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 앤 글로리> 삶이 지닌 가치, 고통이 없으면 영광도 없다

[프리뷰] '페인 앤 글로리' / 2월 0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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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기사승인 2020-01-23 [17:45]

▲ <페인 앤 글로리> 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페인 앤 글로리'는 영화의 제목인 ‘고통’과 ‘영광’을 학문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먼저 영광은 지리학이다. 유명해질수록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히기 때문이다. 반면 고통은 해부학이다. 몸이 아프면 아플수록 내 몸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영화감독 살바도르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더 이상 영화를 찍을 수 없다. 그에게 영광은 옛말이나 다름없다.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살바도르는 과거 그의 작품인 ‘맛’ 상영회에서 주연배우 알베르토와 GV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영화 촬영 후 살바도르는 알베르토와 관계를 끊었다. 하지만 다시 영화를 본 그는 당시 알베르토의 연기를 마음에 들어하고 무려 32년 만에 그와 다시 조우한다. 영화 속 살바도르는 세 번의 조우를 통해 그의 삶 속에 영광과 고통을 말한다. 그 시작인 알베르토는 그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기를 하지 못했고 때문에 ‘맛’이란 영화를 온전히 자신의 작품으로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첫 번째 만남은 관객들에게 영광과 고통이 지닌 양면성을 보여준다.

 

▲ '페인 앤 글로리'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살바도르는 알베르토를 통해 헤로인을 알게 된다. 헤로인은 살바도르가 겪는 육체적, 정신적 아픔을 해소시켜 주지만 동시에 사람조차 만나기 싫을 만큼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알베르토가 살바도르가 준 대본으로 연극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옛 연인 역시 마찬가지다. 두 번째 조우인 옛 연인과의 만남은 즐거움과 슬픔을 동시에 준다. 옛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그 사람을 만나도 더 이상 예전처럼 사랑할 수 없다는 점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살바도르는 옛 연인과의 추억을 통해 감독으로 한 걸음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얻었지만 다른 사랑을 만나지 못하는 상처를 지니게 된다. 알베르토와 옛 연인이 현재의 만남이라면 헤로인을 흡입하는 순간 만나게 되는 어머니 하신타는 과거에 해당된다. 어린 시절 철없던 살바도르가 몰랐던 어머니의 고통 말이다.    

    

▲ <페인 앤 글로리>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기억 속 살바도르와 하신타는 많은 지점에서 서로 다른 기억을 지닌다. 살바도르가 아버지를 만나길 기대하며 밤하늘을 바라본 날 하신타는 차디찬 역 바닥에서 잠을 자는 신세를 한탄한다. 아버지가 지내는 동굴 집을 향한 날 하신타는 하늘이 보인다며 즐거워하지만 하신타는 절망한다. 이런 기억은 이미지를 통해서도 표현된다. 살바도르가 글을 읽지 못하는 노동자 청년을 공부시키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하신타와 함께 그녀와 남편이 정육점에서 찍은 사진을 조명한다. 이는 똑똑한 살바도르에게는 유년시절이 즐거웠던 반면 배운 게 없는 그의 부모는 돈부터 자식의 교육까지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살아야 했음을 의미한다. 살바도르는 이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면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다시 정리한다. 왜 어머니가 그를 나쁜 아들이라고 했는지, 왜 그의 기억 속 행복했던 시절들을 어머니는 좋아하지 않는지를 알게 된다.    

 

▲ '페인 앤 글로리'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런 영화의 감성은 살바도르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통해 완성된다. <에비타>, <마스크 오브 조로>, <13번째 전사> 등을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가이로 등극했던 그는 이 작품에서 무릎 아래에 쿠션을 놓아야만 주저앉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악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섹시가이의 이미지는 없고 병든 노인만이 위치할 뿐이다. 여전히 명성이란 영광은 남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현실은 고통이다. 삶은 영광과 고통이 공존한다. 누군가에게는 영광이었던 순간이 함께한 다른 이에게는 고통일 수 있고 고통이라 여겼던 나날들이 영광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살바도르는 건강이 악화되자 더 이상 감독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불행에 가둔다. 하지만 알베르토를 통해 과거와 마주하고 현재를 진행시키며 고통 없는 영광은 없듯 새로운 삶의 영광을 위해서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페인 앤 글로리>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삶 그 자체가 담긴 영화라 할 수 있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귀향> 등에서 보여줬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본인의 성적 취향, 여기에 노감독이 지니는 향수와 고독을 담아낸다. 타고난 이야기꾼이 삶을 녹여낸 이 작품은 ‘고통’과 ‘영광’ 두 글자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멋진 이야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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