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체기사

News & Report

Review

Magazine

Opinion

Critics

Culture

DB

'Compliance' : 왜 권위에 복종하는가?

경찰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당신에게 비상식적인 명령을 내린다면, 당신은 명령을 따를 것인가?

가 -가 +


기사승인 2020-01-16 [15:55]

▲ '컴플라이언스' 포스터.  

 

[씨네리와인드|조현진 리뷰어] 영화 compliance는 경찰관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비이성적인 명령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명령에 복종한 사람들 때문에 무고한 피해를 입은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베키가 도둑질을 했다는 신고가 한 경찰관의 전화로부터 들어왔다. 전화를 건 경찰은 가게 매니저에게 베키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처음에는 단순히 감시하는 단계에서 점차 옷 수색으로 더 나아가 옷을 벗기고 몸을 묘사하라는 터무니없는 경지까지 다다른다. 당신이 매니저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였을 것인가? 

 

왜 사람들은 공권력에 복종하는지, 또한 사람들의 무비판적인 복종으로 일어나는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이 영화에는 크게 권력에 대응하는 4가지의 인간상이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는 각각의 인간상을 다소 과장하여 표현되었지만 그들이 대표하는 성격과 행동들은 모두 현실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 '컴플라이언스' 스틸컷.  

 

1. 다니엘 – 불합리한 공권력의 행사자.

 

‘책임은 저한테 있으니, 당신은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다.’

 

다니엘은 베키가 도둑이라며 샌드라에게 전화를 걸어 옷을 벗기고 소지품 검사를 하라는 등 불합리한 권력의 행사자이자, 사건의 주동자이다. 하지만, 결말까지 왜 다니엘이 이런 사건을 벌인 것인지, 베키에게 어떤 악감정이 있던 것은 아닌지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필자는 다니엘은 순수하게 인간 본연의 악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위에 올라서고 싶고, 누군가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진다. 남들보다 더 인정받고 뛰어나고 싶다는 욕구는 생존 본능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그 자체로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사람은 욕구를 이성적으로 다스릴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고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면 억제할 수 있다. 바르지 않게 표출된 욕망은 질서를 지키기 위해 국가에 의해 처벌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 다니엘은 실제로 경찰이 아닌 거짓된 권력자였기에 경찰에게 잡혀가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만약 실제로 공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이 부패하여 권력을 남용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일까? 현재 사회에서도 여전히 공권력의 부패는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 '컴플라이언스' 스틸컷.  

 

2. 샌드라 - 비이성적인 공권력에 복종하는 권력의 하수인.

 

“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어요. 당신도 그 상황이면 똑같이 했을 거예요.”

 

샌드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베키를 도둑으로 의심하는 경찰관, 즉 다니엘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른다. 처음에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니엘의 “책임은 내가 집니다.” 라는 말을 듣고 난 후 주저하는 모습은 사라지고 오히려 다니엘의 권한을 이어받아 명령을 한다는 상황에 익숙해진 면모를 보여준다. 어떤 행동을 하여도 자신은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 잘못이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킨 샌드라는 상식적으로는 용인되지 않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한다. 자신이 책임질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 행동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취한 것이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샌드라는 ‘나는 선량한 시민으로서 국가 공권력에 기여했을 뿐이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며, ‘공권력’이라는 것에 스스로의 악행의 책임을 모두 떠넘기면서 자기 행동을 합리화 하였다. 

 

중요한 점은 샌드라가 단지 멍청했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명령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니엘은 경찰 흉내를 내며 공권력이라는 힘과 샌드라의 상사를 언급하면서 압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압박감을 준 동시에 책임을 질 필요 없다는 달콤한 유혹을 하여 샌드라를 꾀어냈다.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 보여주듯, 자신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기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시키는 큰 면죄부를 선사하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공권력이 어떤 행위를 강요하였다 하더라도 그 행위를 할지 말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행위의 주체자인 개인 스스로이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의 행동이 옳고 다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스스로가 하는 행동을 되묻고 도덕적으로 올바른지 따져가며 자신의 행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민족 대학살을 자행한 아이히만도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며 자신의 책무를 다한 것뿐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가 원초적 욕구만을 충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책임을 져 준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며 주체적인 행위자가 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단순한 짐승에 불과할 뿐이다.  

 

▲ '컴플라이언스' 스틸컷.

 

3. 케빈 - 부당하게 공권력이 작용하는 상황을 묵인함.

 

‘이건, 이런 건 전 못하겠어요.’

 

케빈은 부당하게 공권력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괜히 사건에 연류되고 싶지 않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겠지만,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타인이 위험에 빠져있을 때 나만의 이익을 생각하며 회피한다면 훗날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 도와줄 사람도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정신은 많이 미약해져있다. 케빈은 이처럼 공동체 의식이 미약한 개인주의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케빈이 상황에 의구심을 느끼고 빠른 조치를 취했었다면 베키는 조금 더 일찍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다. 상호 이익을 위해 공동체 의식을 동원하여 남의 고난이라고 묵인하지 말아야 한다.

 

악행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만 잘못이 아니라, 악행이 일어나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하는 것도 그 악행에 일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나와 관련 없는 악행을 신고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내부 고발의 경우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정작 내부 고발을 한 당사자는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케빈과 같이 차마 불합리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행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자신의 안위에 해가 가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도 않는 인간상이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어느 누가 케빈의 행동을 탓할 수 있겠는가? 케빈이 적극적으로 베키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적극적으로 비난 할 수 없다. 대다수는 케빈과 같이 행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빈과 같이 방관자들을 피해자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개인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측면에서도 공동체 의식 신장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컴플라이언스' 스틸컷.  

 

4. 베키-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당한 여성

 

 ‘저는 절대 돈을 훔치지 않았어요.’

 

베키는 공권력이란 이름 아래 행해진 폭력의 피해자이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은 왜 그녀가 부당한 권력에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을까 궁금해 한다. 즉, 이 영화는 주인공인 베키를 통해 왜 사람들은 공권력의 행사에 복종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아마도 필자는 베키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따르는 것이 문제 상황을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혹은 따르지 않으면 뒤 따라올 처벌이 두려워 복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공권력의 행사에는 ‘법’이라는 명시적 근거가 존재한다. 국민들은 개인의 자유를 일부 국가 권력에 양도하는 대신, 국가는 개인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국가 공동체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통제할 수단으로 객관적인 규율, 법을 만들었다. 따라서, 국가의 수호 아래 있다면 국민들은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을 당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법이 정의로운 것일까? 법을 제정한 사람들도 결국 사람들 그중에서도 지배계층에 속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지배 계층의 이데올로기가 법에 내재 되어 있을 수 있다. 

 

국민이기 전에 우리는 인간이다. 법률에 앞서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부당한 법률에는 불복종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국정 농단 사건처럼 국가 권력이 개개인들에게 양도받은 것 이상의 권력을 자행한다면 언제든지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나서서 국가 권력을 처벌해야 한다. 국민 스스로 주권을 지키고 보호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피해자가 생겨날 수 있음을 항상 자각하고 조심해야 한다. 베키처럼 누군가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항상 권리를 주장하고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답답하다, 고구마를 먹은 기분이다. 보는 내내 짜증이 치밀었다. 불쾌하다. 멍청하다. 사람들을 너무 멍청하지 않은가, 말이 되지 않는다’ 등등 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불쾌감을 준 이유도 어쩌면 사람들이 감추고 싶었던 자신들의 인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주체적이고 이성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다시 한 번 되물어보며, 무분별하게 행사되는 권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compliance였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조현진

Read More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네이버블로그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씨네리와인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