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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웃음 끝 발견한 '그날'을 위한 염원

[프리뷰] '그날이 온다' / 12월 9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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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2-01

 

▲ '그날이 온다'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그날이 온다는 시대가 지닌 모순을 풍자하며 쓰디쓴 웃음의 비극성을 강조한다. 블랙코미디가 지닌 정석적인 힘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난 후 깊은 생각에 젖어들게 만든다. 이런 감정적인 힘을 위해 작품은 두 개의 기둥을 단단하게 설정한다. 첫 번째 기둥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스타 오브 식스이고, 두 번째 기둥은 이들을 이용해 실적을 올리고자 하는 켄드라를 비롯한 FBI 요원들이다.

 

모세는 가난한 혁명가다. 영적인 힘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그는 자신과 사상이 비슷한 친구 세 명, 아내와 딸과 함께 혁명을 꿈꾼다. 허나 현실은 가난 때문에 돈 한 푼 없는 신세다. 은행에 돈을 빌리고 싶어도 조건이 되지 않는 그는 위험성이라고는 1도 없는 괴짜다. 총과 마약을 불경시 하며 오리걸음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장난감 석궁을 무기로 삼는다. 이런 허술한 남자를 FBI가 눈여겨 보게 된다.

 

실적이 좋지 않은 FBI 요원 켄드라는 승진을 위해 모세를 이용하기로 한다. 이 건전한 혁명가에게 독약을 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들의 연락망이 닿는 중간책을 이용한다. 그 중간책은 모세를 대단한 인물처럼 띄워주며 더 위험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긴다. 다만 이 행동이 실제 위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짜 무기를 구매하게 시켜 그 행동만으로 체포하는 것이다.

 

▲ '그날이 온다'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작품은 이에 대한 예시를 도입부에서 보여준다. 중간책은 테러를 꿈꾸는 남자에게 접근하고, 그 남자는 폭탄의 버튼을 누른다. 그 폭탄은 FBI에서 기획한 가짜다. 허나 테러를 모의하고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만으로 남자는 체포를 당한다. FBI는 이런 위험한 계획을 통해 엉터리 혁명가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걸까. 감독 크리스토퍼 모리스는 함정을 파서 실적을 올리는 FBI를 비롯한 정부 수사 기관의 행동에 충격을 받고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미국에 전면전을 선포한 단체가 붙잡히며 이들이 알카에다 사건으로 명명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호기심을 느낀 감독은 2년의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이 돈을 목적으로 한 촌극이었음을 알게 된다. FBI 정보원이 5만 달러를 줄 테니 미국을 공격하라는 제안을 했고, 재정적으로 힘든 범인들이 그 제안을 받은 것이다. 이들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세 번의 재판 후 투옥되었다.

 

이후 비슷한 사례를 찾던 감독은 FBI가 범법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유인해 법을 어기려는 순간 체포했음을 알게 된다. 일종의 기획수사인 셈이다. 이런 조작된 사건들은 98%의 유죄 판결율과 평균 25년 형이 선고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사정권 때 간첩조작 사건이 있었다. 2013년에도 국가정보원에 의해 서울시공무원이 간첩으로 조작된 사건이 있었던 만큼 이런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 '그날이 온다'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국민을 테러로부터 지켜야할 정보기관이 오히려 국민을 테러범으로 만든다는 이런 모순은 목적이 강조된 사회의 한계에 있다. 예를 들어 환경운동가는 환경이 파괴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환경전문가로 환경문제에 대해 조언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환경이 깨끗하다면 이들의 존재가치는 희미해지고 수익성은 떨어진다. 현재 환경오염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고, 인류가 조만간 위기를 겪는다는 목소리를 높일수록 그들의 가치는 높아진다.

 

스웨덴 코미디 영화 '깝스'는 이런 목적으로 인한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10년 동안 마을에 어떠한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서는 폐쇄될 위기에 직면한다. 목적이 이뤄졌으니 시설의 가치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고 수사를 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은 씁쓸한 웃음을 유발한다.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목적을 이룰 일이 필요하다.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 '그날이 온다'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911 테러와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극단적 종교주의자들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은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각국 정보기관의 역할 역시 중요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 정보기관은 실적을 올려야만 존재 이유를 찾게 되었고, 실적을 위해서는 잠재적 위험으로 분류된 사람에게 불을 질러도 된다는 인식을 지니게 되었다. 엉터리 혁명가인 모세가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는 과정은 그 허술함 때문에 웃음을 자아내면서 누구나 이런 덫에 걸릴 수 있단 생각에 씁쓸함을 자아낸다.

 

그날이 온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는 모세가 꿈꾸는 혁명의 날이 온다는 의미고, 두 번째는 자유와 존엄을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의미다. 누구나 생각의 자유가 있고, 그 생각으로 처벌받지 않을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그 존엄성을 파괴하는 게 정보기관의 목적이라면 이는 잘못된 방향성이다. 웃음이 끝난 뒤 깊은 사념에 빠지게 만드는 이 영화는 시사성을 갖춘 블랙코미디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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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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