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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문제없다는데..이 변호사는 왜 대기업에게 소송을 걸었을까

[프리뷰] '다크 워터스' / 3월 11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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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2-20 [11:59]

▲ '다크 워터스' 포스터     ©(주)이수C&E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더 헌트>라는 영화가 있다. 고향에 돌아온 루카스가 친구의 딸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친구였던 마을 주민들에게 매도당한다. 폭행을 당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그는 크리스마스 미사 때 친구에게 내 눈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 진실의 호소가 먹혔는지는 알 수 없다. 하나 확실한 건 잘못된 거짓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오랜 고통과 슬픔을 인내해야 된다는 점이다. <다크 워터스>는 이런 진실이 지닌 무게감을 알려주는 영화다.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된 롭은 회의 중 할머니와 같은 동네 사람인 농부 존 테넌트가 다짜고짜 사무실을 찾아와 도와 달라 청하는 난처한 상황을 겪는다. 젖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그는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이 땅에 독성 물질을 매립하고 하천에도 흘러 보내 물을 마신 소들이 기괴한 신체변형과 정신문제를 겪다 죽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받게 된 롭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존에게 말한다.

 

▲ '다크 워터스' 스틸컷     ©(주)이수C&E

 

하지만 이는 그 참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그의 착각이다. 롭은 정신착란으로 사람에게 달려드는 소와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개, 소의 신체 내부가 기형적으로 변한 존이 찍은 동영상을 보며 상황이 심각함을 인지하게 된다. 롭은 존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 세 가지 점에서 곤란을 겪는다. 첫 번째는 인식이다. 당시 미국은 화학물질의 유해함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지니지 않았고 기업이 유해하지 않다면 그렇다고 인식하는 수준이었다.

 

두 번째는 그가 속한 자리가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한다는 점이다. 로펌을 이끄는 톰 터프는 롭을 지지해주지만 다른 변호사들은 그의 소송을 무모하고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으로 본다. 세 번째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방대한 듀폰이 보낸 자료다. 듀폰은 롭이 소송을 포기하게 일부러 엄청난 양의 자료를 보내고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하는 롭은 홀로 이 모든 자료를 보고 정리해야 되는 입장에 처한다.

 

▲ '다크 워터스' 스틸컷     ©(주)이수C&E

 

그럼에도 롭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이 과정에서 무서운 진실을 알아내게 된다. 하지만 이 진실을 바탕으로 소송이 진행되기 까지는 너무나 오랜 세월이 걸린다. 듀폰은 대기업이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좋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듀폰을 적으로 돌리는 이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비판의 눈총을 받고 듀폰은 돈을 풀어 언론플레이를 하고 공무원들을 매수하며 진실을 가리고자 한다.

 

듀폰이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피해자들은 점점 지쳐간다. 그리고 그들의 분노는 자신들을 소송에 참여시킨 롭에게 향한다. 롭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를 도와주는 이들은 너무나 적다. 그를 믿어줬던 아내 사라와 로펌 대표 톰 역시 점점 기운이 빠져간다. 롭의 기나긴 사투는 진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려준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거짓을 증명해내야 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모든 증거를 쥐고 있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이 증거를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거짓을 말하는 기업은 골리앗과 같다. 크고 강하며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이는 어찌되었건 다윗이 되어야 한다. 작은 돌팔매로 정확하게 약점을 노릴 줄 아는 능력을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만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 그러기에 다윗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지치고 병들어 결국 무너지게 된다.

 

▲ '다크 워터스' 스틸컷     ©(주)이수C&E

 

뉴욕 타임스 기사를 통해 알려진 충격적인 실화를 담은 이 작품은 철저한 사전 조사는 물론 당시 사건에 연류 되었던 실존 인물들이 출연해 진정성을 높인다. 이 진정성이 인상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사건에 휘말렸던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장점 마을 암 집단 발병 등의 사건은 거대 기업이 생명을 담보로 한 실험과 이윤 취득을 위한 욕심 때문에 발생한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죽음을 다룬 <또 하나의 약속>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업의 만행과 이를 눈감아주는 정부, 기업에 동조하는 국민들의 모습은 피해자들에게 큰 아픔과 슬픔을 준다. 가장 슬픈 건 이 진실이 국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대기업 삼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협처럼 이 영화의 진실 역시 미국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수 있다는 위협이 진실에 감춰져 있다.

 

그럼에도 진실을 밝혀야만 되는 건 국민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고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만들며 거짓으로 뒤덮인 세상은 위협을 빙자로 안전을 빼앗는다. <다크 워터스>는 비록 진실의 무게는 무거울 지라도 그 왕관을 쓸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세상은 올바른 길로 나아간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심어준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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