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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 위에 선 소녀, 노력과 열정이 있는 한 꿈은 계속된다

[프리뷰] '야구소녀' / 6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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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6-09 [11:44]

▲ '야구소녀' 메인 포스터  © 싸이더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다양성영화계 스타 이주영은 최근 자신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있다. 올 상반기 히트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마현이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6월 18일 개봉을 앞둔 ’야구소녀‘를 통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모두 사로잡을 준비를 끝마쳤다.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이주영에게 독립스타상을 안긴 이 작품은 여성과 야구, 꿈이라는 소재를 적절하게 배합하며 재미를 선사한다.

 

▲ '야구소녀' 스틸컷  © 싸이더스

 

‘여자이기 때문에’가 아니다

 

주수인은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다. 야구를 하는 게 즐겁고, 야구만 하고 싶은 수인의 꿈은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여자대표팀에 속한 일본어 교사를 소개하며 직업을 따로 갖는 아마추어인 여자야구단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꿈을 포기하기 싫은 수인 앞에 새 코치인 진태가 나타난다. 진태는 수인을 강하게 몰아치며 프로진출의 꿈을 접으라고 말한다.

 

수인은 후배 타자를 삼진으로 잡을 테니 잘 보라고 진태한테 말한다. 투 스크라이크까지 잡은 상황에서 진태는 코칭을 하고 타자는 공을 멀리 날려버린다. 진태는 수인에게 말한다. 널 프로로 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고. 네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현재 프로야구에 여성은 없다. 규정에 의해 여성은 프로에 올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투수 힘이 남성에 비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인의 최고구속은 134km로 여자선수로는 굉장히 빠르지만 프로 기준에서는 부족하다. 진태는 포기하지 않는 수인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진태 역시 프로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독립구단에서 40살 가까이 될 때까지 선수로 뛰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현실을 파악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진태는 수인은 그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한다. 동시에 작품은 수인이 여성이기 때문에 장벽에 막힌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작품에는 야구에 도전한 학생들 중 다수가 프로에 가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프로와 계약한 정호는 수인과 어린 시절 함께 야구를 했던 추억을 말하며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 중 자신과 수인만이 아직도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이 여성, 야구와 함께 꿈을 바라보는 건 이 지점이다. 꿈은 이루기 힘들기 때문에 꿈이라 불린다.

 

▲ '야구소녀' 스틸컷  © 싸이더스

 

실패한 어른들과 꿈을 꾸는 아이들

 

영화 속 어른들은 실패자로 그려진다. 수인의 아버지는 오랜 시간 공인중개사를 준비했으나 해내지 못하고 실업자로 지낸다.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억척스럽게 돈을 번다. 어머니는 여자는 야구 프로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수인이 빨리 돈을 벌었으면 한다. 안 되는 걸 잡고 있다가 아버지처럼 이도저도 아닌 삶을 살아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부 감독과 진태 역시 실패자다. 야구부 감독은 수도권 외곽의 고등학교에서 신생 야구팀을 지도한다. 이 야구팀은 존속을 위해 수인을 고교 야구로 끌어들였을 만큼 기반이 빈약하다. 프로 경험도 없고, 코치 자격증도 없고, 이혼해서 양육비를 보내야 하는 진태는 어쩔 수 없이 이 야구단으로 오게 된다. 실패에 익숙한 어른들은 수인의 도전을 응원해주기 힘들다. 그 끝이 노력의 성과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태를 비롯한 어른들이 마음을 하나씩 돌리는 이유는 그들에게도 청춘이 있었고 꿈을 꾸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태는 야구실력은 부족하지만 코칭에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 때문에 그는 ‘어쩌면’이란 가능성을 품는다. 청춘이 지닌 가장 큰 힘은 가능성이다. 수인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던 어른들은 그녀의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에 믿음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감정을 보여주는 이유는 그들 역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꿈을 포기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너무나 아프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만약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나를 도와주는 누군가 곁에서 지탱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진태는 그런 아쉬움을 수인에게 주고 싶지 않다. 수인의 아버지 역시 자신이 대신 돈을 벌겠다며 수인이 야구를 계속하길 원한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들이 대신 꾸어줬으면 한다.

 

▲ '야구소녀' 스틸컷  © 싸이더스

 

너클볼과 마운드

 

진태가 수인에게 가르치는 공은 너클볼이다. 부상당한 선수만 던지는 공 아니냐는 수인의 말처럼 너클볼은 느리다. 진태는 속도는 떨어지지만 공 회전이 좋은 수인의 장점을 살리고자 너클볼을 가르친다. 동시에 꿈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삶 역시 너클볼과 같다는 걸 보여준다. 요즘은 속도의 시대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걸 원한다. 그래서 빠르지 못한 사람은 도태된다고 여긴다.

 

수인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상대를 잡을 수 있는 너클볼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꿈을 이루고자 한다. 왜냐하면 인생은 9회 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들처럼 빨리 가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때문에 4~50대가 되면 그 에너지를 전부 소진한다. 남들처럼 달려왔지만 살아갈 시간은 여전히 많다. 새로 방향을 정하자니 앞길이 막막하다. 확실한 삶의 이정표가 아닌 남들을 따라 뛰어왔기 때문이다.

 

인생은 마운드에 올라선 투수와 같다. 어떤 투수는 1회부터 너무 많이 맞아서 빨리 강판되고 싶을 만큼 우울한가 하면, 어떤 투수는 빠르게 삼진을 잡으며 박수세례를 받는다. 하지만 경기는 9회까지다. 최종 점수가 어떻게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야구소녀’ 수인의 삶은 1회부터 너무 많은 안타를 맞았다.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들에 의해 무시를 당했고, 집에서는 그 꿈을 뜬구름 잡는 소원처럼 여겼다.

 

20대를 앞둔 수인에게는 여전히 9회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때문에 그녀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라는 작품 속 수인의 말처럼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공을 던지기 전부터 홈런을 맞을까 두려워하기 보다는, 스트라이크를 노리고 던지는 꿈을 향한 노력과 열정의 가치의 중요성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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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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