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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왜 파도를 타지 않고 걸었을까

[프리뷰] '파도를 걷는 소년' / 5월 1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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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5-13 [09:59]

 

  © (주)매치컷


[씨네리와인드|강예진 리뷰어] 엄마가 조선족이었던 수는 제주도에 홀로 버려진 채 외국인 노동자들의 브로커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의 옆엔 칠성이 항상 붙어 다니며 같이 일을 하고 있고 그들은 가끔씩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이유로 감옥에도 들락날락거린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때우듯이 보내던 중 서핑이라는 스포츠가 불쑥 그들 앞에 나타난다. 수가 처음으로 서핑을 알게 된 계기는 자신에게 큰 모욕감을 준 날이었지만, 집으로 가는 도중 버려진 서핑 보드를 보고는 그걸 냅다 집으로 가져와 성심성의껏 고친다. 그런 수의 행동을 보며 칠성은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수는 이상한 힘에 이끌려 서핑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 (주)매치컷


영화의 배경과 제목만 본다면 이 영화는 너무나 낭만적인 영화로 비칠 수 있다
.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파도를 가르며 서핑을 하는 소년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청량감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영화는 제주도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있을법한 후미진 골목을 비추고 나오는 사람들 또한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소시민들이 등장한다. 이런 것을 보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는 조선족 엄마를 두었지만 혼자 제주도에서 살아가고 별다른 직업 없이 불법적인 일을 하며 살아간다. 변변치 않은 직업에 심지어 우리나라 국적도 아닌 외국인으로 새로운 출발을 꿈꾸기엔 현실은 너무 차가웠다. 그런 현실을 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늘 타인들에게 공격적으로 반응하거나 날카롭게 대하는 태도로 자신을 지켜왔다.

 

그러나 자유롭게 바다를 노니는 서핑을 알고 난 뒤, 그는 서핑에 압도적으로 매혹당한다. 바다에서는 그 어떤 차별이나 편견이 없었고 그저 바다의 흐름에 몸을 얼마나 잘 맡기는지만 중요했기 때문이다. 험난한 세상에서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가는 자신이 입을 상처가 너무 커 그 자리에 고인 채로 있어야 했던 수는 큰 해방감을 느끼고 파도를 타기 시작한다.

 

  © (주)매치컷


수가
서핑을 잘해보고 싶다라고 선언한 뒤, 반응은 극심하게 갈렸다. 환영하며 반갑게 맞이하는 이들도 있었고 물 흐리지 말고 나가라라며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로 거부 의사를 완강하게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다. 수에게 서핑을 잘해보고 싶다는 발언은 곧 우리 사회에서 잘 살아보고 싶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었고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이들은 그들만의 잣대로 수를 거부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 속 소외된 이들이 한번쯤은 마주하는 상황이 아닐까.

 

수는 곧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으로 이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돌을 던지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만연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소외된 이들이 새로운 출발, 즉 사회 속으로 한 걸음 내딛으려고 하면 수많은 편견 섞인 시선과 말이 쏟아진다. 영화 속에서도 수에게 일거리를 주는 사장이 그에게 넌 한국 사람이 아닌데 한국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냐고 질문한다.

 

사실 수는 제주도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현지인과 제주도 방언으로 소통할 만큼 누구보다도 제주도 사람 같고, 일반 대화를 할 때는 표준어를 구사하며 겉으로 봤을 때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그런 수마저 한국에서 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는 편견이 난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렇듯 영화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만들고 한번쯤은 편견을 가져본 경험이 있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반성하도록 만든다. 특히 수가 중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어로 보다 편하게 소통하는 장면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구세대에 세워진 기준은 그저 차별의 한 요소로 껍데기만 남아 있는 유물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 사회가 이런 구세대적인 잣대를 하나씩 없애나 갈수록 마음 편히 파도를 타는 소년들은 늘어날 것이고 이는 곧 사회가 한 걸음 더 진전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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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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