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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신인 감독의 어설픈 정공법

[프리뷰] '라라걸' / 4월 1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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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4-09 [14:31]

[씨네리와인드|강정화 리뷰어] 시의적절한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레이첼 그리피스 감독의 ‘라라걸’이다. ‘Ride Like A Girl’이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여자답게'라는 단어의 부정적 프레임을 전환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품이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세계 최고의 레이스 '멜버른 컵'에서 우승한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 영화 '라라걸' 포스터.  © 판씨네마(주)

 

최근 흥행했던 영화 ‘작은아씨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마찬가지로, 여성 감독과 여성작가 그리고 주연까지 모두 여성인 트리플 F등급 영화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건 감독 '레이첼 그리피스'인데, 긴 시간 동안 배우로 일해 온 그녀의 첫 감독 데뷔작이다. 최근에 문소리, 그레타 거윅과 같은 여러 여성 배우들이 감독으로서 뛰어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여성 감독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레이철 그리피스의 이러한 도전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더 많은 F등급의 영화들이 필요하다.

 

어떤 영화들을 진정한 여성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단순히 흔하게 존재하는 서사를 그대로 채용해서, 주요 인물들의 젠더만 바꾸는 영화를 우리는 진정한 여성영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라라걸’은 진정한 여성영화다. 미셸 페인이라는 인물의 삶과 커리어를 스크린에 풍부하게 옮겨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품들이 흔하게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인물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풍부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마치 확성기처럼 이용한다는 점인데 ‘라라걸’은 그러한 문제에서 자유롭다. 미셸 페인을 단순히 사회의 인습에 저항하는 인물로만 그려내기보다는, 주변의 모든 부정적인 시선과 억압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머쥐는 한 명의 인간으로 표현해냈다.

  

▲ 영화 '라라걸' 스틸컷.  © 판씨네마(주)

 

하지만 영화의 탄생 의도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좋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좋은 영화일 수는 없다. ‘라라걸’ 역시 실화의 묵직한 감동을 스크린에 제대로 옮겨내지는 못한 듯하다. 가장 큰 문제는 편집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더 필요했다. 편집의 리듬이 짧다 보니, 모든 갈등이나 고난이 쉽게 해결되는 느낌이다. 때문에 미셸 페인의 인생의 어느 한순간도 제대로 표현해내는 데에 실패했다. 음향편집은 더욱 난잡하다. 음악은 끊임없이 반복적이고 피곤하게 활용되며, 본 작은 러닝 타임 내내 한순간도 침묵하기를 꺼려한다.

 

작품의 주연이 되는 세 사람을 흥미롭게 표현해 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물이 지나칠 정도로 평면적이다. 그들은 그저 짧게 등장하여 여성은 절대 안 될 거라는 설교에 가까운 투박한 대사를 뱉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미셸 페인이 멜버른 컵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사실들이고 우리 모두는 이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그녀의 우승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에게 더 많은 것들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라라걸’의 각본에는 이러한 것들이 완전히 부재하다. 실화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엔딩에 가장 많은 힘을 실었는데 그 엔딩마저도 평이한 수준이다. 다만 마지막에 미셸 페인의 실제 모습들을 배치한 모습들은 현실의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라라걸’은 장단점이 뚜렷한 작품이다.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대중의 판단도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이 작품을 감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는 더 많은 여성 영화인들이 필요하고 더 많은 F등급 영화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여성 영화인들의 영화에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때, 그들은 더 많은 좋은 영화들로 우리에게 화답할 것이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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