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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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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07 [10:05]

 

▲ 영화 '아이들' 스틸컷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몸이 약해서 아플 때가 많았고 관계에 서툴러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때가 많았다.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로움을 많이 타기도 했다. 이렇듯 나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으며 유난히 굴곡이 많았다. 그러한 굴곡을 수평으로 만들어 준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파수꾼과 단편영화 아이들이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짐과 동시에 위로를 받았다. 굳이 화면을 보지 않고 대사와 소리만 들어도 좋았다. 라디오에서 조근조근 사연을 들려주는 것처럼 이러한 영화들은 나에게 한편의 라디오가 돼주었다.

 

외로워서 보고, 지쳐서 보고, 슬퍼서 봤던 영화들. 나의 무의식 속에 영화 속 장면과 같은 기억들이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영화 속 감정들이 내가 느껴왔던 감정과 비슷해서 동질감이 들었던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무엇보다 큰 위로가 돼주었기에 지금껏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가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이 두 편의 영화를 언급하지 않을까. 자극적인 장면이 없더라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응어리를 녹여주고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그런 영화였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아픈 유독 힘든 날이 있다. 이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TV로 영화를 반복해서 재생해놓는다. 아파서 화면을 볼 기력이 없을 때에는 소리만 듣는다. 일상에서 주고받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사들이 무엇보다 좋아서 라디오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말들이 관계에 서툴렀던 과거의 기억과 맞닿아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그 평범함이 좋았던 걸지도.

 

나와 같이 우울하고 힘든 감정이 들 때가 있다면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았으면 좋겠다.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반복해서 볼 수 있어서 나는 영화를 택했지만, 그 무엇이라도 좋다. 나에게 있어서 영화가 라디오 같았듯 사람들이 나만의 라디오를 찾아서 다시 힘을 냈으면 좋겠다. 나처럼 유독 삶의 굴곡이 심한 사람일수록 굴곡을 평탄하게 만들어줄 제2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지칠 때면 "쉬어."가 아닌 포기하지 마. 해낼 수 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응원의 말이 아닌 "괜찮아."라는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이다. 그리하여 나만의 라디오를 통해 더 많이, 편안하게 쉬고 싶다. 사람들의 말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지만 영화는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으니까. 상처투성이더라도, 아프더라도 상관없이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를 받아주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나는 라디오 같은 영화가 좋다

 

▲ 영화 '파수꾼' 스틸컷  © 필라멘트 픽쳐스, CJCGV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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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미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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