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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표현한 잠수함과 소통 그리고 단절|21th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잠수함이 갖고 싶은 소년' / 연출 알렉스 피페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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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5-28 [17:13]

▲ '잠수함이 갖고 싶은 소년' 포스터  ©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라틴 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그들 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학으로 대표되는 이 문화는 꿈과 환상이 현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현실을 다루지만 그 안에 판타지의 요소를 가미한다. 때문에 주제의식은 현실에 가깝지만 표현은 판타지를 입는다. 85년생의 젊은 감독 알렉스 피페르노는 그의 첫 장편영화를 이런 라틴 아메리카의 정체성을 담아 만들었다.

 

‘잠수함이 갖고 싶은 소년’은 공간을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필리핀의 한 오두막, 이곳 마을 사람들은 오두막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에 두려움을 품는다. 마을 남자들은 팀을 꾸리고 밤새 오두막을 감시하는가 하면 혹시 모를 악령의 존재를 대비해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이들 중 놀리라는 남자는 악몽을 꾸면서 오두막이 마을과 자신의 가족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오두막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진동과 소리다. 그리고 이 오두막은 창고와 연결된다. 이 창고는 파타고니아행 거대 유람선 안에 있다. 이곳에서 청소를 하는 소년은 배의 구석진 통제구역에서 이 창고를 발견한다. 그곳은 한 여성의 방과 연결되어 있다. 소년은 배에서의 생활이 지루할 때면 여성의 방을 향한다. 그곳에서 하는 거라고는 몰래 샤워를 하거나 여성의 잠자는 모습을 쳐다보는 것이다.

 

▲ '잠수함이 갖고 싶은 소년' 스틸컷  ©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이 영화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세 공간에 있다. 이들 공간은 모두 실재한다는 점에서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 공간의 거리감이 사라졌다는 점은 판타지로 볼 수 있다. 이는 현대사회가 지닌 공간의 의미를 보여준다. 현대사회는 SNS를 비롯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그 어떤 시대보다 거리감이 좁혀졌다. 하지만 눈에 안 보이는 또 다른 거리감이 존재한다. 이 거리감은 바로 옆에 있어도 서로의 존재를 볼 수 없는 단절이다.

 

유람선의 화려한 내부에는 승객들이 있다. 그들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가 하면 창밖으로 풍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밖에는 청소를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같은 유람선에 타고 있지만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 또 손님들 역시 밤에 밖에서 청소하는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내부의 승객은 백인으로, 외부의 노동자는 라틴 아메리카인으로 설정하며 자본에 의한 현대 계층사회의 문제를 보여준다.

 

이런 단절은 필리핀의 오두막 역시 마찬가지다. 종교는 신성함과 두려움을 지닌다.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이 있어야 하며, 두려움이 존재하기에 신성함을 찾는다. 오두막은 두려움을 유발하는 장소이기에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종교는 인간으로 하여금 그 한계를 스스로 지니게 만든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그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도 않고 그저 겁에 질려한다.

 

▲ '잠수함이 갖고 싶은 소년' 스틸컷  ©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하지만 이런 단절은 만남을 가져올 수 없다. 소년과 여자의 만남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만남을 지닌다. 여기서 시간이란 소년과 여자가 함께한 순간이다. 소년은 여자를 몰래 훔쳐봤고 여자는 이 사실을 안다. 하지만 집이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인식하지 못했을 뿐, 함께했던 시간은 묘한 익숙함을 싹트게 한다. 이 순간은 판타지를 통해 현실의 단절을 무너뜨리는 마법과도 같다.

 

세 공간이 이어진 통로의 정체는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바다 깊숙이 잠수해 목적지까지 나아간다. 잠수함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목적지에 도달할 때이다. 이 통로를 통해 소년은 소통과 만남이라는 목적을 향해간다. 현대 도시인의 외로움을 지닌 여자가 소년과 만나는 반면, 시골 마을 사람들이 이 만남을 이루지 못한다는 점은 도시와 시골의 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잠수함의 상부와 하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 '잠수함이 갖고 싶은 소년' 스틸컷  ©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여자는 잠수함의 하부, 그러니까 바다 아래 깊숙이 잠수한 순간 바라보는 어둠과 같다. 이 어둠은 여자의 외로움을 의미한다. 소년이 여자를 처음 바라보는 장면도 한 밤중이다. 때문에 소년은 은밀하게 여자에게 다가온 건 물론 만남과 관계라는 목적을 이뤄낸다. 반면 오두막은 수면 위로 떠오른 잠수함의 상부다. 요란하게 흔들리고 소리를 낸다는 점과 해가 뜬 오후에 발견했다는 점이 그렇다.

 

때문에 소년은 필리핀의 사람들과 만나지 못한다. 놀리가 오두막 내부를 향했을 때 그를 만났을 뿐, 다른 사람들은 상부에 노출된 잠수함을 보고 피한다. 소년은 고독을 이기고 새로운 만남을 위해 잠수함이 갖고 싶지만 이 순간은 오래 허락되지 않는다. 작품은 소년의 소망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담아내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이 마법 같은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상상력을 선물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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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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