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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에 귀신이 나타났다? 기막힌 코미디에 담긴 로망과 공포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단편영화 '그녀를 지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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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17 [17:05]

▲ '그녀를 지우는 시간'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한 카페에서 수연은 선배 태준을 만난다. 태준을 짝사랑하는 수연은 졸업을 앞두고 선배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자 한다. 마치 순정만화처럼 부드러운 화면과 선남선녀 주인공의 모습은 설레는 첫사랑의 감성을 느끼게 만든다. 수연이 커피를 마신 순간, 태준은 입가에 뭐가 묻었다고 말한다. 이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명장면처럼 커피가 묻은 입가를 닦아줄 것만 같다. 그 순간, 관객은 화들짝 놀랄 것이다.

 

이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에, 로맨스 영화여야 하는데, 수연 옆에 얼굴에 피를 흘리는 끔찍한 모습의 여자 귀신이 있는 것이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감독이 영화를 잘못 찍은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감독이 영화를 잘못 찍은 건 맞다. 그 감독은 영화 속 인물이다. 작품은 감독이 찍은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에 귀신이 같이 나오면서 이를 편집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자신이 원하던 로맨스영화를 찍은 감독은 갑작스러운 귀신의 등장에 당황한다. 그래서 그는 죽은 영화도 살린다는 편집기사에게 영화를 부탁한다. 뛰어난 실력의 편집기사는 절묘하게 장면을 편집해 귀신을 지운다. 이제 미션이 끝났다 여겼는데, 장면이 거듭될수록 귀신은 더욱 업그레이드된다. 편집하기 까다롭게 등장하는 것. 여기에 더 문제는 감독이다. 감독은 쉽게 타협을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신이 찍은 영화를 최대한 온전히 살리고 싶어 한다.

 

▲ '그녀를 지우는 시간'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 작품은 절묘하게 수연의 짝사랑을 감독의 마음과 연결한다. 수연이 오랫동안 태준에 대한 마음을 품어왔던 거처럼, 감독에게는 이 영화가 꼭 만들고 싶었던 이야기다. 수연이 수줍음 때문에 태준한테 마음을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거처럼, 감독은 귀신 때문에 영화를 완성하지 못한다. 둘 사이에는 진실 된 마음이란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작품은 영화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코미디로 풀어낸다.

 

편집기사는 영화를 보면서 불만족을 표한다. 소재는 통속적이고 캐릭터는 진부하며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고구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해 궁시렁거리는 편집기사 옆에서 감독은 그 장면 하나하나를 고스란히 지켜줄 것을 요구한다. 감독에게 영화는 자식과도 같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영화를 지키고자 한다. 이 점에서 편집기사는 감독의 고집에 불만을 표한다. 이미 귀신 때문에 힘든 걸 자꾸 살려 달라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영화는 감독의 이기적인 예술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편집기사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녀는 메이킹 필름을 보던 중 감독이 배우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장면을 본다. 감독에게는 이 영화에 대한 진심이 있다. 고백도 그렇다. 고백에 있어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줄지 말지보다 신경 써야 하는 건 내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마음에 후회를 담아두지 않도록 말이다.

 

▲ '그녀를 지우는 시간'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편집기사는 자신의 영화를 향한 감독의 애정을 수연의 수줍음이라 여긴다. 이 장면을 어떻게든 살려야, 이 장면이 관객에게 보여 져야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고백의 순간이 그렇다. 더 좋은 순간, 더 적당한 때를 찾다 중요한 마음을 잊게 된다. 그러면 다가오는 게 두려움이다. 수연은 태준이 떠나 갈까봐 두려워한다. 태준이 유학을 간다는 사실은 마음을 표현하기도 전에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수연에게 안긴다.

 

감독은 영화가 귀신 때문에 제대로 나오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때문에 장면 하나하나를 살리기 위해 편집기사와 실랑이를 벌인다. 혹 영화에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게 담기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은 귀신으로 표현된다. 이 영화가 로맨스와 코미디, 공포를 절묘하게 조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런 편집실과 영화라는 외화와 내화의 감정적인 연결이 끈끈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혼합장르를 풀어내는 힘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시종일관 펼쳐지는 웃음 속에 아련한 감정이 있고, 두려운 공포가 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마음을 표하는 과정임을, 누군가를 향한 애정의 연속임을 보여주며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억에 오래 남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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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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