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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를 통해 함께 길을 걸어가는 중장년층을 위한 자기계발서

[서평] 김대유, '행복한 삶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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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01 [18:53]

▲ '행복한 삶의 온도' 표지  © 북그루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요즘 서점에서 유행하는 종류의 책은 자기계발서적과 에세이다. 이 두 가지는 많은 이들에게 살아가는데 있어 도움이 되며, 감정을 공감하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지름길을 제공한다. 김대유 교육학 박사는 이런 출판계의 흐름에서 한 가지 변화를 가져오고자 한다. 바로 중장년층을 위한 책이다. 청년에게 살아갈 법을 제시하며 위로하는 책은 있지만 중장년층의 마음을 알아주는 책은 드물다.

 

마치 중장년층의 성장은 끝난 듯, 청년에 대한 응원은 환영받지만 중장년층은 아닌 것 같은 분위기에 그는 이 책을 통해 62년생인 자신과 같은 세대를 말하고자 한다. 다만 이 책은 기존의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와는 다르다.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사유다. 사유는 대상에 대해 두루 생각하며 인간의 이성을 작용하는 힘이다. 그는 최근 한국사회가 사유의 힘을 잃어버리며, 출판시장 역시 일본처럼 변해가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한다.

 

일본의 경우도 자기계발서와 장르문학이 유행하며 사유를 추구하는 문학이 자리를 잃어버렸다. 사유가 사라지면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된다. 몇몇 사회적으로 이름 난 셀럽들의 주장에 휘둘리게 된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유럽은 사유를 잃었고 당시 존경받던 이들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보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중년의 삶에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첫 번째 파트인 ‘길 위에서’에서는 중장년층이 서 있는 현재의 길 위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사랑, 졸혼, 페미니즘 등 현재의 가치와 화두를 말하며 다양한 생각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건 중년의 삶을 말하며 그가 주장하는 ‘지랄총량의 법칙’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그는 사람이 지랄을 떨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여긴다. 우리가 흔히 겪는 사춘기, 대학시절의 자유로운 삶이 그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세대는 이를 겪었고 실컷 지랄을 떤 만큼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랄을 떨었던 세대가 지금의 10대와 20대들에게는 지랄을 떨지 못하게 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한다. 대학까지 학점과 스펙을 신경 써야 하는 청춘들은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 한 번쯤 쪽팔림을 느끼고 아름다움도 경험해야 할 사랑도 포기하고 있다. 그는 이런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는 자기 나이대의 이들이 겪는 고민에 대해 안다. 다른 자기계발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솔직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지금의 50~60대는 윗세대를 부양해야 하면서 경제적으로 빈곤한 아래세대도 책임져야 하는, 그러면서 자신은 부양받지 못하는 세대다. 그는 우리세대가 얻은 거라곤 부동산이 전부인데 그 부동산 때문에 미움을 산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 부동산을 지키기 위해 자식세대에게 고통을 주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자는 어느 한쪽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자신의 세대가 지닌 문제에 공감을 표하면서 자식세대가 겪는 문제를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전개는 두 번째 파트, ‘길을 따라서’에서 더욱 심화된다. 그는 미투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의 잘못을 말하지만, 찬반의 문제가 되어버리며 본질이 망가진 미투 문제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나타낸다.

 

기성세대가 지키고자 하는 권력을 찌르며 성역화 되어가는 미투 문제가 지닌 어두운 이면을 조명한다. 두 차례 교육혁신위원을 하면서 그는 관료들이 지닌 행정적인 사고관의 문제와 사회적 분위기를 주도하는 정부와 행정처리의 문제 역시 꼬집는다. 미국의 경우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음지에서부터 시작됐던 미투가 한국에서는 대형 자본을 지닌 방송사 JTBC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성범죄 혐의가 있다 여기면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그는 교단에서 교사들이 당한 허위 미투 사실을 언급하며 섣부르고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는 행정처리를 지적한다.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사유의 자세가 관료들에게는 없고, 또 정부에게도 없다. 저자는 경찰과 검찰, 부동산 문제에도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에게 이제는 세상에 대해 사유해 볼 시간을 가질 때라고 말을 건넨다.

 

세 번째 파트인 ‘몸의 기술’은 다소 뼈아픈 지점이다. 중장년층이 공감할 건강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중년에 이르면 이전처럼 세포의 생산과 회복이 빠르지 않다. 정신은 계속 성장할 수 있지만 몸의 성장은 멈춘다. 그리고 망가지기 시작한다. 작가는 본인의 건강상태를 기록하며 온갖 잔병치레를 하고 있는 자신을 말한다. 특히 오랜 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건 물론, 맵고 짜고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만 하는 직장인들의 항문 건강 문제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공감을 자아낸다.

 

네 번째 파트인 ‘문생어정 정생어문’은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에 대해 말한다. 문생어정 정생어문(文生於情 情生於文)은 진서의 손초전에 나온 문구로 문장은 정에서 생겨나고, 정은 문장에서 생긴다는 뜻이다. 그는 공부는 지성의 산물이지만 공부하려는 마음은 감성의 산물이란 점을 언급한다. 읽는 것(reading)은 지성을 만들고 지성이 쌓이면 쓰는 것(writing)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은 리딩(reading)으로 시작해 라이팅(writing)으로 완성된다.

 

중장년이 할 일은 이런 순간을 자식세대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세대이며, 그들의 힘은 교육시장의 현재를 바꿀 수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 번째는 공부만 시키는 현실이다. 방학(放學)은 한자로 학업을 놓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방학은 실력을 더 키우는 시간이다. 학원마다 있는 방학 특강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방학 때 자식들에게 영화나 드라마, 여행이나 운동 등 학업과는 다른 경험을 시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줄 필요가 있고 취미를 만들어줄 의무가 존재한다. 학생 때 지랄을 하지 못하면 지랄총량의 법칙에 의해 중년에 이르러 일탈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꿈을 찾아주는 시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두 번째는 학교폭력이다. 김대유 교수는 학교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그 이유는 교사들이 학교폭력에 방관하게 짜인 학교의 시스템이다. 교사는 학생들과 맞닿아 있기에 교사의 침묵과 방관은 심각한 학교폭력을 초래한다. 그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교사의 대처 매뉴얼과 피해·가해 학부모가 취해야 될 반응을 언급하며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촉구한다.

 

세 번째는 대학과 기업에 맞춘 잘못된 교육이다. 그는 이 줄 세우기 교육과 기업 맞춤형 인재양성에 대해 ‘공짜로 먹는 대한민국’이란 말로 강한 비판을 가한다. 수능은 형평성은 있지만 한 개인이 지닌 능력이나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편협한 시각이 강하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무조건 수학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학을 못하는 인재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수학에 학생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갔다고 한들, 그들이 배우는 건 자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수업이다. 중국이 G2로 떠오르자 대다수의 대학들은 중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로 코딩 교육 역시 의무화시켰다. 이런 기류는 순수학문이 아닌 기업을 위한 교육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으로 대학이 과연 학문을 위한 장소인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김대유 교수는 사회적인 화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던지며 사유를 이끌어낸다. 중장년층에게 세상은 아직도 당신을 필요로 하며,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현대에 중장년층의 지식은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저자는 이 편견을 깨부순다. 중장년층에게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모든 세대가 행복하기 위해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이 책은 제시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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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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