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단순한 별거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

진실과 거짓, 그를 알면 무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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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2-21 [10:45]

[씨네리와인드|조혜림 리뷰어] 평범한 가정의 이혼 문제인 줄로만 알았던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의 스토리는 영화가 시작하고 30분 정도가 흐르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거침없이 질주한다. 독립적인 듯하면서도 종속적인 사건들이 이어지며 쟁점들이 촘촘하게 엮여 삶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우연의 일처럼 보이는 점과 점들도 후에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우연처럼 보이는 순간의 사건들이 거대한 이야기의 줄기를 형성해간다.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스틸컷

 

법원에서 다뤄지는 재판은 크게 보면 두 사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형성하는 씨민과 나데르의 이혼 문제와, 그 사이를 빼곡하게 채우는 가정부 라지에와의 문제. 그리고 카메라는 그 두 사건을 다르게 비추고 있다. 가정부 라지에와의 문제를 다룰 때는 사건의 당사자들과 판사를 모두 비춰주며 사건을 파헤쳐나간다. 반면 씨민과 나데르의 이혼 문제에 있어서는 오로지 사건의 당사자들 만을 비춰준다. 카메라를 보며 ‘판사님’이라고 호소하는 인물들은 마치 우리가 판사가 된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을까? 영화는 가정부 라지에와의 사건을 통해 그에 얽혀있는 다양한 진실과 거짓을 밝혀나간다.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카메라는 다시 판사의 시각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다 무심히 툭, 질문을 하나 던진다. ‘네가 궁금해하던 진실은 이제 밝혀졌어. 그럼 말해봐, 그래서 누가 옳다고 말할 수 있는데? 네가 딸이었다면 누구를 고를 수 있겠어?’이 물음에 과연 어느 관객이 답할 수 있었을까.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스틸컷

 

판사에게 가서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해 보라는 딸에 말에 나데르는 “법은 그런 거에 관심 없어. 알았느냐 몰랐느냐 그 뿐이지.”라고 답한다. 그렇다. 세상은 우리가 ‘왜’ 어떤 일을 벌이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과정에 대한 물음은 하지 않으며 결과에 대한 질책만을 쏟아낸다. 마찬가지로 또한 과정에 대한 물음은 하지 않으며 결과에 대한 보상만 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라지에의 남편은 이런 말을 한다. 어찌 되었든 나데르 때문에 유산이 된 게 맞지 않느냐고, 그 과정이 어땠든 결론적으로 나데르 때문이 아니냐고. 우리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데 세상은 결과에만 초점을 두는 것일까. 옳고 그름은 결코 절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닌데, 왜 세상은 한 가지 기준 만을 놓고 우리를 판단하는 것일까.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스틸컷

  

거짓이 난무하는 사건 속에서 진실을 바쁘게 쫓던 영화는 자신이 만든 누가 옳은 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그럼으로써 훌륭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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