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라는 스크린에 담긴 현실

[프리뷰] 제17회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가 -가 +

손민현
기사입력 2019-11-11 [10:35]

일상을담아낸스크린

17회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국내경쟁1 리뷰

 

Review 민현


 

 

20191109192031_mrheblwd.jpg

 

주말이면수많은사람들이찾는광화문광장사거리, 광화문과서대문, 시청, 종로로갈수있는갈림길에서서대문으로가는길을걸어가다보면쉽게씨네큐브를찾을수있다. 주말이라영화관에도다양한사람들이있어원래씨네큐브의분위기와는달리시끌벅적했지만, 분명문밖광화문의시끌벅적함에비교하면조용한적막처럼느껴졌다. 상상이라는스크린에담은우리나라의현실을보기위해국제경쟁작보다는국내경쟁작을골랐다. 단편영화를극장에서보는경험자체도처음이기때문에그냥일반극장에앉는것보다도새로운느낌이들었다. 내년의단편영화제를기대하며마냥편하게만볼수는없었던국내경쟁작들을차근차근훑어보자.

 

-

 

#1 탈날() (Breakdown)

 

현관문두드리는소리에남자는잠을깬다. 익숙한것들이잘못연결되어있다. 현관문을열면화장실불이켜지고, 화장실불을켜면텔레비전이켜진다.”

 

20191109192104_qhxmhxoh.jpg

 

어떻게보면다섯편의작품중가장의문이많이생기는작품이었다. 소리부터시작해어두운배경까지스릴러의긴장을넘어서공포까지느껴졌다. 홈쇼핑을보다가잠이든듯한모습의남자는어딘가이상함을느낀다. 자연스럽게느껴졌던일상이해체되는과정을생생한배우의표정으로알수있다. “근데..” 하고마무리짓는이영화가말하고싶은건뭘까. 가끔너무나도익숙했던일상이낯설다고느껴질때가있다. 낯선일상이탈나고고장(Breakdown)난다는건어떤소재보다도공포스러웠다

 

 

#2 움직임의사전 (Movements)

 

 

어떤아프리카바오밥나무는 10분동안 0.008mm자란다. 그사이세상에서가장빠른개그레이하운드는 12km를달리고, 지구는태양주위를 18000km돈다. 이작품의상영시간은 10분이고나는하루에 2초를만들었다. 우리는함께걷고, 보고, 일하고, 달리고멈춘다.”

 

20191109192222_siaanlcf.jpg

 

이세계에존재하는각자의속도는다르다. 누군가는빠르고누군가는느리다. 이애니메이션에는바오밥나무, 그레이하운드, 사람, 고목등이등장한다. 각자다른속도로같은곳으로향하는첫번째씬은우리에게어떤울림을준다. 이후다양한이야기가나오지만역할이라는소제목이기억에남는다. 벽을하얗게페인트칠을하는젊은여자와노목과그레이하운드. 그레이하운드는빠르게이곳저곳을난잡하게칠하지만금세지쳐화면밖으로나간다. 젊은여자는열심히이곳저곳을칠하다가적당히대부분다채우자퇴장한다. 고목은가장느린속도지만, 모든벽을완벽하게칠하고나서야밖으로퇴장한다. 각자의속도만큼각자에게주어진역할이존재하는것아닐까.

 

 

#3 주근깨 (Freckles)

 

 

억지로다이어트캠프에끌려온십대영신. 룸메이트주희와의입맞춤후지겨웠던캠프생활이요동친다.”

 

20191109192310_qhyogafb.jpg

 

주희는영신의주근깨를유심히쳐다본다. 흔들리는영신의눈은주희를응시한다. 늘잿빛이었던영신의일상은분홍색으로요동친다. 등장인물들은각자사랑이라는감정에대해조금다르게인식한다. 누군가는대수롭지않은듯, 누군가는일상을움직이는원동력처럼. 영신의일상은주희에따라변화한다. 분홍빛에서다시잿빛, 그리고마지막은회색빛으로변한다. 자신의분홍색일상을누군가에게주었기때문이다.

 

 

#4 K_oo닮음_93년생.avi (Lookalike( )_22yo_Koreancollegegirl.avi)

 

 

“26살혜원은자신의섹스동영상이유출되었다는사실을알고전남자친구지호를고소하고, 살던곳을떠나새알바자리를구한다.”

 

20191109192332_iaczxbzg.jpg

 

저몇글자와동영상정도로내삶을파괴할수있다고생각할수있을까. K oo는특정인물이아닌대한민국에사는누구나를뜻한다. 영화가현실을제대로담아내지못하는건어쩔수없지만이경우엔특히더그렇다. 혜원의심정과그로부터파괴된일상을화면으로제대로느낄수가없었다. 그리고그주변의평온해보이는일상, 아무렇지않게그들을대하는사람들과주변풍경은혜원을더압박한다. ‘? 그리고어떻게?’라는질문은더이상의미가없다. 그녀가살아가는일상은공기가사라진듯숨을쉴수없기때문에화성에떨어진것처럼그녀는그렇게살아갈수밖에없다. 주변은아무렇지않지만그녀의일상은그렇게조용히그리고무참하게파괴된다.

 

 

#5 노량대첩 (Noryang Battle)

 

 

임용고시 5수생연주는답답한속을뚫기위해매일일탈을저지른다. 고시합격을방해하는적을만나게된날, 일탈을하다경찰에게잡히는위기에처한다. 뭐하나뜻대로되지않는연주의인생. 하지만바로잡을기회가곧찾아온다.”

20191109192439_txethqkz.jpg

유쾌하고박진감넘치게그려내지만이들이담아내는노량진의일상은무너져있다. 극에등장하는고시생연주는다른사람들의일상에흠집을내는취미가있다. 조용한영화관에서갑자기악소리를지른다거나버스앞자리에앉은여자의머리카락을아무런양심의가책도없이가위로잘라버린다. 왜그녀는다른사람의일상에흠집을낼까, 곰곰이생각해보면내삶과내일상에어떤흠집도내지못하기때문이라고생각했다. 학생이라면한번쯤느껴봤을고시생이라는신분과그일상은시간이지날수록사람을옥죄고압박한다

 

 

-

 

 

 

국내경쟁1이상상이라는스크린에담았던현실은우리의일상이다. 일상은여러가지형태로공기처럼존재한다. 가끔그공기는숨을옥죄어오기도하고, 비냄새가득하다가도어느날맑게개기도한다. 마치공기처럼잡을래야잡을수없지만늘우리곁에있는일상을단편영화라는수단을통해간접적으로체험했다. 단편영화가주는매력은이런것이다. 일반영화에서는느낄수없는삶의단면을조금더날카롭고매끄럽게절단하여들여다볼수있다

 


 

[씨네리와인드 손민현]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손민현의 다른기사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씨네리와인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