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리스트> 형제는 어쩌다 우정과 연대를 잃어버렸나

[프리뷰] '더 테러리스트' / 2월 26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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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2-20 [16:30]

▲ '더 테러리스트' 포스터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공간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어떠한 의미를 담아낸다. 특히 어떤 공간들은 시각적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준다. 애니메이션 <아키라>의 쓰레기더미와 <매드맥스2>의 광활한 사막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더 테러리스트>가 비추는 도시는 이런 세기말의 느낌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도시에 남겨진 세 형제에게는 그 어떤 희망과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20년 형을 선고받은 카디르는 오랜 복역 끝에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마을에 돌아가서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첫 장면부터 폭탄이 터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줬던 카디르는 마을 쓰레기통에서 혹시 폭탄 제조물이 있지 않을까 찾는다.

 

그의 이 우스워 보이는 행동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폭탄테러가 빈번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반정부 운동을 했던 카디르는 이제는 정부의 정보원이 된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그는 동생 아흐메트를 만난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숨겨둔 비밀이 있는지 완전히 마음을 터놓지 않는 막내 아흐메트. 카디르는 아흐메트로부터 둘째 벨리가 오래 전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 '더 테러리스트' 스틸컷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작품은 세 가지를 없애면서 혼란하고 복잡한, 그래서 황량한 터키의 현재를 조명한다. 첫 번째는 형제 사이의 우정과 연대다. 카디르와 벨리, 아흐메트 사이에는 위험과 위기를 함께 극복할 우정과 연대가 보이지 않는다. 카디르는 가석방이 되면서 마을 사람들 모두를 감시해야 되는 입장이다. 그에게는 아흐메트 역시 감시의 대상이다. 동시에 그는 마을을 떠난 벨리를 감시자의 입장에서 찾아야 하지만 부러움의 심리 역시 지니고 있다.

 

카디르는 벨리가 과거의 자신처럼 반정부 운동에 가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와 벨리의 현재는 완벽히 다른 선을 그리고 있다. 아흐메트는 떠돌이 개를 잡는 일을 하며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가 마음을 연 유일한 존재는 원래는 죽였어야 될 떠돌이 개 조니다. 기억도 흐릿한 형과 자신을 떠난 아내와 자식에 대한 아픔은 아흐메트를 고독으로 몰아넣고 카디르가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을 문을 만들어 낸다.

 

▲ '더 테러리스트' 스틸컷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는 시간이다. 터키 이스탄불이라는 공간은 제시되지만 그 시간이 언제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감독은 영화 속 사건이 과거, 현재, 미래가 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부연을 덧붙였다. 이는 터키의 불안한 현재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빗발치는 테러와 반정부 움직임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다.

 

영화적으로는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통해 절망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매일 어디선가 터지는 폭탄 소리와 짙은 안개, 사복을 입은 비밀경찰과 어두운 색의 건물과 거리가 형성하는 도시의 이미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담아내는 듯하다. 이는 세 형제의 삶과도 연결이 되며 작품이 주고자 하는 느낌을 강하게 표현해낸다.

 

▲ '더 테러리스트' 스틸컷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세 번째는 꿈과 현실의 경계다. 카디르와 아흐메트는 오랜 시간 정상적인 생활을 해올 수 없었다. 카디르는 감옥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야 했으며 아흐메트는 홀로 남아 쓸쓸한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때문에 이 두 사람은 악몽에 시달리는 건 물론 망상을 펼친다. 영화는 이 악몽 또는 망상과 현실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그들의 불안한 정신세계는 현실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악몽과 망상은 불안에서 비롯된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향과 현실이 정반대를 그릴 때 이와는 다른 이미지가 정신에서 시작된다. 카디르와 아흐메트가 살아가는 도시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찾아내야만 하는 카디르의 임무처럼 서로를 의심하고 고발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는 어떠한 사랑과 연대가 싹틀 수 없다. 극악무도한 존재인 테러리스트가 아닐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형제일지라도.

 

<더 테러리스트>는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혼란을 연출을 통해 담아낸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는 듯한 공간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연출,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잡아내는 그들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불안은 심리적으로 빠져드는 매력을 보여준다. 감옥에서 나온 카디르가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도시라는 거대한 감옥에 갇힌 모습은 터키의 암울한 현재를 조명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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