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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울 용기

Review|'북스마트'가 전하는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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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2-08

  '북스마트' 스틸컷. © (주)콘텐츠판다


[씨네리와인드|임다연 리뷰어] 아이들이 다들 참 착하다영화관을 나서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영화 북스마트의 아이들은 소위 노는 아이들’ 역시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하나같이 순하고 착하다는 인상을 준다여느 하이틴과 다를 것 없이 통통 튀고 발랄한 영화이지만이 착한 아이들로 하여금 너그러울 필요성과 용기를 보았다.

 

어느 영화나 등장인물들에게는 서사의 진행과정에서 통상적인 조건에 따라 주어진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대표적으로는 히어로물의 영웅과 악당이 그러하다. ‘북스마트’ 역시 하이틴의 기본 조건이 성립하기 위해 인물들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역할을 부여한다잘 나가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그 카테고리에 해당한다이 구분 속에서 주인공 에이미와 몰리는 후자에나머지 대부분의 인물들은 전자에 속한다그렇다면 관객들이 기대할 시나리오는 뻔하다흔히 말하는 너드인 두 주인공이 고등학교의 견고한 신분 체계를 무너트리며 계급 상승을 하는 이야기이다.

 

 '북스마트' 스틸컷. © (주)콘텐츠판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초장부터 부수고 시작한다영화의 두 주인공들은 스스로가 낮은 계급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에이미와 몰리는 다른 아이들을 한심하게 여기며, (적어도 몰리는그들보다 나은 인생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노력과 목적없이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들이 모두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는 사실로 몰리의 계급은 무너진다나은 계급에 위치한다고 생각했던 몰리의 믿음은 부서지고졸업 하루 전날에 그녀는 아래 계급으로 끌어 내려진다그래서 영화는 사실상 계급 상승이 아닌 계급 회복에 그 목적을 둔다.

 

기존 하이틴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볍게 부수고 시작한 영화는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들이 세운 벽을 무너트릴 것을 요구한다영화 속에는 인권에 관심이 많고 똑 부러지는 학생회장이지만 애나벨을 긴급출동 서비스라는 짓궂은 별명으로 부르는 몰리도 있고페미니스트이자 인권 운동가이지만 약에 취해 바비 인형의 몸매를 가진 자신을 보고 좋아하는 에이미도 있다이 대목에서 언젠가 들었던 팟캐스트가 생각났다페미니즘 시위에 참여하다가 백화점에 들어가 시위를 놓쳤다는 이야기 같이 스스로의 모순적 면모를 고백하는 내용이었다이러한 고백에 대해 다른 출연자들은 비난이 아닌 공감을 표현했다주인공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 역시 이 팟캐스트를 듣는 청취자들과 비슷할 것이다그들의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면모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영화를 보며 관객들이 무너트리는 벽에는 어떠한 완벽함에 대한 이미지혹은 하나의 역할에 온전히 충실하기를 요구하는 마음 또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고정관념과 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극 중에서 에이미는 오픈 퀴어로 등장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퀴어 영화가 아닌 철저한 하이틴 영화이다그저 주인공이 레즈비언일 뿐이다그 덕에 퀴어 장르의 다른 영화들이 흔히 따라가는 내용인 포비아들의 괴롭힘을 극복한다거나감각적인 화면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물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 성소수자가 겪는 고통과 고난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우리 주변에 언제나처럼 있을 성소수자는 비극도 아니고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아니며어떠한 감성으로 소비되는 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성소수자 역시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이 나온 여느 헤테로 커플처럼 로맨틱 코미디이기도 하고하이틴이기도 하며물론 드라마이고 비극일 수도 있다지금껏 나온 슬픈 퀴어 영화들을 보면서 미디어의 역할과 파급력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는데지금쯤이면 행복한 퀴어 커플이 멀티플렉스에 등장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물론 어떤 방식으로 보여지든 여전히 그 절대적인 숫자는 적지만퀴어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찝찝하던 참이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북스마트는 지금까지 일반이라고 여겨졌던 흔한 고난들이 존재하지 않았다에이미를 너드라고 놀릴 망정그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부모님은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딸의 연애를 (오해는 하겠지만지지하고에이미의 첫 경험은 다른 헤테로 커플들처럼 파티에서 조금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영화에서 퀴어의 존재는 이처럼 대수롭지 않다현실에 비추어보면 조금은 판타지 같지만지금까지 없었던 퀴어 인물이라는 점은 확실하다이렇게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앞으로 영화와 관객 모두가 가져야 하는 방향성이 아닐지영화는 이렇게 또 다른 벽을 부순다.

 

  '북스마트' 스틸컷. © (주)콘텐츠판다

 

보통의 하이틴처럼 보였던 영화는 이렇게 많은 벽을 부수고 결론에 도달한다그것은 말랑말랑한 포용이다부서진 벽으로 어색해하고 급기야는 갈등하고 있을 주인공과 관객 모두를 차에 태워 멋대로 오해를 하고 신념을 지키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애나벨의 입을 통해 말한다그래서 울타리를 부수고 졸업식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받는 박수는 영화를 보며 각자의 벽을 무너트렸을 관객들에게 보내는 박수와 같다.

 

그렇다고 영화가 전투적인 것은 아니다말 그대로 너그럽다누군가에 대해 무엇이라고 삿대질 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상관없다고 말하는 영화는 그래서 거리낌없이 따뜻하다대학생이 되어 사회에 나갈 아이들을 배웅하는 영화는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 또한 배웅한다타인과 자신을 재단하고 삿대질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너그러워질 것을 부탁하며그렇게 영화는 아이들과 관객들을 배웅한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임다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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