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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한 남자

장윤미 감독의 '공사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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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19-12-12 [16:15]

 

▲ <공사의 희로애락> 스틸 이미지  © 네이버

 

[씨네리와인드유수미 리뷰어] ‘누가 해도 할 일이면 내가 하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면 지금하고, 어차피 할 일이면 더 잘하자.’ 이것은 노동자 장수덕 씨가 일하는 공장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글귀이다. 그는 평생을 몸 바쳐 건축물을 짓는 일을 해왔으며 남보다 잘, 빨리, 정확하게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달리 그의 내면은 우울하다.

 

“살면서 좋았던 기억이 뭐예요?” 라고 딸이 묻자 그는 좋았던 기억이 없다고 얘기한다.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비출 때면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그의 뒷모습. 감독은 그의 이마를, 손등을 클로즈업해서 깊게 파인 주름살을 비춰준다. 주름들은 그간의 여생을 보여줌과 동시에 고독함을 나타낸다.

 

▲ <공사의 희로애락> 스틸 이미지  © 네이버

 
영화는 노동자 장수덕 씨를 쭉 따라가지만 그 한 사람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입시, 취직이라는 경쟁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현대인들을 포함하여 나에게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현실에 눈을 떠 공부라는 경쟁을 하고, 대학생이 된 지금 과제와 대외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높은 학점과 상장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기쁘지만 나의 내면은 외롭고, 고독하고, 무엇보다 행복하지가 않다. 스펙 + 좋은 대학 -> 취직 = 성공이라는 나의 루트가 어느 순간부터 의구심이 든다.


장수덕 씨는 평생을 일만 하다가 치매에 걸려 돌아가신 할머니를 보고 그녀의 삶이 비참하다고 얘기한다. 장수덕 씨 자신의 삶이 할머니와 맞닿아 있다고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그는 초등학교 때 개근상을 못 받은 것이 아직도 한으로 남는다고 얘기한다. 사회적 보상 때문일까? 아니면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 때문일까? 우울해하면서도 그가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공사의 희로애락> 스틸 이미지  © 네이버

 
영화는 버스와 차 속에서 바라본 창밖의 풍경을 담아낸다. 이는 마치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쌩쌩 달리는 장수덕 씨를 은유한듯하다. 더불어 바쁜 그에게 있어 시간은 빨리 흘러  가고 주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그를 나타낸 것만 같다. 감독은 바닥에 고인 물, 파리, 고양이, 구름, 산 등의 피사체와 풍경들을 영화 속에 집어넣는다. 이러한 피사체와 풍경들은 다분히 일상적이지만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감독은 그에게 쉼과 휴식을 가져다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후반부, 장수덕 씨와 딸은 함께 할머니 산소를 방문하는데, 아카시아 꽃잎이 하늘에서 그들의 머리 위로 살포시 떨어진다. 딸은 “예쁘다.” 라며 좋아하고 장수덕 씨도 “눈 온다 눈 와.” 라며 농담을 친다. 할머니의 무덤 위에도 아카시아 꽃잎이 포근하게 내려앉고 있다. 하느님이 장수덕 씨의 사연을 듣고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일 수도 있고 할머니가 하늘 위에서 장수덕 씨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꽃잎이 소소하지만 작은 위로를 주는 것처럼 나 또한 장수덕 씨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만큼 애쓰고 있으니까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직 세상엔 볼게 많이 남아 있다고. “늙으니까 쓸쓸하다.” “60 넘으면 죽는다는 말이 있대.” 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가 60년을 전환점으로 다시 제2의 인생,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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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미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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