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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이야기의 공포를 살리지 못하는 연출의 한계

[프리뷰] '시라이' / 7월 1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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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07 [14:51]

▲ '시라이' 포스터     ©(주)엔케이컨텐츠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애니메이션 작화나 CG 기술력을 생각했을 때, 영화의 퀄리티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일본은 50~60년대 구로사와 아키라-오즈 야스지로-미조구치 겐지의 3대 거장이 유럽 3대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낸 건 물론,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감독들을 배출해냈다. 여기에 독립영화의 저변이 넓고 문화 활동에 대한 소비에 익숙하지 않아 다양한 장르에서 발전을 이뤄냈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일본문화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었다. 특히 공포영화 같은 경우에도 ’ ‘검은 물 밑에서등의 작품들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되기도 하였다. 자본이 부족한 국가도 아니기에 할리우드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높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선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영화계가 발전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자국 내 소비에 있다.

 

현재의 퀄리티로도 충분히 관객들이 열광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자국의 갈라파고스화에 대한 걱정, 특히 자본이 되는 영화만 만들고 감독을 기술자로 생각하는 풍토에 우려를 표하는 감독들이 있다. ‘시라이역시 이런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감독 오츠이치는 ‘GOTH 고스’ ‘엠브리오 기담등을 집필한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다.

 

▲ '시라이'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시나리오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시라이는 좋은 작품이다. 섬뜩함을 자아내는 서늘한 칼날이 이야기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뽑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저주가 히데아키라는 술 배달원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완성도 높은 공포영화는 그 저주의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명확하게 밝히며, 어떤 이유로 저주가 시작됐는지 그 상황설정에 있어 심혈을 기울인다.

 

저주에 빠지는 순간이 가장 두려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작품은 갑자기 저주가 등장하고, 이 저주를 하는 사람이 호들갑을 떨며 등장해 구구절절 저주를 설명한다. 반면 시라이는 함께 여행을 갔던 세 명의 친구가 숙소에 술을 배달하러 온 히데아키를 통해 저주를 받게 된다. 히데아키는 무서운 이야기를 알고 있다며, 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미로 들었던 이야기는 끔찍한 저주로 발동된다.

 

이 저주가 더 무서운 이유는 관객들 역시 이 이야기를 듣고, 저주가 발동되는 조건인 여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정 조건에서 발생하는 저주의 설정은 같은 비밀을 공유했다는 생각에 섬뜩함을 자아낸다. 이제 관객은 그 비밀을 알았으니 저주에 걸린 것이다. 두 번째는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다. 저주로부터 시작된 공포영화는 그 저주에서 해방되는 방법 역시 제시한다.

 

▲ '시라이'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서양 작품이 구마의식을 활용한다면, 동양 작품은 해방되는 방법을 알아내고 이를 실행으로 옮긴다. 이 작품 역시 저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과 저주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는 해당 저주와 귀신을 바탕으로 시리즈 화를 이룰 수 있을 만큼 설정에 있어 흥미로운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런 흥미로운 세계관에 힘을 더하는 세 번째 지점이 추리극의 요소를 활용한 점이다.

 

각자 친구와 동생이 죽은 미즈키와 하루오는 저주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이때 안구 파열로 사망한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지닌 기자 코타는 미즈키와 하루오에 합세해 이 비밀을 풀고자 한다. 코타가 합류하면서 추적은 힘을 더한다. 기자라는 그의 직업은 미스터리를 깊고 자세하게 추리할 수 있는 설정을 더한다. 여기에 코타가 지닌 아픈 과거와 아내 푸유미를 통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밝혀내는 지점은 깊이와 긴장감을 더한다.

 

문제는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영화는 연출을 통해 소설의 스토리텔링을 표현한다. 영화가 소설보다 까다로운 건 소설이 문체를 통해 설명한다면, 영화는 미장센과 편집, 음악, 여기에 배우의 연기까지 모두 종합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라이의 단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관객들이 공포영화에 요구하는 공포의 수준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기에 공포를 표현하는 연출은 점점 세련되어져 간다.

 

▲ '시라이'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그런데 시라이80년대 수준의 표현을 보여준다. 최근 J호러의 공포가 먹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인 무섭지 않은 귀신만 떡하니 등장시키고 공포를 끝낸다. 공포의 핵심인 시라이를 더 무섭게 포장할 줄 알아야 하는데 캐릭터만 덩그러니 내버려둔 것이다. 축구중계로 치자면 박진감 넘치는 카메라 앵글 구성이 경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살리는 요소인데 똑같은 구도로만 보여주며 긴장감을 살려내지 못한다.

 

시라이는 갈라파고스화에 빠진 일본영화계의 숙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의 연출은 날이 갈수록 세련되어져 가는데 일본은 그러지 못하다. 표현에 있어서는 나카시마 테츠야, 이야기에 있어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제외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닌 감독을 찾기 힘들다. 감독을 기술자로 생각하는 풍토와, 관객들이 여전히 열광한다는 이유로 바뀌지 않는 스타일의 한계는 일본영화를 더 자국에 가두는 아쉬움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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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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