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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희망을 생각할 때 바다에는 거친 파도만이 친다

[프리뷰] '파도를 걷는 소년' / 5월 1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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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5-06 [10:52]

▲ '파도를 걷는 소년' 포스터     ©매치컷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최창환 감독은 첫 장편 ‘내가 사는 세상’을 통해 불편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불편한 이야기의 특징은 사회의 하류층을 유쾌함 없이 주목한다는 점이다. 상업영화의 경우 사회 하류층의 모습을 장르적인 매력에 담아낸다. 코미디에서는 우스꽝스럽고 스릴러에서는 공포를 보여주며 드라마에서는 따스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다양성영화에서는 말 그대로 현실이다. 하류층의 삶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게 아니겠나.

 

그의 영화 속 불편함은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완성된다. 첫 번째는 출신이다. 그의 작품에는 조선족을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김수는 이주노동자 2세로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역할을 한다. 뿌리가 한국에 있다면 어떻게든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고향집에서 과거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힘들고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김수에게 한국은 고향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 수많은 외국인들처럼 김수에게 한국은 낯선 곳이다. 그에게는 친구 필성과 우리끼리 뭉쳐야 된다는 인력사무소 갑보 사장이 있지만 그들에게 고향과 같은 따뜻함 또는 의지할 만한 우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현실은 괴롭고 힘들며 도망치고만 싶다. 김수가 서핑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이런 처지와 연관되어 있다. 파도가 이끄는 대로 나아가는 서핑은 그의 삶과는 반대되는 방향성을 지닌다.

 

▲ '파도를 걷는 소년' 스틸컷  ©매치컷

 

두 번째는 직업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직업)보다는 사람 자체를 보라고 말하지만 어떤 직업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폭력전과가 있는 김수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 그는 서프숍을 운영하는 똥꼬 사장과 자유로운 서퍼 해나처럼 파도 위를 ‘걷는’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어떻게든 뛰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굴레에 갇혀 있다.

 

필성은 갑보 사장에게 진 빚 때문에 김수를 다시 브로커 일에 끌어들인다.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김수지만 그에게 필성과 갑보 사장은 현실이다. 그들이 없다면 그는 자유를 누리지만 마음을 내비치거나 함께할 이들이 사라진다. 그의 삶이 시궁창에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김수가 브로커 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냉혹한 현실에 있다.

 

▲ '파도를 걷는 소년' 스틸컷  ©매치컷

 

세 번째는 희망 없는 미래다. 작품의 포스터만 보았을 때 이 영화에는 아름답고 밝은 미래가 가득할 것만 같다. 하지만 작품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들은 김수가 꿈꾸는 희망이 이뤄지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김수가 타는 서핑보드는 부러진 걸 테이프로 꽁꽁 감아 이은 것이다. 이 행동은 그의 망가진 삶 역시 다시 이어나갈 수 있음을, 희망이란 다리로 나아갈 수 있음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런 상징과 별개로 그에게 주어진 현실은 가혹하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그 꿈이 모두 이뤄지지 않는 거처럼 말이다. 감독은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불빛을 밝히는 어설픈 해피엔딩을 선사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타고 싶은 파도, 탈 수 있는 파도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바다는 거센 파도만이 가득하다. 김수가 지닌 서핑보드는 그가 있는 바다의 파도를 타기에는 너무나 약하고 형편없다.

 

‘파도를 걷는 소년’은 ‘파도를 걷고 싶은 소년’이란 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최창환 감독은 노동 문제와 청년 실업을 꾸준히 다뤄온 감독이고 그의 시선은 어설프게 영화적인 문법으로 현실을 매듭 지으려 들지 않는다. 이 영화가 담아낸 험난하고 거친 파도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불편함 역시 우리가 사는 세상임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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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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