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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빠진 두 사람, 어떻게 히어로와 빌런으로 다시 태어났을까

[프리뷰] '이누야시키 : 빌런 VS 히어로' / 4월 22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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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4-21 [13:36]

▲ '이누야시키' 포스터  © 와이드 릴리즈(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오쿠 히로야는 SF적인 상상력에 있어서는 발군이라 할 수 있는 만화가다. 그는 SF 만화 ‘간츠’를 통해 장르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물론 2편으로 나눠진 실사화 영화와 3D의 질감을 살린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모두 호평을 들은 바 있다. 그의 중편 만화 ‘이누야시키’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은 히어로물이 범람하는 현 영화계에 색다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히어로물의 주제의식이 다양성,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히어로물이 양면성을 주된 주제의식으로 택한다고 봤을 때 이 작품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조금 더 가까운 주제의식을 지닌다. 다만 양면성의 문제를 한 개인이 아닌 두 명의 인물을 통해 말한다. 같은 날 같은 능력을 지니게 된 두 사람은 한 명은 히어로, 다른 한 명은 빌런이 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살아온 삶 그리고 현재에 있다.

 

▲ '이누야시키'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이누야시키는 기존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다. 아직 아이들이 학생인 이누야시키는 마치 할아버지 같은 외모와 체형을 지니고 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왔지만 돌아온 건 나약하고 힘없는 가장이라는 이미지와 직장 상사의 압박, 시한부 선고를 받게 한 암이다. 버려진 강아지 하나코에게서 자신과 같은 동질감을 느끼던 이누야시키는 가족 중 누구도 자신이 아프다 말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공터를 향한다.

 

그 공터에서 그는 섬광을 보게 되고 이내 쓰러진다. 외계에서 온 ‘존재’들은 이누야시키는 기계인간으로 개조시킨다.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인지 지구에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인지 알지 못하지만 이누야시키는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그 안은 최첨단 기계로 이뤄진 존재가 된다. 기계가 된 이누야시키는 자신이 사라졌다 여기며 괴로워하지만 이내 존재 이유를 찾게 된다. 외계에서 온 기술은 현대 의학을 뛰어넘는 힘을 지니고 그는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한다.

 

▲ '이누야시키'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이누야시키와 함께 공터에 있던 학생 시시가미는 그 능력을 다른 방향으로 쓴다. 그 역시 왕따를 당하는 친구 안도를 지키기 위해 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히어로처럼 보이지만 살인과 금융사기를 저지른다. 그는 살인자라는 안도의 말에 ‘나와 상관없는 사람을 죽이는 게 뭐가 나쁘냐’는 말로 반문한다. 오히려 그는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 사회적으로 많은 걸 누리는 사람은 벌을 받아도 된다고 여긴다.

 

이누야시키와 시시가미는 둘 다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무력한 가장 이누야시키는 가정에서 무시를 당한 건 물론 불의를 보고 피하는 모습으로 자식들에게 혐오의 감정을 주기도 한다. 시시가미는 이혼한 뒤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 왕따를 당해 학교를 나오지 않는 절친한 친구 안도, 자신에게 주어진 지독한 가난에 힘겨워한다. 시시가미 역시 이누야시키처럼 절망적인 현실 앞에 공터에 나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능력이 주어진 뒤 한 사람을 남을 살리는데 쓰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죽이는데 사용한다. 그 차이는 두 사람이 살아온 세월에서 비롯된다. 이누야시키는 가족을 지키면서 살아왔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직장에 붙어있고자 고개를 숙였고 작고 햇빛도 들지 않지만 4인 가족이 넉넉하게 살기 위한 집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남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그는 능력을 얻자 남을 돕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기계가 아닌 ‘인간’임을 느낀다.

 

▲ '이누야시키'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반면 시시가미는 이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아버지를 통해 내 행복을 위해서는 남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잘못된 가치를 익힌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금융사기를 저지르는가 하면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일가족을 학살한다. 안도를 돕기 위해서는 폭력은 물론 살인도 상관없다는 그의 모습은 누구도 시시가미를 지켜주지 못했고 의지할 어깨를 빌려주지 않았기에 고독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간츠’를 영화화한 사토 신스케 감독은 SF가 지닌 상상력과 쾌감 속에 캐릭터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확립시키며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깊이를 높이지 않는다. 왜 늙고 나약한 이누야시키가 히어로가 되었는지, 젊고 잘생겼으며 미래가 있는 시시가미가 빌런이 되어야 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관객들이 이누야시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연출을 사토 신스케는 전작 ‘아이 엠 어 히어로’에서 선보였던 만큼 능숙하게 성공해낸다.

 

‘아이 엠 어 히어로’에서 별 볼일 없는 중년의 오타쿠 남성 히데오가 다수의 좀비를 상대로 화끈한 총격전을 벌이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통해 사토 신스케는 히데오를 ‘히어로’로 만들어냈다. 이 작품 역시 후반부 이누야시키와 시시가미의 전투 장면을 박진감 넘치게 표현해내는 건 물론 이누야시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연출을 통해 가슴 벅찬 느낌을 연출해내는데 성공한다.

 

▲ '이누야시키'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우주까지 확장된 배경을 바탕으로 한 액션장면은 물론 두 사람의 화려한 공중전은 기존 실사 영화들이 보여줬던 어설픈 액션장면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SF와 액션 장르의 쾌감을 확실하게 전하며 원작이 지닌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표현하기 다소 껄끄러웠던 코믹스의 에피소드들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결말을 바꾸면서 영화에 맞는 흐름과 주제의식을 더욱 확고히 하는데 성공한다.

 

‘간츠’ ‘도서관 전쟁’ ‘아이 엠 어 히어로’ ‘블리치’ 등 다수의 코믹스 원작 실사 영화를 감독해 오면서 연출의 노하우를 쌓아온 사토 신스케 감독은 생략할 지점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액션의 쾌감을 최대한 살려내는 연출로 난잡하고 코스프레 느낌이 강했던 일본 실사 영화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들어 내고 있다. ‘기생수’ ‘바람의 검심’에 이어 다시 한 번 완성도 높은 실사 영화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은 히어로와 빌런의 탄생 과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드라마적인 완성도와 두 기계인간의 육탄전부터 공중전까지 다채롭게 담아낸 액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 SF의 재미,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부드러운 전개를 통해 새로운 히어로물을 선사한다. 사토 신스케가 감독을 맡은 코믹스 원작 ‘킹덤’ 역시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연출력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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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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