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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아름다운 건 그 끝이 있기 때문이다

5월 6일 메가박스 단독 재개봉작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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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5-04 [14:48]

▲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메인 포스터     ©(주)미디어캐슬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어떤 영화가 재개봉을 하는 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첫 번째는 흥행이다. 크게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다시 극장에 걸렸을 때 그 흥행력으로 다시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매니아층의 확보다. 비록 개봉 당시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더라도 꾸준히 매니아들에 의해 회자되는 영화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일 힘을 지니고 있다.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는 후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5월 6일 재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로 유명한 오카다 마키의 장편 데뷔작이다.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을 각본을 통해 보여줬던 그녀는 판타지라는 장르적인 색에 깊은 여운을 담아낸다. 그 여운은 흔히 일본 장르물에서 자주 사용되는 시간을 통한 감정의 자극이다. 시간은 이별과 연관되어 있다. 영원을 살아가는 마키아와 숲 속에 버려진 아이 아리엘의 이야기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스틸컷     ©(주)미디어캐슬

 

요르프 민족은 수백 년의 수명을 지니고 있다. 수줍은 성격의 요르프 소녀 마키아는 다른 요르프들과 함께 히비오르라는 베를 짜며 의사소통한다. 이 히비오르에는 기억이 심어지며 요르프 민족은 히비오르를 통해 수백 년 전 고대의 존재들을 기리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메자테 왕국이 요르프 족의 마을을 침공한다. 그들은 고대의 존재 레나토(용과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를 통해 공포로 국가를 지켜왔다.

 

하지만 레나토가 레드아이라는 병에 걸려 폭주를 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르프 족을 습격한 것. 이 습격으로 요르프 족은 대다수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마키아는 폭주한 레나토에 의해 먼 숲에 홀로 떨어진다. 마키아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도적떼에 의해 살해당한 유목민의 잔해와 아기를 발견한다. 마키아는 그 아기를 자신이 키우기로 결심한다.

 

작품은 마키아가 아리엘이라는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리엘은 마키아로 인해 몇 가지 갈등을 겪는다. 아리엘이 자신들과 다른 종족이란 점,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점, 성장하는 자신과 달리 늙지 않는 마키아의 모습에 엄마가 아닌 연인처럼 느껴진다는 점 등이 아리엘을 혼란스럽게 한다. 마키아는 흔들림 없이 마키아의 엄마가 되어준다. 그녀는 애정을 품고 아리엘과 추억을 새겨나간다.

 

▲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이 작품의 감동은 시간에서 비롯된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요르프 족의 장로는 마을 밖으로 나가게 되면 사람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다른 시간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요르프 족은 계속 슬픔을 맞이해야 한다. 수백 년을 살아가는 그들과 달리 인간의 수명은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요르프 족의 피가 섞인 바로우라는 남자도 마키아가 아리엘을 키우기로 결심하기 전 그 점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마키아가 아리엘을 택한 순간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아리엘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너무나 눈부셨기 때문이다. 이별이 없다면 상처 받을 일도, 아픔을 품고 살아갈 일도 없다. 하지만 이별이 두려워 만남을 거부한다면 눈부신 순간을 경험할 수 없다. 마키아와 아리엘의 삶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어린아이의 체형에서 크지 않는 아리엘은 힘겹게 일을 해야 했고 메자테 왕국의 추격을 피해 일정 시간이 되면 도망 다녀야 했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아리엘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는 아리엘 역시 마찬가지다. 아리엘은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마키아를 떠나 스스로 성장하며 가정을 꾸린다. 가정을 통해 아리엘은 마키아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작품은 이런 아름다운 감성을 위해 두 가지 이야기를 덧붙인다.

 

첫 번째는 마키아와 같은 요르프 족인 레일리아의 이야기다. 레일리아는 메자테 왕국에 납치당한 뒤 왕자와 강제로 혼인한다. 그녀는 크림을 비롯한 요르프 족의 구출에도 뱃속의 아이 때문에 왕국을 도망치는 걸 포기한다. 그녀는 왕자에 의해 아이를 만나지 못하지만 아이에 대한 기억을 품고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아이에게 널 잊겠다고 말했지만 그럴 수 없음을, 결국 이 이별을 아픔으로 품고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

 

▲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두 번째는 레나토다. 레나토의 폭주는 그들이 사라지는 원인이 된다. 모든 기억은 생성되고 소멸된다. 마치 인간처럼. 레나토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멸되어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메자테 왕국은 자신들의 번영을 위해 그들을 붙잡아 두고자 노력한다. 레나토가 하늘을 제대로 날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메자테 왕국의 욕망 때문이다. 레나토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그 아름다운 순간, 그들은 소멸이란 운명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런 이별의 순간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소재는 히비오르다. 히비오르는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마키아는 소멸의 존재 아리엘을 자신의 히비오르라 말한다.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건 이별의 순간과 함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탄생은 또 다른 히비오르를 의미한다. 새로운 생명은 이별의 순간을 기억한다. 그렇게 히비오르에서 히비오르로 기억은 이어진다. 삶이 아름다운 건 언젠가 끝나기 때문에, 그래서 찬란한 순간을 간직하고 싶기에 빛이 난다.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는 긴 여운을 보여준다. 두 주인공의 모든 순간을 관객이 기억 속에 간직하게 만들며 빠져나오기 힘든 슬픔과 감동을 선사한다. 때문에 개봉 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매니아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결국 재개봉을 이뤄냈다. 방대한 스토리를 담아내는 과정에서 다소 허술한 스토리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영화만의 특별한 감성은 이별마저 아름다운 마침표로 담아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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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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