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필수 관람' 다큐..총장에게 맞아가면서 지켜낸 것은

[프리뷰] 영화 '졸업' / 11월 07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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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기사입력 2019-11-01 [16:05]

▲ 영화 <졸업> 포스터.     © (주)시네마달



2019년 한 해 동안 다양한 내용을 다룬 '필수 감상' 다큐멘터리가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27년 간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노력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김복동>,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야생동물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 사이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통해 마음을 울린 <동물, 원>, 1980년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무장 항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광주 시민들의 기억과 기록을 담은 <김군>이 그것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의 실상을 담은 <삽질>과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진실을 추적한 <대통령의 7시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다큐멘터리 '풍년' 속에서 <졸업>은 빼먹어서는 안 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이 다큐멘터리는 무려 10년의 시간을 담아냈다. 그 10년은 청춘들에게 비록 힘겹고 더딘 시간이었지만 결국엔 꽃을 피워낸 귀중한 순간이었음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2009년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상지대학교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사학 비리로 학교를 떠난 김문기 이사장이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는 소문이다. 이 소문에 대해 농성을 시작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1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던 박주환 학생은 이후 국토대장정을 떠난다. 국토대장정 중에 그는 영상 하나를 보게 된다. 그 영상은 상지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인 이현승 학생이 도로에 주저앉아 김문기 이사장의 복귀를 반대하며 울부짖는 영상이었다.

 

▲ <졸업> 스틸컷.     © (주)시네마달



작품은 김문기가 학교에 총장으로 취임하게 된 과정부터 그를 몰아내기 위해 무려 10년의 세월을 투쟁으로 보낸 20대 청춘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공익이사제도를 도입해 족벌체제를 견제하고 대학평의회를 설치해 대학 운영의 봉건적 구조를 민주화하는 쪽으로 사학법을 개정하기로 방향을 정한다. 1990년대 들어 상지대를 비롯해 많은 사립대학의 재단들이 비리와 분규로 들끓었고 친인척을 요직에 배치해 땅 투기나 교비 횡령, 건설비 리베이트 같은 비리를 저지른 데 대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사학법 개정은 보수계의 막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장외투쟁까지 불사한 한나라당의 저항에 직권상정으로 통과된 사학법은 재개정되었고 개정 이전으로 회귀되었다. 그리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정이사 9명 중 옛 재단 출신 이사 4명을 결정하였다. 학교로 돌아온 박주환과 이현승을 비롯한 상지대 학생들은 강하게 저항하였으나 이를 비웃듯 2014년 8월, 김문기는 상지대 총장으로 취임한다.

 

2009년 당시 사학비리는 뜨거운 이슈였고 상지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들은 사학비리를 저지른 재단과 이사장들이 돌아오는 걸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사학법 재개정은 이런 학생들의 저항을 무력화 시켰고 박근혜 정권에 이르러 속속들이 비리 이사들은 학교로 복귀하였다. 교육부는 사학재단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를 펼치지 않았고 학생들의 시위는 경찰과 재단 측이 고용한 이들에 의해 입막음을 당했다.

 

▲ <졸업> 스틸컷.     © (주)시네마달



2014년 박문기가 총장으로 취임했을 때는 이현승도, 박주환도 학생으로는 학교를 졸업했을 때였다. 그리고 학생회장 윤명식은 이사장이 아닌 총장이 된 박문기의 상지대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김문기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 방문했지만 돌아온 건 뺨을 때리는 폭력과 폭언이었다. 이에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김문기를 몰아내기로 결심한다. 단식투쟁을 하고 학생들을 모아 시위도 했지만 결국 무기정학으로 인한 졸업금지를 당했다.

 

2015년 학생회장이 된 전종완은 가장 격렬하게 투쟁한다. 총장의 차를 막고 면담을 요구하는가 하면 옥상에 올라가 제발 면담을 허락해 달라며 뛰어내리려고 한다. 전종완 학생은 이 순간을 추억하며 그 사람들이 너무나 불쌍했다고 말한다. 눈과 귀를 막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모습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사회적인 질타와 멸시를 부를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주환은 10년 동안 카메라로 이 모든 순간들을 기록하였다.

 

감독 스스로도 10년의 세월이 걸릴지 몰랐다고 말하는 이 작품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능성이다.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인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누구나 민주주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어느 곳에서나 민주주의의 정신은 실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상지대 학생들은 공부를 통해 미래를 그려내야 되는 학생들이란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 <졸업> 스틸컷.     © (주)시네마달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시위를 한다는 말과 교수들이 학생들의 행동을 말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정신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누리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 상지대 학생들의 승리는 민주주의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작은 사회이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에서 그 가치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이 지닌 민주주의의 역사이다.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힘으로 세 번 대통령을 바꾼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경험은 희망을 품게 만든다. 더디고 힘들지만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준다. 상지대는 1993년 331일간의 농성을 통해 당시 이사장이었던 김문기를 몰아낸 경험이 있었고 민주화 운동 세대인 교수들은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학생들을 다독이고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주저앉지 않을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 <졸업> 스틸컷.     © (주)시네마달



<졸업>은 한 대학교가 실현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필수 관람' 다큐멘터리이다. 사학비리 재단 대학교에게 등급에 감점을 주어 오히려 사학비리를 숨기게 만드는 교육부와 사학비리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 학생들의 등록금을 수업이 아닌 재단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만든 검찰 그리고 잘못된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한 문제를 이들은 지적한다.

 

'졸업'이 끝이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시작'을 의미하듯 상지대의 승리는 더 큰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비리재단 문제로 염증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교들의 문제해결과 비리의 온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학법의 개정이 필요할 때임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청춘은 꽃과 같이 아름답기에 청춘이 아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피워낼 수 있는 힘과 열정이 있는 시기가 청춘임을, 그래서 이들의 10년의 노력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임을 보여준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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