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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무결한 어머니는 언제부터 못된 여자가 되었을까?

[프리뷰] ‘도우터 오브 마인’, 모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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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19-04-23 [09:25]

  <도우터 오브 마인> 포스터ⓒ 씨네룩스

<도우터 오브 마인> 포스터ⓒ 씨네룩스

소란스럽고 어딘가 어수선한 마을 축제 장면을 처음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9살의 어린 소녀 비토리아는 그곳에서 한 남자와 격정적으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여자를 마주한다. 술에 취한 듯 말을 거는 낯선 금발의 여성을 피해 비토리아는 엄마에게 달려가고, 엄마 티나는 그런 비토리아를 다정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토리아와 친구들이 키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장면. 10살이 채 될까 말까한 나이의 아이들이 나누기에는 생소한 대화주제 속에서 비토리아는 어쩐지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듯 보인다. 붉은색의 머리칼이 눈에 띄는 비토리아는 외로움을 느끼며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토리아는 축제에서 만난 낯선 금발의 여성, 안젤리카에게 알 수 없는 호기심을 느끼며 이끌리게 된다. 티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안젤리카를 만나러 가는 날이 잦아진 비토리아는 점점 더 안젤리카가 본인을 낳은 진짜 엄마임을 확신하게 된다. 10년 가까이를 비토리아와 함께해 온 엄마 티나 그리고 그녀와 너무나 다른, 또다른 엄마 안젤리카.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혼란스러움을 겪는 비토리아까지 불완전한 세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도우터 오브 마인이다.

 

 

<도우터 오브 마인> 스틸 이미지▲<도우터 오브 마인> 스틸 이미지 ⓒ 씨네룩스

 완전무결한 어머니와 못된 여자

 

순결한 어머니시여 저희를 위해 기도하소서

고결한 어머니시여 저희를 위해 기도하소서

완전무결한 어머니시여

사랑받아 마땅한 어머니시여

경애하는 어머니시여…”

 

영화 초반부, 마을의 여인들이 교회에서 함께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티나는 그 사이에 있고, 안젤리카는 그 무리의 겉을 맴돌 뿐 함께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티나와 안젤리카가 갖는 모성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티나와 안젤리카는 모성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다른 태도를 보인다. 그러한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나는 부분들은 아래와 같다.

 씻을 때면 발의 때까지 꼼꼼하게 벗겨내라고 말하는 티나와 때는 사방에 널렸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안젤리카, 높은 곳은 무섭고 산은 좋아하지도 않는 티나와 높은 곳에 올라가서 바람을 만끽하고 자유를 느끼는 안젤리카. 티나는 대체적으로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과 가깝고, 안젤리카는 그러한 전형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안젤리카는 자신의 엄마를 못된 여자라고 칭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느 엄마들처럼 못된 여자였지

   

그녀에게 엄마는 순결하고 고결하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기보다 그저 못된 여자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젤리카는 오히려 그러한 엄마의 전형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녀는 아이를 사회가 원하는 틀에 맞추어 바르게 키우는 못된 여자가 되기보다 안젤리카 그 자체가 되고자 했다. 티나는 비토리아에게 안정적인 가정과 친구관계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안젤리카는 비토리아가 자유와 용기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나의 그것은 분명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일 테지만, 생경하지만 흥미로운 안젤리카의 그것이 비토리아의 구미를 더 당기게 된다. 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외로움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끌림일지도 모른다.

  

모든 걸 예전처럼 돌려주소서

  

비토리아의 두 엄마는 모두,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안젤리카와 티나에게 있어 제자리는 각각 어디일까. 비토리아가 본인 모르게 계속해서 안젤리카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 티나는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그런 그녀는 마을의 여성들과 함께 기도하던 성모 마리아상을 다시 찾아 기도한다.

  

성모 마리아님 모든 걸 예전처럼 돌려주소서

 

티나에게 예전이란 비토리아가 안젤리카의 존재를 알기 전, 그러니까 오직 본인만이 아이의 엄마였던 시절이 될 것이다. 그녀는 비토리아의 제자리를 본인의 곁으로 보는 것이다. 그녀는 안젤리카에게 본인은 아이를 9년동안 봐 왔으며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은 본인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분명 안젤리카에게 하는 이 말은 다른 누군가에게 말한다기보다 티나가 본인 스스로에게 확인받고자 하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안젤리카는 비토리아에게 한 물고기의 이야기를 해준다. 바로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살던 곳에서 멀리 떠나고 나중에야 돌아오는 어미 장어 이야기가 그것. 이야기를 들은 비토리아는 안젤리카에게 묻는다. ‘어미 장어는 새끼를 보기 싫은 걸까?’. 그리고 이어지는 안젤리카의 대사는 다음과 같다.

 

 모든 건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게 되어 있어.”

  

그렇다면 안젤리카에게 있어 제자리는 어미 장어가 시간이 지나면 살던 곳으로, 그러니까 새끼 장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비토리아의 곁으로 본인이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티나와 안젤리카는 여러 면에서 의견의 차이를 보이지만, 비토리아의 곁에 있고 싶다는 의견에는 그 방향을 같이한다.

 

<도우터 오브 마인> 스틸 이미지

 ▲<도우터 오브 마인> 스틸 이미지 ⓒ 씨네룩스

 색채, 그리고 인물 중심적 촬영

 

  도우터 오브 마인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에서 촬영되었다. 날리는 금빛의 모래가 아름답지만 가꾸어지지 않은 사르데냐 섬의 풍경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나간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황색의 색채를 띄는 배경 속에서, 금발을 가진 안젤리카와 붉은 머리칼을 가진 비토리아에 비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푸른 계열 옷을 입고 등장하는 티나에게는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와 비슷하게 비토리아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물적으로 챙기는 것은 분명 티나지만, 그녀는 안젤리카와 비토리아 간의 무형의 유대를 끊을 수 없는 듯 보인다. 이러한 혈연의 관계가 자연과의 색조화와 어딘가 일치되는 구석이 있는 듯 느껴진다.

 그리고 영화 내내 카메라는 특별한 앵글의 변화 없이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무빙을 보여준다. 높은 산에 올랐을 때에도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을 비추기보다 안젤리카를 바라보는 비토리아의 시선을, 기도하는 장면에서도 성모 마리아 상보다는 그 인물들에게 초점을 둠으로써 그들과 함께 플롯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대부분의 장면이 도구를 사용하기보다 직접 손에 카메라를 쥐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되어 인물의 움직임과 시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도우터 오브 마인> 스틸 이미지 ▲<도우터 오브 마인> 스틸 이미지 ⓒ 씨네룩스

 모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

  

영화 후반부, 결국 비토리아는 안젤리카가 요구한 대로 혼자서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오는 것에 성공한다. 그녀는 안젤리카로 인해 분명히 어느 부분에서는 달라지고 또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부서지는 햇빛 아래 서로를 부둥켜안는 세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옷을 벗어 던지는 비토리아와 그 뒤로 서로에게 기대어 걷는 티나와 안젤리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는 불완전한 세 여성이 함께함으로써 서로의 불완전을 조금씩 채워나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사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모호한 부분들은 몇 군데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 것만은 분명했다. 사실 기존에도 모성을 다룬 영화들은 많다. 그러나 엄마라는 존재의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부분만을 조명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분명 모성에 있어서 그러한 부분들이 감사해야 하고 상기해야 하는 부분임은 맞지만, 종종 그 형태가 없는 강제성에 의문이 들곤 했다. 엄마는 항상 누군가 먹다 남긴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걸까?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엄마도 짜장면을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하는 엄마는 왜 못된 여자가 될 수밖에 없는 걸까. ‘도우터 오브 마인속 안젤리카는 그 자체가 유흥을 즐기고 성에 자유로운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모두가 그녀를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녀를 아이를 버린 책임감 없는 사람이라고 질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되기보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안젤리카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존재인 만큼 신선하고 반가운 캐릭터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그녀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가르침 속에서 한 단계 성장해 나가는 비토리아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모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성에 갇혀 '안젤리카'였던 그들의 존재를 잊고 있던 것은 아닌지, '티나' 같은 엄마들을 못된 여자로 만들고 있던 것이 아닌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모성에 대하여 새로운 고찰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도우터 오브 마인425,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15세 관람가.

 

[씨네리와인드 김진하]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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