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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지키고 싶었던 ‘세상’에 대하여

[프리뷰] '소년시절의 너' / 7월 9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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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03 [14:22]

▲ '소년시절의 너' 포스터     ©(주)영화특별시SMC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소년시절의 너는 최근 공개된 두 편의 영화를 생각나게 만든다. 같은 중화권 영화인 아웃사이더와 엘르 패닝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 두 편 다 달달한 틴에이지 로맨스를 연상시키지만 포장지를 풀어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다. ‘아웃사이더는 생각보다 폭력적인 내용을,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는 자살 방지 캠페인에 가까운 내용을 보인다.

 

중국 내에서의 큰 흥행과 가슴 따뜻해 보이는 포스터는 달달하고도 가슴 뛰는 로맨스를 선보일 것만 같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 영화의 정체는 학교 폭력과 10대 청소년들의 소외 문제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그 정체를 알고 실망할까? 만약 순전 청량감 넘치는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조금만 시간을 지니고 이 영화가 지닌 인물들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유려한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예기치 못한 재미와 감동을 만날 것이다.

 

▲ '소년시절의 너'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작품은 여전히 전 세계 학생들을 짓누르고 있는 교육신화와 이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보여준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수능으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지닌 중국인만큼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교육신화에 대한 허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 위치한 이들에게 성공을 위한 유일한 길은 오직 공부뿐이다. 첸니엔에게 공부는 가족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첸니엔의 어머니는 마스크팩 판매원으로 일하는데, 이 업체는 불법이다. 때문에 그녀의 어머니는 사기꾼으로 불리며 마을 내에서 배척당한다. 어머니는 첸니엔은 학생이니까 건드리지 못할 거라며 첸니엔을 두고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한다.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는 첸니엔은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첸니엔은 공부로 성공해 어머니와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한다.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그녀에게는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공부만큼 힘든 문제가 있다. 바로 교우관계다. 학업 스트레스는 학생들을 나쁜 길로 빠지게 만든다. 짧은 시간 안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 남을 괴롭히는 것이다. 첸니엔은 집단 괴롭힘을 당한다. 그 괴롭힘은 어머니가 사기꾼이란 걸 공개하면서 학교 내에서 모두가 그녀를 싫어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청할 수 없게 말이다. 그런 첸니엔 앞에 샤오 베이가 나타난다.

 

▲ '소년시절의 너'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거친 삶을 살아가는 베이는 첸니엔을 지켜줄 테니 돈을 달라고 말한다. 베이는 자신과 첸니엔이 같다고 말하지만 첸니엔은 코웃음친다. 미래를 그려나가는 그녀와 어둠속에서만 살아가는 베이는 다르다 여긴다. 하지만 본인의 현실이 어둠인 첸니엔은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 고되고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이에 그녀는 베이를 찾아간다.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자신을 지켜달라고 말이다.

 

영화는 세 가지 인상적인 장면을 통해 가혹한 세상 속 빛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첸니엔이 담임교사와 상담하는 장면이다. 작품은 도입부에서 첸니엔의 친구가 자살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친구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첸니엔과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첸니엔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그 친구가 좋았지만, 자신도 괴롭힘의 영역에 들어갈 까봐, 그래서 공부를 못할까봐 그 마음을 받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친구의 자살에 죄책감을 지녔던 그녀는 확실히 일을 처리해 주겠다는 경찰과 학교의 말을 믿고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돌아온 건 학교폭력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떠난 담임교사와 수능을 이유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가해자들이다. 담임교사는 첸니엔에게 말한다. 넌 올바른 일을 했지만, 그 일로 네 인생에 그림자가 생겼다고. 이 그림자는 가해자들을 의미한다.

 

학교는 피해자를 보호해줄 수 없다. 가해자들 역시 어린 학생들이란 점에서 지켜야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이 괜한 정의감은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 첸니엔은 이 고발로 인해 폭력을 당하게 된다. 괴롭힘의 대상으로 찍혀버린 것이다. 첸니엔이 낸 용기는 어른들에 의해 짓밟힌다. 그녀와 베이 사이의 강한 유대감은 두 사람 다 어른들에게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 '소년시절의 너'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두 번째는 첸니엔의 뒤를 따라가는 베이다. 베이는 집밖에서는 절대 첸니엔과 함께 걷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는 자신과 첸니엔이 비슷한 사람이라 말했지만 그녀에게는 미래가 있음을 안다.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거친 삶을 택한 베이는 속이 깊다. 그는 유일하게 자신에게 진심을 보여준 첸니엔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때문에 어쩌면 자신 때문에 첸니엔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품는다.

 

작품에서 베이는 이런 말을 한다.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여기서 세상은 첸니엔의 미래다. 때문에 베이는 그녀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그리고 베이에게 세상이란 첸니엔이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이양천새는 첫 스크린 데뷔작에서 거친 매력 속 귀엽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따뜻하고 성숙한 마음은 세상 그 어떤 어른보다 듬직하게 첸니엔에게 다가온다.

 

세 번째는 SNS와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았던 첸니엔의 삭발장면이다. 중국에서는 2019년 개봉한 작품인 점에서 국내에서 먼저 영상이 돌았고, 그중 삭발장면은 큰 충격을 주었다. 삭발장면 속 첸니엔의 얼굴은 엉망이다. 심각한 괴롭힘을 당한 첸니엔은 망가진 머리로 인해 삭발을 결심한다. 이때 머리를 삭발하던 베이는 함께 머리를 민다. 이 행동은 너의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베이는 항상 뒤에서 첸니엔을 바라본다. 그는 든든한 기둥처럼 첸니엔의 뒤를 지킨다. 학교폭력에서 그 학생을 지켜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누군가 항상 곁에 있어 준다는 믿음이다. 젊은 형사는 첸니엔에게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연락하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녀를 도와줄 수 없다. 어른들에게는 어른들만의 일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는 이 사실을 알기에 자신의 힘으로 첸니엔을 지키고자 한다.

 

▲ '소년시절의 너'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첸니엔의 삭발은 두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이에 따라 괴롭힘도 점점 더 심해진다. 영화는 중국이란 국가가 지닌 특성 때문에 마치 공익광고 같은 마지막을 보여준다. 하지만 증국상 감독과 배우 주동우는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예기치 못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형성에서 벗어난 깊은 슬픔과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감동을 선사한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통해 완성도 높은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겼던 증국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런 장점을 선보인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했지만 과한 폭력과 어둠으로 빠지지 않는다. 동시에 첸니엔과 베이를 비롯해 모든 인물들의 욕망과 선택을 공감할 수 있게 그려낸다. 중반 이후 예상을 벗어난 스토리는 독특한 텔링을 선보이며 두 주인공의 사랑에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동탁적니’ ‘먼 훗날 우리등을 통해 로맨스의 강자 면모를 보여준 주동우는 곪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첸니엔 역을 몰입감 있게 소화해낸다. 영화 에서 보여줬던 거처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인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웃음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의 마음을 내면뿐만 아니라 외면으로도 공감가게 그려낸다. 이는 몰입에 있어 큰 힘을 보여준다.

 

기존 학교폭력을 다룬 작품들이 예쁘게 치장한 배우들에 의해 저렇게 예쁘면 학교폭력을 안 당하지 않나?’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반면, 주동우는 외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고통과 외로움에 찌든 모습을 담아내며 믿고 보는 주동우란 말을 다시 한 번 인정하게 만든다. 배우가 지닌 특유의 사랑스런 매력 역시 로맨스에 있어 애절한 감정을 자아낸다.

 

소년시절의 너는 중화권 로맨스 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정적인 감성이나 최루성 멜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장르에 담아내면서 기존 장르문법에서 벗어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두 주인공의 감정에 푹 빠져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른이 되어 괜찮다 여겼던 문제가 주는 아픔과 소외, 이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의 세상이 되어준 두 청춘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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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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