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건네는 미약한 위로, ‘버티고’ [BIFF]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버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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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
기사입력 2019-10-17 [11:50]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위로받기 위해서 영화를 볼 때가 많다. 때로 나와 전혀 다른 인물의 삶을 통해 전해지는 통쾌함도 위로가 되지만, 보통의 경우는 나와 닮은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이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순간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아마 주인공을 통해 얻는 대리만족의 역할이 꽤 큰 것 같다.

 

 

▲ 포스터     © 네이버 영화

 

그런데 영화 버티고는 그 위치가 좀 모호하다. 주인공 서영의 상황을 생각하면 영화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 반영과 극복에 가깝다. 극 중 서영이 겪는 현실은 늘 우리가 보아온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청력이라던지 연인 진수의 성적 지향성과 같은 조금은 독특한 설정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녀는 우리가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그러나 지독하게도 익숙한 상황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계약직으로 겪는 불안, 사내연애와 그에 따른 후폭풍, 상사의 성희롱, 가족에 대한 애증. 관객은 자연스럽게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서영에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게 된다.

 

 

▲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그런 서영을 지독한 현실에서 구원하는 인물이 관우. 한편으로, 영화의 지점을 애매하게 한 인물 역시 관우. ‘관우라는 인물은 서영과 달리 관객과의 거리가 멀다. 로프에 매달려 고층 건물의 창문을 닦고, 서점 위 높게 매달린 의자에서 피에로 분장을 하고 앉아 있는 그. 그런 그가 나타나 서영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구원하기 위한 조력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관우가 위치하는 높이만큼 거리감이 느껴졌다. ‘서영이 겪은 일들은 현실인데, 그녀를 돕는 관우는 환상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는 현실에 대한 희망을 준다기보다 단지 영화에 머물게 되었고, 따라서 위로의 힘은 미약해졌다.

 

관우가 상징하는 의미 자체에도 조금 의구심이 든다. ‘서영에게 관우는 계속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가 건물의 두꺼운 유리 창문을 깨고 서영을 구하러 오지 못했던 것처럼, 그는 이후 서영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서영이 살아가는 현실은 여전히 이전처럼 흘러갈 것이고, 그것이 곧 우리의 삶이다. 현실의 서영들에게는 나타날 관우는 없고, 만약 그가 존재할지라도 과연 지속 가능한 낙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그 밖에도 영화에서 인물 관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영과 엄마와의 관계는 영화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었으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도는 듯한 느낌이다. 반면 관우와 누나와의 관계는 짧고 강하게 등장했으나 이후 설명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 부분이 더 설명됐다면 관우라는 인물에게 느껴지는 거리감 또한 좀 더 해소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만큼은 어떤 사족을 붙이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고 싶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서영에게 그래도 버티고있어 달라고 손을 건네는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 두고두고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씨네리와인드 박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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