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서 몸 수색 당한 남자의 비밀...직원이 놀란 이유는

잔혹하고도 폭발적인 오드 판타지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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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기사입력 2019-11-13 [15:40]

 

▲ '경계선' 포스터.     © (주)제이엔씨미디어그룹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은 단 두 줄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인간이란 단어는 사람 인(人)에 사이 간(間)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의미한다. 사람들 사이에는 틈이 있고 시인은 그 틈을 섬으로 표현한다. 사람은 서로 간의 관계에서 삶의 행복과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인간이란 단어에는 사회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사회란 공간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관계 속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는 건 아니다. 섬 사이에 거리가 있는 거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경계라는 게 있다. 어떤 사람은 이 경계를 넘는 걸 허락받지 못한 채 혼자만의 섬에 갇혀 외롭고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기도 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두 존재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오드 판타지 <경계선>은 어떠한 섬에도 갈 수 없었던 이들이 서로의 섬을 마주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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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직원 티나는 남들과는 다른 외모 때문에 세상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치매 증상을 지닌 아버지를 꾸준히 병문안 가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빌붙어 먹는 걸 알지만 남편을 위해 돈을 버는 티나의 유일한 낙은 숲속을 거닐고 강에 몸을 담그는 것이다. 티나가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특별한 능력 덕분이다. 티나는 후각을 통해 나쁜 행동을 저지른 인간이 내면에 품은 죄책감을 알 수 있다.
 

이 능력으로 불법의 소지가 있는 물건들을 반입하는 이들을 잡아내던 티나는 보레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보레에게서 티나는 그 냄새를 느끼지만 그의 짐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 보레의 존재에 수상함을 느낀 티나는 동료 직원에게 보레의 몸수색을 부탁한다. 몸수색을 마친 직원은 충격적인 사실 두 가지를 이야기해준다. 그가 여성의 성기를 지니고 있다는 점과 엉덩이 위쪽에 큰 상처가 있다는 걸 말이다.

 

이 사실이 충격적인 이유는 티나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여성임에도 남성의 성기를 지녔기에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기 두려워했던 티나는 보레의 존재에 호기심을 갖는다. 보레는 티나가 자신과 같은 '종족'이라 말한다. 그는 자신들은 인간이 아니며 그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말한다. 그 증거로 보레는 원래 꼬리가 존재했다는 엉덩이 위의 상처를 말한다. 평생을 외롭게 지냈던 티나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보레와 가까워진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된다.

 

<렛 미 인>의 원작자로 유명한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첫 번째는 판타지의 측면이다. 티나가 숲속에서 동물들과 교감하거나 보레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묘한 느낌을 준다. 인간의 세계에서 소외된 그녀가 인간보다 더 넓고 위대한 자연이란 존재 속에 살아가고 인간이 아닌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은 특별한 장치 없이 세계관의 확장을 가져온다.
 

 
이런 확장은 티나와 보레의 존재만으로 판타지의 신비함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두 사람이 비가 내리는 날 강에서 수영을 하는 장면은 인간과 다른 종족이기에 인간이 만든 사회 안에서 소외와 고통으로 살아온 두 사람의 고난과 역경을 아름답게 담아내며 장면이 주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장면은 앞으로 펼쳐질 티나와 보레의 사랑이 결코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서스펜스적인 측면이다. 티나가 세관에서 아동포르노를 소지한 남자를 적발해 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인간이 지닌 광적인 욕망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야기가 지닌 서스펜스의 측면을 강화시킨다. 이 사건으로 티나는 아동포르노 제작자들을 적발해내기 위해 경찰에 수사협력을 하게 된다. 사건의 수사가 긴장감을 지니는 이유는 보레의 존재 때문이다. 티나는 보레를 자신의 집으로 들일 만큼 그에게 신뢰를 보이지만 그 정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플롯으로 아동포르노 사건이 진행되면서 혹 보레가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이 가중된다. 관객들은 불행한 삶을 살아온 티나가 보레를 통해 행복과 사랑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 행복이 계속 지속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건이 진상에 가까워질수록, 보레의 정체에 대해 티나가 의심하면 할수록 두 플롯의 경계선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서스펜스의 긴장감이 지속된다.

 

세 번째는 사회적인 측면이다. 작품의 감독 알리 아바시는 이란에서 태어나 스페인에서 성장하였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방인'이라는 시선을 받고 이를 인지해야 했던 감독은 스웨덴을 낯선 공간으로 포장한다. 티나에게 스웨덴은 자신의 고향이지만 다른 생김새를 지닌 사람들이 존재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곳이다. 같은 인간이지만 생김새를 이유로 차별을 받고 편견의 시선에 갇힌다.
 

이런 티나와 보르의 존재에 대해 감독은 사미인 족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사미인 족은 북유럽 원주민으로 1960년대 스웨덴 정부에 의해 격리당하고 불임시술을 당한 인종이다.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핍박의 아픔을 당했던 사미인 족의 이야기는 이 작품의 뿌리가 된다. 여기에 더해진 사상적인 줄기가 스웨덴의 삶의 경향을 의미하는 '라곰(Lagom)'이다. 동양철학의 중용(中庸)과 비슷한 개념인 이 단어는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의 조화를 중시한다.
 

티나는 이런 라곰 사상에 갇힌 인물처럼 표현된다.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와 능력을 표출하지 못하고 사회란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멸시와 조롱에도 견뎌낸다. 이런 라곰과 대비되는 존재가 티나가 유일한 안락을 느끼는 자연이다. 자연 속에서 티나와 보레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비 때문에 넘쳐흐르는 강물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를 통해 진정한 해방을 보여준다.

 

<경계선>은 사회가 지닌 다양한 '경계' 때문에 억압과 핍박을 받아야 했던 모든 이들에게 해방을 선사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작품이 보여주는 판타지의 색이 아름답기보다 기괴한 이유는 국경과 경계를 이유로 인간이 행하는 폭력과 차별의 색이 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섬을 지키기 위해 경계를 치는 사회와 달리 넘치는 에너지로 모든 생명체를 포용하는 자연의 힘은 경이로운 환희를 이끌어 낸다. 독특한 만큼 특별한 이 영화는 기괴하고도 폭발적인 정체성에 관한 우화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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