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카하시 히로시, "인간의 갈등을 잘 그리는 감독으로 기억되길"

영화 '토시마엔 괴담'의 타카하시 히로시(高橋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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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훈
기사입력 2019-07-09 [13:30]

▲ 타카하시 히로시 감독.     ©씨네리와인드

 

타카하시 히로시(高橋浩) 감독이 자신의 첫 장편 영화 '토시마엔 괴담'으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도쿄의 '토시마엔'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괴담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다. 클래식한 J호러를 담은 '토시마엔 괴담'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좋은 평을 받았다. 일본식 호러를 잘 담아낸 타카하시 히로시 감독을 씨네리와인드가 부천에서 만났다. 

 

► 한국은 처음 방문하는 것인가? 처음 온 것이라면 전체적인 분위기나 느낌은 어떤가.

▻ 한국은 조감독님으로 일 때문에 한 번 온 적이 있다. 부천은 처음인데, 굉장히 재미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일본은 장마철인데, 지금 한국은 습기가 적고, 쾌적하다. 부천의 거리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분위기인데, 여기는 간판도 통일성 없어도 재미있고 길이 넓어서 오픈 테라스가 많은데 그것도 좋다. 식당에서 음식 먹을 때 분위기도 좋고, 영어도 안 되고 한국어도 안 되어 손짓, 발짓 다 하는데 점원도 친절하게 대해 주시더라. 대충 얼버무리면 반응도 해 주시고 그래서 재미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웃음)

 

► 어떻게 감독이 되었나? 어렸을 때부터 감독이라는 꿈을 가졌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계기가 있었던 것인지. 

 

▻ 어깨 너머에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예전부터 영화를 좋아했어’ 이렇게 말하곤 하는데, 나는 그런 거랑 무관하다. 대학 문학부에 입학하고 연극부에 들어갔는데, 그 이유가 학교 교정을 걸을 때 예쁜 여자애가 있어서였다 (웃음). 학교에 있는 연극부라 조명부터 연기까지 이것저것 다 하는데 이 일도 되게 재미있구나 싶었다. 현장에서 뭔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감독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 ‘토시마엔 괴담’은 괴담이 지닌 금기를 바탕으로 저주가 시작되는 게 인상적이다. 토시마엔 괴담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많고 많은 괴담 중에서 토시마엔 괴담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달라.

 

▻ 괴담이라는 게 실제로 있는 건 아니고 허구다. ‘저주’라는 허구를 가져왔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유원지 괴담, 학교 괴담 등 괴담이 굉장히 많다. 그걸 조사하다보니 재밌는 게 많아서 좋은 걸 많이 가져와서 형식을 취했다. 다양한 얘기를 섞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얘기를 만들어서 재밌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 사운드를 바탕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장면을 통해 마침표를 찍는 연출법이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영화에서 유도하고자 했던 반응이나 효과가 있나?

 

▻ 단순하게 첫 번째로 의도한 건 무섭게 느껴지길 바랐다. 항상 호러 장르를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호러 장르의 정답이라 생각하는 게 <케빈 피버>. 한 곳에 캐릭터를 다 가둬놓고 살기 위해서 서로를 죽이고, 나만 좋으면 된다는 그런 영화다. 그걸 호러 영화에서 실현해보고 싶었다. 인간의 이면성을 다루고자 해서 연출 메모를 상세하게 적어서 전달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다 좋아하는, 장점만 드러나던 사람들이 극한 상황에 처해지면서 나타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     ©

 

► 작품에서 ‘토시마엔의 저주’는 회전목마를 타야 풀린다고 나온다. 실제 괴담에서도 그런 것인지, 아니면 영화를 위한 설정인가? 그리고 왜 하필 회전목마인지 궁금하다.

 

▻ 회전목마 씬 같은 경우는 어느 괴담을 봐도 없는 내용이고 생각해 낸 것이다. 실제로 토시마엔 유원지는 유명한데, 가장 오래된 회전목마 중 하나라는 얘기가 있다. 110년 전 만들어진진 것인데, 독일에 있던 게 세계대전때 미국에 갔다가, 굉장히 흥행하고 토시마엔으로 와서 다시 수리된 후 토시마엔의 대표 상징 같은 느낌이 되었다. 그래서 넣게 되었다. 

 

 

▲ 영화 ‘토시마엔 괴담’ 스틸컷.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섯 명의 여배우들이 각자 캐릭터가 뚜렷하고 개성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캐릭터 설정에 있어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었나? 그리고 캐스팅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 사실 내가 나이 많은 참 좋은 아저씨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게 사실인데, 어린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나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그런 캐릭터들은 공통적으로 자의식이 강하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어린 주인공들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성격인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캐릭터의 개성이 없으면 재미 없어지는데, 연출 노트에도 되게 상세하게 ‘위에 오빠가 있으면 애교가 많지 않을까’, ‘동생이 있으면 배려심이 많지 않을까’ 이런 것들을 적어봤다. 

 

일단은 캐스팅할 때 특별한 건 없었고 키타하라 리에 같은 경우에는 ‘썬’이라는 영화를 보고 ‘이 친구 꼭 써야겠다’ 생각했다. 이 영화가 가혹하고 추운 환경에서 촬영한 영화인데, 영화 속에서 근성있게 촬영한 부분이 있어서 선택했다. 

 

 

► 개인적으로 아사카와 나나의 오랜 팬인데, 아사카와 나나를 캐스팅한 이유나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어봐도 될까?  

 

▻ 아사카와 나나 같은 경우 캐릭터가 재밌었던 이유가 실제 나이가 제일 어린데도 배우들과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친구 관계를 연기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염려했었는데, 모든 사람한테 이야기를 굉장히 잘 걸어주더라. 키타하라 리에 같은 경우는 말을 먼저 걸지 않는 편이고, 코지마 후지코도 말이 별로 없는 편이다. 아사카와 나나가 촬영장 갈 때도 먼저 같이 가자고 하고, 그러면서 진짜 친구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고맙고 많은 도움이 됐다 (웃음).

 

▲ 타카하시 히로시 감독.     ©씨네리와인드

 

► 인상 깊게 봤던 한국 영화가 혹시 있나?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장르인가?

 

▻ 좀비 영화 ‘부산행’을 좋아한다. KTX 타고 가는 영화에 좀비들이 나오는데, 웃으면서 죽어가는 좀비는 처음 봤다. 굉장히 좋아하는 발상이다. 또 ‘아가씨’라는 영화가 굉장히 어려운데, 계속 빨려들어가는 파워풀함이 있었다. 보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한 이 영화가 굉장히 좋았다. 좋아하는 장르 없이 영화는 다 좋아한다. 굳이 꼽으면 드라마, 인간의 갈등이 짙게 표현된 것이라 할까. 그러다보니 부산행이나 아가씨에 끌리는 게 아닐까 싶다. 

 

► 부천영화제는 매년 열리는 한국의 3대 영화제에 꼽히곤 하는데, 영화 ‘토시마엔 괴담’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굉장히 두근두근하고 기대된다. 관객분들 중에서 못 보신 분들은 꼭 보시고, 봐 주신 분들에게는 감사하다. 이 영화를 통해 굉장히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다음 작품 계획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것인지.

 

▻ 다음 작품으로 단편을 준비 중이고, 8~9월에 촬영할 예정이다. 예산이 굉장히 적어서 어느 정도 촬영 가능할까 도전해보고 싶다. 마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스마트폰으로만 찍었던 것처럼. 일본의 영상 업계가 돈도 없고 인력도 없는데, 퀄리티 높은 걸 요구하고 있다. 실험적인 도전이고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사회의 파문을 주는, 돌을 던지는 그런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이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그 안의 긴장감, 이런 분위기가 굉장히 싫다. ‘토시마엔 괴담’을 찍을 때도 그 분위기를 싫다고 말하고 싶었고, 너는 이러니까 이렇게 해야한다 이런 분위기가 굉장히 싫기 때문에 일본이 이대로 나아가도 되는가 질문을 하고 싶었다.  

 

► 앞으로 어떠한 감독이 되고 싶다, 혹은 어떠한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런 게 있나. 

 

▻ 일단 제일 처음에 말한 건 세계적인 감독. 그리고 인간의 드라마, 인간의 갈등을 제대로 그리는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깊이를 파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 이 사람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이런 걸 일상의 사건 사고를 보면 이런 걸 많이 생각한다. 사실은 소설보다 굉장히 강력하다는 생각. 만드는 입장에서는 현실이 더 강력하긴 하지만, 그런 걸 영화에 잘 담아낼 수 있도록. 인간의 갈등을 잘 그리는 감독이었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해주는 감독이 되고 싶다. 

 

[씨네리와인드 한재훈 에디터]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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