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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빌보드> 증오는 증오를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오래도록 각본의 교본이 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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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2-17 [14:05]

[씨네리와인드|조혜림 리뷰어]  #1.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쓰리빌보드’에서 다루고 있는 ‘강간’과 ‘살해’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무척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클리셰*적인 스토리 전개로는 관객들을 빨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스토리 전개로 2시간 동안 꼼짝없이 관객들을 옭아맸다. 무엇이 관객들을 그렇게 넋 놓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까? 아마 ‘맥거핀(macguffin)’**장치가 큰 역할을 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 관객들은 ‘그래서 범인은 누구일까?’ 라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계속 하게 될 것이다. 대사 하나하나에 관객이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고, 범인을 이 사람으로 몰아갔다가 저 사람으로 몰아갔다가 하며 장난을 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스토리는 범인을 찾는 과정보다 그저 밀드레드와 경찰들 간 대립에만 집중되고, 결국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영화는 끝을 맺게 된다. 소위 말하는 ‘낚시’를 당한 것인데 관객들은 이런 전개에 계속 낚이면서도 낚였다는 사실에 기분 나빠하기보다 허탈하고 어이가 없으면서도 점점 넋을 놓고 더 빠져들게 하는 매력에 이끌린다. 이런 것이 바로 훌륭한 스토리텔링이고, 스토리텔링을 말할 때 좋은 예시가 될 각본이지 않을까 싶다.

 

*클리셰 :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맥거핀 :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치

 

 

#2. 입체적인 인물 설정

주인공 밀드레드는 누구보다 강한듯하고 인정사정없는 냉철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밀드레드는 윌러비 서장이 곧 죽어 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절대 굽히지 않고 그를 공격한다. 하지만 윌러비 사장이 자신과 말싸움하다 피 섞인 기침을 자신의 얼굴에 쏟았을 때, 그렇게도 미워했던 윌러비 서장을 걱정하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인다. 또 경찰서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불을 지르지만 그곳에서 역시 미워했던 딕슨이 뛰쳐나오자 매우 놀란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강하기만 할 것 같은 그녀도 남들처럼 여린 속내와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광고를 내기 위해 광고회사에 간 밀드레드는 몸이 뒤집어져 아등바등 대고 있는 벌레를 발견하고 손으로 몸을 똑바로 뒤집어 구해준다. 이 영화는 아마도 거기서부터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은근슬쩍 보여주고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영화 <쓰리빌보드> 스틸 이미지

 

딕슨은 입체적인 인물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극의 초반부에서 딕슨은 흑인들을 고문하는 등 인종차별을 하고, 경찰 배지를 이용해서 함부로 폭력을 쓰고, 무고한 사람들을 다치게도 한다. 그러한 행동으로 누가 봐도 악하고 얄밉고 겉모습만 경찰인 인물로 표현되었지만 그가 점점 깨달음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딕슨이라는 인물 한 명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놓고 보면 한 인간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변화하는 성장하는 이야기라고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3. 밀드레드가 공격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윌러비 서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도덕적인 일들을 행하는 좋은 인물로 인식되어있다. 밀드레드의 공격적인 언행들에도 불구하고 윌러비 서장은 똑같이 되갚는 대신 진심으로 그녀를 위로해주고 딸의 사건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광고판 대여료를 남기고 떠나기도 한다. 어쩌면 밀드레드도 범인을 아직 잡지 못한 것이 윌러비 서장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밀드레드가 그렇게까지 공격적인 일들을 하면서까지 딸을 죽인 범인을 찾으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딸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자신이 딸의 생전에 했던 언행들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서, 마치 자신이 죽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죄책감을 지워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범인을 찾아 그에게 죄를 묻고 자신의 죄책감은 덜어버리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 중 그 누가 밀드레드를 욕할 수 있을까. 나의 죄책감을 덜려 남을 정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4.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감정, 사랑.

윌러비 서장은 유서에서 딕슨을 향해 이런 말을 한다. “진짜 형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뭔지 알고 있니? 그건 바로 참된 사랑이야. 사랑은 우리를 차분하게 하지. 차분해지면 우리는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을 수 있어. 증오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지만 차분함은 해결할 수 있어.” 극 중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웰비는 딕슨 때문에 창문에서 굴러 떨어져 큰 피해를 입었다. 그가 처음 딕슨을 병실에서 마주쳤을 때는 증오감에 휩싸인 듯 해보이지만, 이후 어떤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딕슨에게 빨대 꽂은 주스를 주는 등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증오로 답한 밀드레드와는 달리 웰비는 사랑으로 답했고 그 결과 딕슨의 마음을 울렸다. 범인을 잡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전개한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밀드레드는 범인을 잡지 못해 증오감에 휩싸인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결국 범인을 잡았다 하더라도 그녀의 증오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증오감은 범인을 잡고 말고 와는 상관없는 별개의 마음가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밀드레드는 경찰서에 불을 지른 것이 자신임을 딕슨에게 얘기하는데 딕슨은 이를 미리 눈치 채고 있었던 듯 얘기한다. 그걸 알면서도 밀드레드의 딸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피를 흘려가며 돕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안 밀드레드는 거의 처음으로 미소를 보인다. 웃는 법을 모르는 것만 같았던 차가운 밀드레드가 증오를 사랑으로 감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의 미소를 지은 것이다.

  영화 <쓰리빌보드> 스틸 이미지

 

우리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라 삶에 있어서 많은 상처를 받고 많은 분노를 떠안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또 참 따뜻한 존재라 사랑할 줄 알고, 그 사랑으로 용서할 줄을 안다. 성경에는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라는 구절이 있다. 종교적인 뜻을 떠나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중에 가장 아름다운 감정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히 분노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겠지만 그것을 똑같이 분노로, 증오로 되 갚기 보다는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으로 감싸 준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게 이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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