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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가 보여주는 7대 죄악 ①

질투, 탐욕, 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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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5-27 [14:53]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공포영화의 중요한 공식 중 하나가 있다. 모든 공포의 원인은 죄악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저지른 죄악 때문에 악령이 나타나고 그 악령으로 인해 사람들은 공포에 빠진다. 그 공포를 이겨내는 방식이 사랑에 근간을 두거나 공포와 공존을 택하는 이유는 결국 인간에게 죄악이란 사랑으로 지워내지 못한다면 평생 안고 가야 될 짐과 같기 때문이다.

 

‘더 위치’를 통해 평단의 주목을 받은 로버트 애거스 감독의 신작 ‘라이트하우스’는 비록 국내 개봉에는 실패했지만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은 건 물론 비평가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칸 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했고 제92회 아카데미영화제 촬영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은 단조로운 스토리에 인간의 7대 죄악을 담아내며 긴장감을 높인다.

 

▲ '라이트하우스' 스틸컷  © A24

 

전작 ‘더 위치’처럼 분위기와 심리를 통해 공포를 조성해내는 게 핵심이지만 다소 밋밋했던 전작과 달리 장면적인 포인트를 통해 재미를 더한다. 작품은 ‘라이트하우스’ 등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고립된 섬에 두 명의 등대지기가 머문다. 이들의 관계는 등대지기라는 측면에서 동등해 보이지만 감독관과 일꾼이라는 측면에서 수직을 이룬다. 늙은 등대지기 토마스(윌렘 대포)는 신입 등대지기 에프라임(로버트 패틴슨)에게 등대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에프라임이 하는 일은 기기 보수와 잡일뿐이다. 처음에는 순순히 말을 따르던 그는 점점 등대에 대한 욕망을 키워나간다. 스크린 1.19:1의 비율과 흑백화면은 이런 에프라임의 욕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1.19:1 비율은 수직적인 느낌을 강화시키며 등대를 향한 에프라임의 욕망과 토마스와 에프라임 사이의 상하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 화면이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관객에게 여백을 통한 다양성이 아닌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그 의도는 카메라가 따라가는 에프라임의 죄악이다. 에프라임은 툭하면 자신을 성가시게 하는 갈매기를 때려죽인다. 토마스에게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바다생물을 죽이면 천벌을 받는다는 그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다. 이때 카메라는 에프라임의 행동을 화면 가득 담아내면서 죄악의 순간을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여기에 흑백의 화면은 에프라임의 광기를 처절하게 드러내는 건 물론 선과 악의 이분법을 색깔로 드러내며 주제의식을 강화시킨다.

 

이후 작품은 에프라임의 7가지 죄악을 통해 인간이 지닌 원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노, 질투, 탐욕, 나태, 색욕, 폭식, 오만은 성서에 기록된 인간이 저지르는 7개의 죄악이다. 공포영화는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죄악을 통해 인간 내면의 광기와 집착을 조명한다. ‘라이트하우스’에서는 이 죄악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그리고 이 죄악을 통해 성립된 공포의 공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 '라이트하우스' 스틸컷  © A24

 

질투(jealousy)

 

공포에서 질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학교괴담이다. 전교 2등이 1등을 질투해 죽이고 그 원혼이 학교를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는 괴담의 정석을 보여준다. ‘라이트하우스’에서 질투는 토마스의 지위를 향한 에프라임의 집착에서 비롯된다. 에프라임은 등대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관리인의 위치에 있는 토마스를 질투한다. 이런 질투의 감정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이를 뒤틀리게 표현하는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다.

 

서예지, 진선규 주연의 ‘암전’처럼 꿈을 이루지 못하고 경험한 죽음과 자신을 대신해 꿈을 이뤄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가 원혼이 저지르는 살인으로 귀결된다. 과거 화재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 여배우는 이후 악령이 되어 리얼 페이크 다큐를 찍던 신인 영화팀의 제작진들을 죽여 버린다. 그 작품을 통해 영화감독 김재현은 모든 관객들이 도망치는 진짜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어내지만 악령에 미쳐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다.

 

▲ '여우령' 스틸컷  © 필름뱅크

 

질투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열망하는 대상이 없다면 질투라는 감정은 발현되지 않는다. 꿈과 목표가 있는 인간은 누구나 질투를 품는다. 이런 감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여우령’을 들 수 있다. 과거 촬영 중 추락사한 여배우의 원혼이 촬영장에 남아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자신의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하는 여배우들에 대한 질투가 살인으로 이어진다.

 

특히 추락사한 여배우의 몸이 기이하게 꺾인 장면은 공포영화 역사상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질투는 이루지 못하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 꿈을 방해받은 영혼은 그 슬픔과 고통 때문에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다. 그 대상이 자신을 해한 이들에게 향하는 것과 함께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도 포함된다는 점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 '저승에서 온 딸' 스틸컷  © Sterobcar Productions

 

탐욕(greed)

 

탐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너무 많은 걸 가지려는 마음, 두 번째는 금기시 된 것에 다가가려는 욕심이다. ‘라이트하우스’를 비롯한 공포영화의 탐욕은 후자에 해당된다. 에프라임이 등대의 불빛을 보고자 하는 강한 탐욕의 마음은 본인에게는 금기시 된 역할의 침범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많은 걸 가지려다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는 풍자의 대상이 되지만 금지된 걸 탐한 이의 이야기는 공포가 된다.

 

후자의 탐욕에 해당되는 대상은 빛나는 존재다. 영화의 흑백화면에서 눈부신 등대의 불빛은 더 강렬하게 표현된다. 이는 에프라임이 왜 불빛을 탐내는지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들은 에프라임의 열망에 더 강하게 몰입되고 이를 향한 그의 검은 마음에 긴장감을 느낀다. 이런 빛나는 존재는 공포 장르에서는 돈이나 명예 같은 현실적인 가치보다는 가족이란 존재로 표현되곤 한다.

 

가족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건 물론 강한 집착을 유발한다. 스티븐 킹 원작의 ‘저승에서 온 딸’은 이런 탐욕의 정서를 돌아온 딸을 통해 나타낸다. 템플턴 부부는 그들의 딸 아이비를 노리는 후퍼라는 남자와 대적한다. 후퍼는 아이비가 죽은 자신의 딸 오드리 로즈의 환생이라 말한다. 오드리가 차 사고로 불에 타 죽었다는 후퍼의 말을 부부는 처음에는 믿지 않지만 차가운 창문에 손을 댄 아이비가 화상을 입자 점점 의문에 빠진다.

 

▲ '얼굴없는 눈' 스틸컷  © Champs-Élysées Productions

 

딸을 되찾고 싶은 후퍼와 딸에 대한 의심을 지우려는 빌은 아이에게 최면술 실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의 탐욕은 사건 당시로 가게 된 아이비의 죽음을 이끌게 된다. 평범하게 살았을 소녀 아이비가 금지된 욕망 때문에 죽음에 이른 것이다. 이는 ‘얼굴없는 눈’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프랑스 영화는 차 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딸 크리스티안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젊은 여자들을 납치하는 외과의사 제네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네시는 젊은 여자들을 납치해 그들의 얼굴 피부를 벗겨낸다. 이유는 그 피부를 딸에게 이식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남의 얼굴을 훔치는 탐욕을 자행한다. 이런 제네시의 선택에 고통을 받는 건 크리스티안이다. 크리스티안은 자신의 존재 때문에 피해를 입어야만 하는 여성들의 존재에 제네시보다 더 깊은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탐욕은 남의 것을 강탈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 욕심 때문에 누군가는 소중한 걸 잃게 되고 그걸 원하지 않는 이는 더 큰 고통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품는 탐욕은 욕망을 향한 광기로 발현된다. 내면의 죄책감으로 인해 남을 위한 탐욕의 경우 광기에 빠져 죄악을 반복하는 대상과 반대로 죄책감의 대상은 그 행위에 의해 더 큰 죄책감과 고통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 '라이트하우스' 스틸컷  © A24

 

나태(indolence)

 

나태를 죄악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역할론에 있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나태하게 행동한다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규칙을 들먹이며 토마스가 권유한 음주를 거부한 에프라임은 막상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그의 게으르고 책임감 없는 행동은 토마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공포 장르에서 나태를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으른 인물의 모습은 공포영화가 지닌 긴박한 흐름에 맞지 않을뿐더러 호기심 또는 집착 때문에 행하는 행위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모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태와 비슷한 표현을 공포영화에서 뽑자면 방관과 불신을 들 수 있다. 공포영화 속 경찰들은 공포현상에 대해 확실하게 신뢰를 보이지 않으며 불신을 보이다 일을 더 크게 만들고는 한다.

 

▲ '인비저블맨' 스틸컷  © 유니버설 픽처스

 

또 가족이나 교사가 관련된 공포물의 경우 아이의 고통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방관하다 비극을 막지 못한다.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가 투명인간을 소재로 만든 ‘인비저블맨’을 예로 들자면 세실리아는 집착이 심한 남편 애드리안을 피해 도망쳐 왔으나 이후 그가 주변에 있다는 현상을 자꾸 겪게 된다. 물리학 분야에 있어 1인자였던 애드리안이 자살을 꾸며내고 그가 실험하던 투명인간이 되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세실리아는 말하나 아무도 믿지 않는다.

 

결국 세실리아가 투명인간 슈트를 입은 애드리안의 사주를 받은 동생을 잡아낼 때까지 경찰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둔 건 물론 10여명 가까이가 투명인간에게 목숨을 잃게 된다. 피해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허황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공포영화의 단골손님이다. 상대를 믿지 못하고 민중의 지팡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모습이 굳이 7개의 죄악에 맞추자면 나태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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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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