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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입술은 계속 노래할 수 있어

고마츠 나나 주연 '굿바이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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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8-27

▲ '굿바이, 입술' 포스터  © ㈜엔케이컨텐츠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영화 커미트먼트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가난한 노동계층 청년들이 밴드를 구성해 성공을 목전에 두고 그룹을 깨는 이야기를 다룬다. 리버풀 출신의 네 청년이 만든 비틀즈처럼 되고 싶었던 청춘들이지만 그들이 지닌 지나친 이기주의와 개성은 팀을 깨버린다. 그들과 비틀즈, 그리고 대부분의 밴드와 그룹은 같은 운명을 지니고 있다. 결국 깨진다는 것이다. 비틀즈와 이들의 차이는 그룹이 깨진 시점일 뿐이다.

 

굿바이, 입술은 한 인디밴드의 결성과 해체를 다룬다. 이들의 담담한 이야기는 음악이 아닌 삶 그 자체를 담아낸다. 인디밴드가 자신의 삶과 생각을 노래에 담아내는 거처럼 청춘의 사랑과 인생을 투어라는 여정에 담아낸 이 작품은 때론 먹먹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삶이 지닌 모습을 음악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는 시작부터 냉기류를 품고 있는 세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디밴드로 매스컴을 탈 만큼 인기를 끈 하루레오는 이번 투어를 끝으로 해체한다.

 

이들의 시작은 운명과도 같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하루는 일을 하던 세탁소에서 혼나고 있던 레오를 본다. 삶에 있어 삐딱선을 탄 듯한 모습을 보이는 레오는 혼나는 와중에도 계속 말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레오에게 하루는 운명을 느낀다. 그녀는 레오를 집에 초대하고 함께 음악을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식사 중 눈물을 흘리며 하루에게 얼굴을 파묻는 레오의 모습은 그녀의 삶이 얼마나 상처받고 힘들었는지 보여준다.

 

▲ '굿바이, 입술' 스틸컷  © ㈜엔케이컨텐츠

 

기댈 곳 없던 레오는 처음으로 하루라는 기둥을 만난다. 하루는 레오와 함께 인디밴드 하루레오를 결성하고 공연을 다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음악에 빠져든 전직 밴드 출신의 시마가 매니저 역할을 제의한다. 시마에 의해 두 사람은 더 활발하게 밴드활동을 하게 된다. 문제는 세 사람 사이의 감정이다. ‘달빛 속삭임을 통해 10대들의 기묘한 사랑을 심도 높게 표현해낸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은 세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이 깊이는 잘 나가던 밴드가 왜 갈등을 겪는지 보여준다. 레오의 감정은 질투와 절망이다. ‘하루레오는 모든 곡을 하루가 만든다. 이 밴드의 핵심은 누가 봐도 하루다. 레오는 하루에게만 쏠리는 관심에 질투를 느낀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진행자가 하루만 칭찬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인터뷰를 하기 힘든 인디밴드의 입장에서 기회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레오에게 더 중요한 건 감정이다.

 

레오는 하루가 주목받으면 받을수록 질투를 느낀다. 특히 시마가 하루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일부러 나쁜 남자들을 만나며 스스로를 파괴해 나간다. 이런 레오의 심리는 절망에서 비롯된다. 하루는 그녀에게 구원자였다. 기둥 같던 하루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여긴 레오는 하루에게 상처받기 전, 스스로 자신을 내팽개치자고 여긴다. 희망을 주는 노래를 부르는 입과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레오는 어둠에 빠져 있다.

 

▲ '굿바이, 입술' 스틸컷  © ㈜엔케이컨텐츠

 

시마는 과거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밴드의 꿈을 하루와 레오에게 투영한다. 그가 하루를 좋아하지만 직접적으로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이유는 밴드가 어떻게 깨지는지 스스로 경험해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숨길 수 없다고, 그 마음이 드러난 뒤 오히려 레오가 고백을 해오자 시마는 당황한다. 그는 자신이 깊은 인상을 받았던 노래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지만 밴드가 지닌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상황에 곤란함을 느낀다.

 

이런 시마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장면은 두 장면이다. 첫 번째는 레오를 못된 남자친구에게서 강압적으로 구해내는 장면이다. 시마는 레오를 걱정하는 하루의 마음과 밴드를 유지하고 싶은 생각에 과감하게 레오를 보내려 하지 않는 남자에게 달려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밴드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한 번 무너졌던 꿈의 이유가 자신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란 걸 인지하는 시마는 무모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무모함은 두 번째, 하루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 장면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거칠게 하루를 몰아치는 시마의 모습은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상처를 주는 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더는 밴드를 유지할 수 없단 생각에 빠진 시마는 사랑이라도 표현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을 드러낸다. 이 이기심은 세상 모든 밴드가 해체의 길을 걷게 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 '굿바이, 입술' 스틸컷  © ㈜엔케이컨텐츠

 

하루는 자신이 레오에게 품은 심리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처음 하루가 레오에게 느꼈을 감정은 사랑과도 같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저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하루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 마음은 인기를 얻은 후에도 처음과 같았을까. 해체 투어 중 하루는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에게 공연을 다니던 길에 있던 노숙자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무기력하게 지내던 노숙자는 어느 날 의자를 하나 펼쳐놓고 마사지 장사를 시작한다. 그 모습에 하루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저 사람의 용기가 부럽다저런 게 성공할 리가 없잖아라는. 이 대사는 인디밴드를 시작할 때 그녀의 마음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노숙자에게서 마사지를 받는 술집여자의 행복한 얼굴에서 레오가 오버랩되는 순간 레오를 향한 마음임을 보여준다.

 

하루의 마음 한 구석에는 레오를 향한 동정과 연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 마음은 내가 있어야만 레오가 있을 수 있다는 자만에 바탕을 둔다. 하루는 자신의 내면에 이 두 가지 마음이 있었음을 고백하며 밴드의 해체가 레오의 감정적인 변화와 시마의 사랑 때문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세 사람 사이에는 털어놓기 힘든 감정이 있었고, 각자의 삶에서 품은 열등감과 자격지심, 상대를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재단이 있었다.

 

굿바이, 입술은 현실적인 밴드의 이야기가 아닌 삶에 관한 판타지에 가깝다. 우리는 누구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좌절의 순간에 이제는 멈춰야할 때가 아닌가를 직감적으로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꿈을 멈추면 삶은 불행해진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 꿈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작품 속 노래의 제목인 굿바이, 입술사이에는 쉼표가 있다. 순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님을,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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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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