루클린에 내리던 에일리스의 뿌리를 단숨에 거둬간 것은 언니의 부고다. 급히 돌아간 고향에서 이상하리만치 에일리스에게 행운이 잇따른다. 언니가 일하던 회계사 자리를 임시로 메꾸고, 고향에서는 도시 사람또는 멋쟁이라며 전에 없던 관심을 보인다. 아일랜드와 브루클린의 관계는 전세 역전된다. 아일랜드에서도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사로잡히고 토니의 편지는 뜯지도 않은 채 서랍을 닫는다. 게다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짐까지 에일리스가 실리를 찾는 모습이 드러난다.

 

  ©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그러나 그녀가 고향을 떠날 것을 결심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고향 서사의 양날의 검인 고향 사람들의 간섭이다. 고향을 그리는 방식이 가장 흔하지만, 실리를 찾아 무게를 재며 더는 디아스포라의 감정에 얽매지 않는 모습까지 이민자의 일기장을 엿보게 한다. 변화한 자신이 아일랜드에 어울리지 않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단 한 장면으로 축약된다. 화장기 없고 무구한 눈의 에일리스가, 브루클린으로 돌아가는배 위에서는 단단해진 눈으로 조언한다. “오늘 밤에는 옆 칸과 연결되는 화장실을 잠가둬라. 입국 심사할 때는 두리번거리지 말라.”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면은 전형적인 고향 서사와 반전되어있다. 보통은 고통뿐이었던 이민자로서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기다려주던 사랑에 고향의 가치를 깨닫게 하지만, 작품에서는 에일리스를 기다리던 토니에게 달려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브루클린에 적응하는 과정이 비록 고향에서의 분노 때문이었지만, 에일리스에게 돌아가야 할 곳이 아일랜드에서 브루클린으로 바뀌는 것은 에일리스의 넓어진 사고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문득 에일리스가 브루클린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머니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미 우리는 브루클린의 에일리스와 조우하고 있는 것 아닐까.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이은서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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