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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현실을 똑바로 마주한다는 것

Review|영화 '다크 워터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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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2-01

[씨네리와인드|정지원 리뷰어]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영화 속 영웅들은 언제나 혜성처럼 등장해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마침내 정의를 쟁취하는 히어로 그 자체였다. 때로는 악당들과 싸우다가 궁지에 몰리기도 하지만 각성의 단계를 거치고 시원하게 부활하는 그런 멋지고 당찬 영웅들은 그들의 사랑스러운 연인과 함께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오래오래 살아간다는 꽉 막힌 해피엔딩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그들이 잘살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세계만을 알고 있었다.

 

각박한 사회라는 일종의 표현이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할 나이가 되었을 무렵 나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이겨내는 캔디보다는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서사를 가진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몇 년째 평범해도 괜찮아’, ‘힘들어도 괜찮아.’라고 집단 최면처럼 위로 중인 사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런 평범한 히어로들도 마지막에는 꼭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다음 시리즈를 위한 복선으로써 곤경에 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뭇 다르다. 아니 정정한다. 완전히 다르다. 캔디형 히어로는 물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악당을 무찌르는 평범한 영웅과도 전혀 다른 가시밭길을 걷는다. 러닝타임 내내 혼자 싸웠던 주인공 롭 빌럿은 마지막 장면까지도 홀로 법정에 나와 여전히싸우고 있음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You're still here? (아직도 이 사건을 맡나요?)“라는 판사의 말에 ”Still here(.)”라고 답하며 꺼지는 화면 위로는 화학물질의 남용으로 끔찍한 환경오염과 피해를 준 듀퐁사가 모든 패배를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불한 사실이 흰 글씨로 떠오르고 아직도빌럿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문구 또한 함께 올라온다.

 

▲ '다크 워터스' 포스터 @ 이수 C&E 

 

건강하던 가축들을 폐사시키게 만들고 인간마저 암과 백혈병에 걸리게 만든 듀퐁사의 화학물질을 고발한 롭 빌럿은 참혹한 현실을 모른 척하지 않고 마주하기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길고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거대 화학기업인 듀퐁사를 상대로 홀로 싸우는 동안 롭 빌럿은 주변인들의 지지는커녕 적대적인 반응을 받게 된다. 대기업을 상대하기에 걱정해야 하는 신변의 스트레스부터 그를 믿지만, 소송비용을 위해 그의 임금을 계속 삭감하는 로펌 대표, 그들을 병들게 했을지라도 그 지역의 유일한 일자리이던 듀퐁사를 몰아냈다며 적대적인 주민들 그리고 7년이라는 세월 동안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자 병들어 떠난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분풀이를 롭 빌럿에게 하는 사람들까지 그를 둘러싼 극도의 스트레스에 롭 빌럿은 쓰러지기까지 한다.

 

그래도 롭은 국가마저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 시스템 아래에서 자신의 가족을 더 나아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계속한다. 더 이상 혼자만의 싸움은 아니다. 영화 초반 그에게 당신만 희생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등 지친 모습을 보여주던 그의 아내는 일상생활까지 광범위하게 널리 퍼져있는 화학물질의 위험을 확인한 후에는 그를 가장 믿고 지지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 '다크 워터스' 스틸컷.     © 이수 C&E

 

가정의 편안을 위해 변호사라는 직업을 포기하는 희생을 했던 그가 옳은 일을 위해 싸우는 롭의 위험을 함께 부담하고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조금 더 보여줬으면 좋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만큼 흥미롭고 멋진 인물이었다주인공을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걸 이겨낸 영웅처럼 비추는 과정이 오히려 평범한 관객들에게 무력감을 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본을 등에 업은 화학물질의 남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업 영화라는 아주 큰 의의가 있는 영화였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개인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믿는다. 영화 <매트릭스>(1999) 속 빨간약을 집어삼키는 사람들처럼,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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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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