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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서야 보이는 것

영화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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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2-02

▲ '경계선'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씨네리와인드|박세진 리뷰어] 이 영화는 남들과는 다른 외모와 초능력을 가진 티나가 자신과 타인을 나누는 경계선 위에서 펼치는 이야기다. 하지만 보편적인 판타지 영화의 옷을 걸치고 있지 않다. 상상 속의 존재 트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화려한 카메라 기법도, 숨이 멎게 하는 CG도 사용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티나의 특별한 정체를 담아낸다.

 

티나는 이 영화에서 미화되지도, 경멸을 당하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담길 뿐이다. 과연 다름이 곧 틀린 것이냐는 그 흔한 질문이, 일상의 공기를 머금은 환상 속의 존재 티나의 이야기를 통해 던져지니 다시 새로운 물음이 된다. 이 영화가 유난히 와 닿았던 건, 내가 늘 이방인으로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인생의 절반을 한국 밖에서 보냈고, 그 때문에 늘 고국에도 타지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 한 채 둥둥 떠다닌다. 영화 속에서 다름은 때로 아름다운 뱀파이어나 엘프의 모습을 하고 매혹적으로 그려지지만, 어떠한 종류이든 나와 남을 나누는 경계선을 밟아본 이라면 알 것이다. 현실에서 다름이란 늘 그렇게 고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 다르다는 것은 틀렸다는 말과 동일시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온갖 종류의 차별을 떠올려보라. 우리 모두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외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나 또한 누군가와 나 사이에 경계선을 박박 그려 넣은 적이 있을 것이다. 종종 우리는 평범한 것을 선으로, 이질적인 것을 악으로 혼동하는데, 이 영화는 평범함과 이질감을 조합해가며 나중에는 무엇이 평범한 것이고 이질적인 것인지를 마구 뒤섞어 버린다. 그게 나에게는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 '경계선'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질적인 느낌이 가득한 이 영화가 온갖 서늘함과 낯섦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의 눈을 붙드는 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설정과 이야기의 흐름이 이 작품을 감히 예측할 수 있다고 우리를 희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흐름에 떠내려가며 마음속에서 익숙한 이분법으로 등장인물들을 나누고 재단한다.

 

이야기의 한 축은 로맨스다. 이야기의 초반, 우리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지만 티나를 이용하기만 하고 존중하거나 사랑해주지는 않는 롤란드를 경멸하게 된다. 롤란드는 실제로 굉장히 사랑할 구석이 없는 인물로 그려지고, 우리가 그런 티나의 연인에게 지쳐갈 때 쯤, 낯설고 조금은 무서운 면도 보이지만 티나와 묘하게 닮아 있는 보레가 등장한다. 여느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나올 법한 서사, 팍팍한 삶을 살던 여자 주인공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남자 주인공의 등장이다. 하지만 티나가 보레를 통해 자신이 트롤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과 다른 신체 구조, 식성, 생활 방식을 탐구해 나가는 모습이 담담한 카메라에 다시 한 번 잡힐 때, 우리는 당황하고 만다.

 

보통의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게 그들이 사랑에 빠져 숲을 돌아다니는 장면들은 환상적이기 보다 기괴하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철썩 같이 믿었건만, 화면 속에 담기는 연인들의 사랑에 빠진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상상 속 존재들의 민낯을 이웃집에서 마주한 것과 같은 위화감, 그들이 우리와 달라서 느껴지는 불편함. 담담한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때로 버겁기까지 하다.

 

▲ '경계선'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인 스릴러/수사물도 마찬가지다. 냄새로 감정을 읽는 초능력을 사용해 아동 포르노 촬영자들을 잡게 되는 티나의 이야기는 여타 수사물들이 가진 적절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우리는 또 다시 인간이 괴물이라 불리는 트롤보다 훨씬 악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물론 이 경우에는 롤란드보다도 훨씬 더. 티나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아동을 착취해서 포르노를 촬영하는 인간들의 실체를 밝혀낼 때, 짜릿한 수사물 특유의 매력에 빠진 우리는 티나를 포함한 트롤에 이입하며 인간을 악이라 규정 짓게 된다.

 

현실에서 우리와 다른 이들을 악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과는 반대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 이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 맞물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이 이야기의 두 주축(로맨스, 수사물)이 맞물리는 순간, 이 영화는 우리의 이분법을 비웃듯이 다시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트롤을 이질적이라 보고 배척하는 인간들과 그들의 추한 민낯을 비난하던 우리는 피해자인 듯 보이던 보레가 아동 포르노 촬영자들에게 아이들을 제공해주던 흑막이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영화는 이처럼 모든 경계선을 넘나들며 관객들의 마음속에 그어진 선을 시험한다. 이 영화에 정해진 선과 악은 없고, 심지어 사랑 또한 모든 것의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한다. 누구보다 자신과 닮았던 연인 보레는 결국 티나와 결이 어긋나는 이였고, 자신이 사랑하던 부모는 자신을 친부모에게서 데려온 이들이었음이 드러난다. 티나가 아팠던 것은 그녀가 사랑했던 이들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음을 깨달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 역시 이 모든 배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 '경계선'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럼에도 그녀가 그들의 곁에 머물지 않는 것은 그들은 모두 진정으로 그녀를 받아들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레는 그녀의 '사람' 같은 면, 따뜻한 그녀의 성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학대한 종족이라는 이유로 가장 약한 아기들과 그 아기들의 부모를 단죄한다. 그녀는 자신의 정의를, 소신을, 버려야 그에게 속할 수 있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의 근본적인 다름을 그저 열등함으로 그녀에게 이해시켰고, 아버지와 함께 있는 한 그녀는 완전한 개인이 아닌 모자란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을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의 주문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사랑에 등을 돌린, 그리고 모든 사랑이 그녀를 외면한 듯한 상황에서 끝내 티나는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아마도 보레와 자신의 아이일 아이를 품에 안는다. 그리고 초반 벌레를 먹고 싶었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포기했던 장면과 대비되게, 그녀는 능숙하게 벌레를 찾아 아이에게 먹인다. 그러자 아이는 우는 것을 멈추고 그녀를 향해 웃는다. 티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사람으로, 혹은 트롤로?

 

결국 그 어디에도 완벽하게 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음에도 티나는 아이를 향해 웃는다. 그 미소는 부모에게조차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어린 시절과의 화해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아, 네가 남들과 다른 식성을, 몸을, 가졌어도 괜찮아. 아이는 분명 티나처럼 신체에 이상이 있는 '사람'으로 크지 않을 것이며 보레처럼 '사람'에 대한 반감을 지닌 '트롤'이 되어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 아이는 아마도 그냥 그 아이로 클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구인가. 우리의 몸, 인종, 성별, 그 모든 것 너머에 우리를 우리로 정의해주는 무엇인가가 있는가. 티나는 자신이 그토록 미워했던 자신과 마지막에서야 진정으로 화해한다. 그녀는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인간과 다른 몸도, 보레와 다른 마음도, 모두 그 자체로 완성된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궁극적인 사랑은 결국 티나 자신을 향한 사랑이다.

 

▲ '경계선'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경계선이라는 이 영화의 제목. 포스터를 보면 티나와 여우의 바로 뒤로 그늘이 져서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정상과 이상, 선과 악, 인간과 트롤, 모든 것을 이분법으로 잔인하게 나누어 버리는 경계선의 그 끝에 티나는 서있다. 티나는 경계선 가까이에 떠밀려 서있는 소수자이며, 이방인과 괴물의 경계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이며, 자신을 정의하던 모든 것들에 대한 경계를 넘어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으려는 자이다.

 

영화의 초반,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여주었던 유일한 친구인 여우와 티나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티나가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여우는 자신을 조롱하며 끌어내리는 와중에도 끌어안아주고 싶었던 티나의 또 다른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인간을 사랑하고 연민하는 '티나'이자 모자라거나 이상한 구석이 없는 '레바'. 깊고 어두운 숲속, 무엇이 보일지 모르고 이 너머에 있는 사실은 그녀에게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비수가 된다. 그럼에도 그 경계선을 넘어가는 순간, 그녀는 비로소 그 모든 경계에서 자유로워진다. 우리는 모두, 그 경계선 너머의 너와 나를 볼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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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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