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지켜줘야 하는 동물들의 ‘동물, 원’

울타리 뒤 동물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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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사입력 2019-10-15 [15:37]

▲  동물, 원 일러스트 공식 포스터  

 

 

 몇 년 전 영화 <옥자>를 보고 난 뒤, 동물들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러다 앤서니브라운의 동물원이라는 동화책 원본을 구하게 되었고, 영어로 쓰여 있었지만, 다행히 그림책이라 쉽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앤서니 브라운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동물원을 구경하는 모습과 다르게, 바로 옆면에는 동물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인간은 계속해서 해맑게 웃고 있었지만, 동물은 인간과 대비되는 모습들로 그려내 무척이나 정적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던 엄마는 동물원을 계속 지켜보다 아이들에게 동물원은 동물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닌,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며 끝이 난다.

 

▲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책 'ZOO'  

 

 그때의 충격만큼, 지금부터 이야기할 영화 동물, 은 나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동물, 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청주동물원이 배경이 되었는데, 우리나라에 청주동물원은 2014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서식지 내에서 보전이 어려운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보전, 증식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지정된 곳은 청주동물원 포함 3곳밖에 없었다.

 

 

  그곳, 청주동물원에서 일하는 사육사와 수의사들은 진심으로 동물들을 지켜내고 있었다. 맹수, 물범을 담당하고 있는 권혁범, 전은구 사육사는 어쩌면 생명이 걸린 만큼 위험한 맹수들을 맡고 있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은구 사육사는 오히려 그 맹수들에게 날카로운 매력이 있다며, 많이 다친 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

 

  하루는 물범 범순이와 범돌이가 새끼 초롱이를 낳게 되자, 전은구 사육사는 자신의 아이라도 난 것처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전은구 사육사는 어느 정도 자란 초롱이를 두 달 동안 교육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초롱이가 동물원에서 자랐기 때문 이였다. 자연에서 자란 새끼 물범들은 작은 물고기든 큰 물고기든 직접 사냥해서 먹기 때문에 음식을 혼자 찾아 먹는 본능이 생기는데, 동물원에서도 최대한 자연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두 달이 지나고, 전은구 사육사는 초롱이를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보내게 된다. 청주동물원에 물범 최대 수용 규모가 초롱이까지 합해 3마리지만, 청주동물원의 좋지 않은 수질상태를 고려해 초롱이가 조금이라도 더 넓고 좋은 환경에서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생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롱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기른 전은구 사육사의 심정이 얼마나 아팠을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 영화 <동물, 원> 스틸 이미지, 새끼 초롱이가 물에서 나오지 못할까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은구 사육사   

 

 

 권혁범 사육사는 표범 방사장을 넓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1980년대에 한국에서는 유행처럼 지역마다 공영 동물원을 지었지만, 동물원의 설계, 공사의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구조물들만 들어섰다고 한다. 동물들을 대변하는 권혁범 사육사의 눈에서 슬픔과 분노가 느껴졌다. 현재 대부분의 공영동물원은 넉넉지 못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구조개선 공사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동물원에서 2017년 여름, 사육사와 수의사들의 끈질긴 요청 끝에 표범 방사장을 넓히는 공사를 시작했고, 이는 청주동물원이 97년 개장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증축공사에 성공했다. 권혁범 사육사는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 영화 <동물, 원> 스틸 이미지  

 

 

 서식지 외 보건기관 담당 박영식 사육사는 다친 새를 지켜보며 동물들이 아프면, 밥도 잘 안 먹어서 밉지만 동물들에게는 제가 전부라서.... 그냥 동물들이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가 동물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에 그저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마지막으로 진료 사육팀장인 김정호 수의사의 이야기까지. 모든 사육사, 수의사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영화 <동물, 원> 스틸 이미지, 청주박물관에서 태어나고 자란 호랑이 박람이가 응급실에 실려가는 장면

 

▲ 영화 <동물, 원> 스틸 이미지, 새끼 물범 초롱이의 모습

 

 

 우리 인간들은 정말 동물들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그저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그들의 영역을 너무나 많이 훼손해 버린 것은 아닐까. 이제는 동물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며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동물들을 위한 동물원이 아닐까.

 

이제는 우리가 동물들의 꿈을 지켜줘야 할 때이다.


[씨네리와인드 정유진]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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