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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우리들의 파랑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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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21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고교시절부터 꿈 하나를 바라보며 달려왔다. 점심시간을 포기해가며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친구와 노는 것을 포기해가며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막상 정신을 차려보니 내 곁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꿈이라는 희미한 불빛만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을 뿐이었다.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대외활동을 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일을 하나라도 더 하는 것이 미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나는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행복하니." 내 대답은 "아니."였다. 꿈만 보고 달리다 친구들을 잃었고, 건강을 잃었고, 추억을 놓쳐버렸다.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준석은 유토피아를 꿈꾸며 친구들과 함께 도박장을 턴다. 그러다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의 보복으로 준석은 친구들을 잃는다. 결국 홀로 살아남아 유토피아인 섬으로 향하지만 준석은 그제서야 '내 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준석의 꿈은 좌절되지 않고 이루어졌지만 그 모습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꿈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고 여기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과연 내가 꾼 꿈이 정답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진정한 행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직 하나를 향해 달리다 보면 옆과 뒤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준석 또한 꿈 하나를 쫓다 삶의 전부였던 친구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파랑새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지만 파랑새는 자신의 집에 있었다는 파랑새 이야기일화가 있다. 멀리 있는 것을 쫓으려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함을 알아차린 준석을 보며 사냥의 시간파랑새 이야기의 서사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욕심이 많으면 큰일 난다는 말이 있듯 대박을 꿈꾸는 준석의 욕망은 위험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계기로 이어진다.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이렇듯 ‘사냥의 시간은 직선적인 서사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 여러 주제들이 함축되어 있어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빨간 조명은 준석의 욕망에 대한 경고를 은유한 게 아닐까 싶다. 한을 피해 도망치면서도 기어코 그 꿈에 도달하려는 준석에게 빨간 조명은 “이제 그만.”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 준석은 자신의 친구들을 죽인 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배를 타고 원래의 주거지로 돌아간다. 100에서 0으로 돌아가는 셈으로 보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지 않았을까. 소중한 건 바로 곁에 있었다고. 유토피아의 머나먼 행복보다 친구들과의 소소한 대화, 함께 나눈 추억 등 가까이에 있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준석은 무기력한 슬픔에 빠지지 않고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이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준석은 변화를 했고 좌절이 아닌 도전의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으로 인해 우리는 준석의 삶을 응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꿈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은 욕심에 무리해서 일을 하다 1월에 크게 아픈 적이 있었다. 남들은 모르는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4, ‘사냥의 시간을 보게 되었고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무리할 만큼 꿈을 쫓았던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준석의 일화를 보고 모든 걸 다 잡으려 했지만 나는 사실 모든 걸 놓쳐왔던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오직 꿈이 정답이고 온전한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내 가치관이 서서히 사라지는 경험을 맛본 순간이었다.

 

꿈을 위해 달리다 건강과 추억을 잃고 나서, ‘사냥의 시간을 보게 되면서 앞으로는 다르게 살고 싶어졌다. 멀리 있는 행복을 위해 살기보다는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금의 행복을 맛보자고. 천천히 뒤도 돌아보고 옆도 돌아보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자고. 꿈 하나를 쫓다 도리어 꿈에게 얽매여버린 과거를 뒤로하고 앞으로는 친구와의 추억, 일상의 여유로운 시간도 맛보며 한 단계씩 꿈을 향해 다가가고 싶다. 다시 0에서부터 시작해 '내 꿈은 무엇일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우린 처음부터 돈을 바란 게 아니잖아.

우린 처음부터 명예를 바란 게 아니잖아.

나도 모르는 내가

욕심을 더 가져와서

만족을 못 하게 하네

나 다시 부푼 설렘을 찾을 거야

어떻게 하면 다시 널 만날까

 

노랠 부르고 싶어

음을 고르고 싶어

사랑을 하고 싶어

진짜 음악을

나는 지금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걸까

위험한 꿈을 꾸고 있네

 

이진아 - ‘dangerous dream’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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