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체기사

News & Report

Review

Magazine

Opinion

Critics

Culture

DB

<기생충> 당신의 가난에서는 악취가 난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가 -가 +


기사승인 2020-02-20 [12:05]

[씨네리와인드|정혜린 리뷰어봉 감독은 말했다. 영화 <기생충>은 가족희비극이라고. 감독이 말한 것처럼 이 영화는 희와 비를 아주 대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웃음 요소가 전개 중간중간 등장하지만 극의 흐름은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으로 비극을 관철시키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잔인한 현실과 비극이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이 영화, 간만에 본 영화 중 가장 잘 만든 "스릴러"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현대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긋고 있는 인물임은 확실하다. 제 72회 칸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그리고 작품상까지 휩쓸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의 수상만 약 200여개에 달한다. 그의 모든 작품이 완벽했거나 성공했던 것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늘 실험적이며, 다음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유명하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을 예로 들자면 괴물이 그랬고, 설국열차나 옥자가 그랬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 주로 가족적인 요소를 매끄럽게 녹여내곤 하는데, 이번 영화도 역시 가족적인 요소를 내세워 영화를 이끌어 간다. 기생충은 간단히 말해 찢어지게 가난한 한 가족이 최상층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다.

 

▲ 영화 '기생충'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기우는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기정과 함께 반지하에서 살고 있다. 전화비를 낼 돈이 없어 전화는 정지되었고, 공유기는 살 여유조차 없어 이웃집 무료 와이파이를 빌려쓰는 인생이다. 그러나 가족들이 반지하 생활에 적응한 것과는 별개로 그들의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하다. 전원 백수인 탓에 정기적인 수입 따위는 기대할 수 없고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걱정부터가 앞선다. 가족들은 다 함께 피자 상자를 접으며 돈을 벌어 살아가고 있다. 거기다 가끔 평소보다 수입이 높은 경우가 생기면 다 함께 모여 캔맥주를 마시며 신나하는 게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의 전부다. 소독차가 지나가면 창문을 닫기는 커녕 오히려 잘됐다며, 집을 한 번쯤은 소독해줘야 벌레들이 죽는다며 창문을 더 여는 장면은 그들의 궁핍한 삶의 모습을 가감없이 표현해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영화는 아주 흥미롭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우의 친구가 기우에게 넘겨준 박사장네 집 과외 자리로부터 시작된 기우네 가족의 취업사기. 그들은 직장에선 철저하게 타인으로, 집에선 사이좋은 가족으로 살아간다. 생각 이상으로 쉽게 된 취업에 그들은 집에 돌아와 맥주로 조촐하게 축하 파티를 연다. 모든 것은 수석과 기우 덕분이라며 쾌재를 부르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박사장의 부인 연교의 멍청함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믿을 건 지인의 추천 뿐이라며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덜컥 그들을 집에 들였다. 취업이 이렇게 쉬운 것일 줄 기우네 가족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사장네 가족을 속이는 건 너무 쉽다고 비웃으면서도 충성을 외치는 모습은 꽤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관객들은 알 수 있다. 기우네 가족이 충성을 하는 대상은 박사장네 가족이 아닌 박사장의 돈이라는 것을.

 

두 가족은 철저하게 영화 속에서 대조된다. 험한 일은 전혀 당해 본 적 없을 것 같은 박사장네 가족과 험한 일만 하고 살아온 것 같은 기우네 가족. 그러나 영화가 흘러갈 수록 관객의 머릿속엔 한가지 의문점이 떠오를 것이다.

 

'이들은 정말 다를까?'

 

​영화 속에서 수도 없이 비속어를 내뱉던 기우의 엄마는 이런 말을 한다. 험하게 살아오면 말도 예쁘게 할 수가 없다고. 저들은 부자니까 착한거라고. 무슨 말이든 고풍스럽게, 굳이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조차 영어를 섞어 말하는 연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두 가족은 살고 있는 방식, 먹는 음식, 누리는 것들 등 모든 방식에서 확연하게 비교된다. 그러나 극이 전개될수록 초반에 두 가족이 관객들에게 선사하던 대조적인 인상은 사라지고 만다. 박사장은 기우의 아빠 기택의 몸에서 악취가 난다며 비웃었지만 잠 잘 때는 교양도 없게 큰소리로 코를 골며 자고, 자신의 차에서 발견한 팬티를 보고 어떻게 그런 불건전한 짓을 할 수 있냐며 제 운전기사를 단칼에 잘라버렸으면서도 애가 볼지도 모르는데 거실 한복판에서 연교의 가슴을 주무른다. 또, 그 손길에 교성을 질러대는 연교의 모습은 저들이 비웃고 비난하던 사람들과 별 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기택은 그런 박사장네 가족들을 보며 얼굴을 붉힌다.

 

영화는 전개는 점점 상상할 수 없던 방향으로 치닫는다. 박사장네 집 지하실에 다른 가족이 살고 있었던 것. 경악하는 기우의 가족에게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는 근세와 그런 자기 남편을 머쓱해하며 소개하는 문광. 문광은 본래 박사장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였지만, 근세는 박사장을 본 적도 없으면서 벽에 놓여진 박사장 사진을 보며 충성을 외치는 모습은 기우네 가족들의 과거 모습을 연상시키는 한편, 광기어린 모습에 더한 소름을 불러일으킨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박사장네 가족은 그에게 보금자리와 먹을 것, 그리고 현관 불을 켜는 일자리를 준 것이다. 근세의 존재를 알게 된 충숙은 그 때부터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며 화를 낸다. 또한 불우이웃끼리 돕자는 문광의 말에 충숙은 기가 차 하며 자신들은 불우이웃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그러나 강한 부정을 통해 충숙 역시 문광네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집안에 몰래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는 약점과 네 사람이 사실 가족이었다는 약점을 들킨 두 가족은 서로의 치부를 숨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문광이 처참하게 죽고 근세 역시 고통에 몸부림치게 된다. 가까스로 그들을 지하실에 가두고 박사장네 집을 뛰쳐나온 기우네 가족은 그대로 집에 돌아가지만 폭우 탓에 집은 잠겨버리고 만다. 방금 전까지 박사장네 집이 자신들의 집인냥 떵떵거렸지만, 다시 현실인 셈이다. 열심히 짐을 챙기는 가족들과 달리, 기우는 물 속에서 수석을 발견하곤 달랑 그것만 챙겨 든다. 수석은 기우가 수재민 대피소에서 잠을 청할 때에도 그의 품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날 밤, 가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제 가난의 무게를 느끼며 잠에 든다.

 

이야기의 절정은 재앙 같던 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이다. 연교가 기획한 아들의 생일파티에서 기우는 자신의 신세와 박사장 가족의 신세를 다시 한 번 체감하고, 눈 앞에서 아내를 잃고 복수심에 몸부림치던 근세는 문광의 생사를 확인하러 온 기우의 머리를 내리 침으로써 지하실에서 벗어나고, 그대로 파티장으로 달려간다. 칼을 휘두르는 근세에 기정이 죽고, 근세 역시 죽어버린다. 그러나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박사장은 시체를 보며 코를 막을 뿐이다. 이때, 이 모습을 본 기택의 눈빛이 순간 달라진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코를 막고 끔찍해하는 모습이란. 기택의 살인 동기는 증오였다. 자신에게 가난의 냄새가 난다며 비웃던 박사장도 기택이 보기엔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똑같이 더럽고 똑같이 추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아닌 척, 사람 좋은 척 하고 있는 그 가식에 대한 증오였던 것이다.

 

기우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동생은 죽고 아빠는 살인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기우는 웃는다. 모든 게 달콤한 한 여름밤의 꿈 같은 것이었으므로현실이 와닿으면서도 와닿지가 않는다. 아마 기우네 가족이 박사장에 집에서 보낸 날들은 환상같은 것이었을 테다. 나는 그게 기택이 칼을 휘두를 수 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현실에 없었던 것이다. 마치 박사장네 집이 자신들 것인냥 허세도 부려보고 부자가 된다는 달콤한 상상에 빠져있느라 현실 같은 건 잊어버렸던 거다. 제 현실은 벌레들이 득실거리고, 비가 오면 물이 차는 가장 낮은 곳, 지하에 있는데. 그 현실을 저버리려고 했던 대가는 참혹했다.

 

​기우는 기택이 살인을 저지른 뒤 근세가 살던 지하실로 들어간 것을 알게된 후 다짐한다. 돈을 미친듯이 벌어서 그 집을 사겠다고. 그러나 우린 안다. 기우는 결국 그 집을 사지 못할 것이란 걸.

 

영화는 마지막까지 비극이다. 현재진행형 비극이다. 그래서 무거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서게 된다. 다소 극적이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다. 봉준호는 현실과 꿈, 가난과 여유. 뚜렷한 대비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래서 러닝타임 내내 우리는 기우의 가난에 충격받고 그들의 환상에 공감한다. 그리고 잔인한 결말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온갖 메타포들로 가득하다. 지나칠 대사 하나가 없다. 대사를 곱씹다 보면 잔인한 현실이 가슴에 박힌다. 나는 그래서 이 영화를 스릴러라고 정의하고 싶다. 현실은 때때로 잔인하고 무서운 법이니까.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정혜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네이버블로그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씨네리와인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