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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고

리뷰|영화 '마작'(1996), 에드워드 양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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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2-28

[씨네리와인드|임채은 리뷰어] 대만의 한 사업가가 사기를 치고 종적을 감췄다. 사기에 당한 자들은 그의 아들 홍어를 쫓는다. 영화는 싸늘한 저녁 하드록카페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이 전부 그 공간에 있다. 이미 가진 돈이 충분하나 갈증을 느끼는 홍어, 우연히 홍어와 함께하게 된 뤠뤠, 대만으로 돈을 벌러 온 외국인 사업가 마커스, 사랑하는 마커스를 찾아 영국에서 넘어온 마흐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한 곳에 모아 놓는다.

 

영국에서 마커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 프랑스 여자 마흐트. 그는 마커스가 갑자기 자신을 떠난 이유를 알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이미 양옆의 여자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마커스는 예상치 못한 등장에 난감하다. 애써 자리를 피하며 상황을 넘겨보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다. 마흐트는 마커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직진한다. 자신이 묵을 호텔을 알려주며 그쪽으로 찾아오라는 메시지만 남긴 채 떠난다.

 

낯선 타지에서 호텔까지 가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막막하다. 무작정 카페를 나온 마흐트는 카페 근처를 서성인다. 그 모습을 본 뤠뤠가 홍어와 자신에게 합류를 제안한다. 마흐트는 프랑스어와 영어만 가능하고, 홍어는 중국어만 가능하다. 그 사이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뤠뤠가 통역해준다. 뤠뤠는 두 사람이 하는 말을 적당한 말로 바꾸며 전달해준다. 우연히 시작된 인연은 영화가 끝나도록 계속된다. 이야기는 오해와 불신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무엇도 이해할 수 없고,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순간에도 판단과 선택을 요구하는 사건은 밀려온다. 모든 것을 오해하고, 모든 것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영화에 등장하는 ‘부처’는 예언을 하는 척하며 말을 뱉지만, 그 예언을 실현하는 것은 동료들의 몫이다.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내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은 그럴듯한 말을 믿고 그를 신봉하며 지갑을 연다. 그에게 의지한다.

 

▲ '마작' 스틸컷.  © 씨네리와인드

 

다른 에드워드 양 작품이 그렇듯, '마작'의 흐름도 단순히 한 줄기로만 이어지진 않는다. 나무의 뿌리처럼 여러 줄기가 단단히 얽혀 있다. 긴장감을 한 겹씩 쌓아 올리는 영화 '죠스'의 주제가처럼, '마작'은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도저히 한 점으로 모일 것 같지 않던 시선도 기어코 한 데 모아 놓는다. 그 사이에서 여러 빛깔의 불꽃도 피어나고야 만다. 그것이 사랑도, 살인도 될 수 있다.

 

에드워드 양은 영화를 통해 마작과 대만 사회를 겹쳐 보여주는 듯하다. 마작은 패를 조합하고 배열해 승리의 패를 만들어내는 중국식 포커다. 이 게임은 우연과 기술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만 이길 수 있다.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패를 하나 버리고 다른 하나를 가져온다. 사람들은 결과를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한다. 게임을 할 땐 함부로 말을 얹는 것이 금지되고, 얼굴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게임이 끝난 후, 승자와 패자의 표정처럼 영화엔 직접적으로 웃음과 울음이 뒤섞여 있다. 홍어가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통곡하는 장면이 있다.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고 울음소리만 남는데, 바로 연결되는 것은 마흐트의 웃음소리다. 마흐트는 마커스와 차에서 신나게 떠들며 웃고 있다. 감독은 잔인하게 절망과 유쾌함을 한 겹에 꿰어냈다. 따로 떼어 놓았더라면 진지하게 몰입했을 감정이지만, 붙여 놓으니 오히려 우스워 보인다.

 

감독 에드워드 양은 1996년 '마작'을 발표했다. 그가 남긴 8개의 장편 중, 순서로는 7번째에 해당한다. 그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서 다분히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달리, '마작'에는 냉소와 불신이 서려 있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대만은 사랑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늘하고 감정이 메말라 얼음 지옥에 들어선 듯한 '공포분자'와 비교했을 땐 그나마 인간적으로 보인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임채은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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