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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편지가 가져온 잔잔한 파동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윤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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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03 [09:53]

▲ '윤희에게' 포스터.     ©영화사 달리기, (주)리틀빅픽처스  

 

[씨네리와인드|이유민 리뷰어편지, , 겨울, 고양이, 필름 카메라가 주는 조합은 따뜻하다. 영화는 이런 따뜻함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있다. 어딘가 레트로 분위기를 뿜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절대 구식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게 이 영화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 '윤희에게' 스틸컷. ©영화사 달리기, (주)리틀빅픽처스  

 

이혼한 뒤 홀로 고등학생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윤희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발신인은 쥰, 발신지는 일본. 윤희의 딸 새봄이 먼저 편지를 발견하고, 편지를 읽은 새봄은 윤희에게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새봄과 윤희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이야기는 천천히 진행된다.

 

▲ '윤희에게' 스틸컷. ©영화사 달리기, (주)리틀빅픽처스  ©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세세하고 부드러운 따뜻함이다. 영화에는 교묘한 대사의 반복이 자주 일어난다. 옛사랑이 어떤 사람이었냐 묻는 새봄의 말에 윤희는 '가까이 가면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라며 쥰을 추억했다. 이후 쥰의 고모 마사코 역시 쥰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되는데, 마사코는 '가까이 가면 화장실 방향제가 나는 사람.'이라며 답한다. 앞서 질문했던 새봄과 쥰 역시 서로 다른 시간, 장소에서 비슷한 말을 한다. 새봄은 윤희에게 '아빠랑 엄마랑 이혼했을 때 내가 왜 엄마랑 살겠다고 한 줄 알아? 엄마가 더 외로워 보였거든.'라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쥰 역시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쥰은 마사코에게 '아빠랑 엄마랑 이혼했을 때 내가 왜 아빠랑 살겠다고 한 줄 알아? 아빠가 더 나한테 무관심해 보였거든.'라고 말한다. 이 대사로 둘은 비슷하지만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새봄은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 쥰은 사랑을 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 '윤희에게' 스틸컷. ©영화사 달리기, (주)리틀빅픽처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복되는 대사는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쥰과 윤희의 편지 내용이다. 초반부에는 '윤희에게,'로 시작되는 쥰의 편지 내용이 이어지고 윤희가 이사한 후부터 나오는 후반부에는 '쥰에게,'로 시작되는 윤희의 편지 내용이 이어진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장면인데, 김희애 배우의 목소리 연기만으로도 윤희가 짊어진 삶과 고난이 와닿았다.

 

▲ '윤희에게' 스틸컷. ©영화사 달리기, (주)리틀빅픽처스  

 

아마 윤희와 쥰은 새봄이 주선한 그 만남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윤희가 쓴 편지 역시 부치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20년이 더 흐르더라도 서로는 그 자체로 위안이 될 것이며, 그리워할 것이다. 

 

20년이 지났음에도 서로를 친구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과 이를 알고 있음에도 더 이상 묻지 않는 새봄과 마사코. 인화한 필름 사진을 보며 '엄마는 웃는 사진이 하나도 없다'라고 말하는 새봄의 대사와 이에 회답하듯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려는 윤희의 웃는 모습이 담긴 마지막 장면, 그리고 이와 맞춰 흐르는 윤희의 마지막 추신까지.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이유민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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