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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집 상주가 잔칫집에 간 이유는? 전통적인 이별의 정서를 말하다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잔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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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22 [18:29]

▲ '잔칫날'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사극을 보면 잘 사는 양반의 잔칫날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 음식을 받아먹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잔칫날에 떡 하나 얻어먹는 이 풍경을 현대에도 보여주는 영화 잔칫날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죽음의 순간마저 돈 때문에 행복을 찾지 못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비롯해 4관왕을 수상한 건 이런 슬픔에 대한 공감 때문일 것이다.

 

각종 행사 일을 하는 무명 MC 경만은 동생 경미와 함께 2년째 아버지를 간호 중이다.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의 상태가 좋아지면 세 사람은 함께 낚시를 가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그 꿈은 이뤄지지 못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슬픔은 죽음의 순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죽음 이후에도 경만은 가난의 아픔을 느낀다. 육개장도 아닌 시래기국. 심지어 수육도 편육도 없는 식단을 택한 것이다.

 

수의(寿衣)와 관을 고르는 문제도 경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시는 길에 좋은 걸 해드리고 싶지만 그에게는 그럴 돈이 없다. 여기에 장례식장에 도착한 친구들은 경만이 듣는 줄도 모르고 금액 이야기를 한다. 많은 돈을 넣어줬으면 좋겠건만, 경만은 따로 계모임을 하지 않는다며 적은 액수로 통일하자고 말한다. 이것저것 섭섭한 그는 아버지가 아플 때는 오지도 않던 친척들이 나타날 것도 걱정이다.

 

▲ '잔칫날'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런 그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모르는 선배의 전화가 온다. 대신 행사를 뛰어줄 수 있느냐는 그 부탁을 경만은 수락한다. 곧 아버지의 발인이지만 200만원이란 행사비로 남들과 같은 장례를 치러줄 수 있다는 믿음에 그는 지방으로 출발한다. 그 행사는 생신 축하다. 짙게 화장을 한 경만은 슬픔을 숨기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멋진 자식 노릇 좀 해보고 싶은 그는 수줍어하는 생신을 맞은 어르신을 자리에서 일으키는데 성공한다.

 

신나게 춤을 추던 중 갑자기 어르신이 쓰러지면서 그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한다. 원래대로라면 돈을 받아서 올라가야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어르신이 쓰러졌기에 일을 하지 않았다며 돈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홀로 장례식장에 남은 경미는 무너질 것만 같다. 초라한 장례식장에 핀잔을 주는 친척들과 빨리 입관할 관과 수의를 고르라는 관계자, 도움이라고는 전혀 주지 않는 오빠의 친구들 때문에 슬픔에 찬 경미는 위태롭다.

 

경미가 경만과 통화를 하며 욕을 내뱉는 장면은 이런 감정적인 불안을 보여준다. 든든하게 곁에서 지켜줘야 될 오빠가 나타나지 않으니 경미는 미칠 노릇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경만과 경미 사이의 갈등은 더 심화된다. 경만의 입장에서는 동생이 야속하다. 아버지를 위해 지방에 내려온 건데 사정을 모르는 경미는 오빠를 윽박지른다.

 

▲ '잔칫날'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상집에서 상주가 자리를 비우는 행동은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식 된 도리로 경만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건 돈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죽음 앞에서도 가난하다. 때문에 경만은 잔칫집 앞에서 떡이라도 얻어먹고자 한다. 그 떡을 초상집에 차리기 위해서다. 조금이라도 나은 마지막을 준비하고자 했던 그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볼 수 없는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장례식에도 잔치가 이뤄졌다. 일가친척들이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기도 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검은 꽃에서 멕시코로 팔려간 조선 노동자들은 동료의 죽음을 기리는 장례식을 마치 축제처럼 벌이고 이 모습에 멕시코인 농장주는 충격을 받기도 한다. 죽음의 순간에는 슬픔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그 기억, 평생을 기억하겠다는 그 마음은 축제의 즐거움과 같은 잊힐 수 없는 순간이다.

 

▲ '잔칫날'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만이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흐르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망망대해 같던 삶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한다는 점은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장례식은 순간이지만 망자와의 기억은 영원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를 보면 그 사람의 영혼이 이승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 자신을 기억해주는 이가 한 명도 남지 않았을 때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이 보여주는 슬픔은 경만의 상황이 꼬일수록 더 깊어진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경만의 상황은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여기에 결말부에 이르러 슬픔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며 우리의 전통적인 이별의 정서에 주목한다는 점은 감상의 영역을 넘어 의미의 전달까지 나아가며 잊히지 않을 순간을 만들어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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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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