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체기사

News & Report

Review

Magazine

Opinion

Critics

Culture

DB

콩 심은 데 콩 나듯, 정직한 농경사회를 꿈꾸는 이 영화의 재치와 풍자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단편영화 '농경사회'

가 -가 +


기사승인 2020-07-11 [01:57]

▲ '농경사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몰랐던 배우나 감독을 찾는 것이다. 영화제 첫날로 치자면 그런 감독으로는 김경윤 감독을 뽑을 수 있다. 이번으로 여섯 번째 단편영화를 선보인 이 감독은 참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래, 말 그대로 재미있다. 보는 내내 감독이 지닌 재치와 풍자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마력을 간직한 이 작품은 농경학교를 배경으로 현실의 정치를 비꼬는 힘을 보여준다.

 

서주하와 김철. 농업 특성화중학교에 다니는 이 두 학생은 전교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피 튀기는 선거운동을 펼친다. 두 사람은 등장부터 서로의 환경 차이를 보여준다. 김철은 트럭으로 아버지가 학교에 데려다 주는 반면, 주하는 승용차로 어머니가 등교를 돕는다. 비싼 차와 세련된 어머니의 외모에서 볼 수 있듯, 주하는 시골에 있을 아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시골로 온 건 순전 스펙을 위해서다. 작품에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학진학의 농어촌 제도는 비교적 낮은 점수로 높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다. 주하의 어머니는 딸의 완벽한 스펙을 위해 전교회장이 되기를 원한다. 주하는 돈도 많고 공부도 잘하며, 추진력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상대 김철에게는 주하에게 없는 게 있다.

 

▲ '농경사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바로 인기다.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는 김철은 학교의 인기인이다. 주하가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라면, 김철은 가볍고 친근한 이미지다. 때문에 인기에 있어 김철은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한다. 그런 김철을 이기기 위해 주하는 부정한 방법을 계획한다. 바로 투표용지를 조작하는 것이다. 이 계획을 눈치 챈 김철은 돈을 이용해 학생들을 매수하고자 한다.

 

두 사람의 선거전은 금권선거의 성격을 지닌다. 친구가 없는 주하는 선거운동을 위해 사람을 고용하고, 부정한 방법을 위해 거액을 쓴다. 실제로 우리나라 선거운동의 경우 故 노무현 대통령 이전에는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지지자가 없었다. 전부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김철은 이중적인 면모를 보인다. 주하와 김철의 말다툼 중 주하는 이런 말을 한다. ‘너랑 나 중에 부정선거인 게 밝혀지면 누가 더 타격을 입을까?’ 이 말에 김철은 당황한다. 주하가 능력 있고 돈 있는, 이른 바 엘리트 정치인을 나타낸다면, 김철은 능력은 부족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끄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인다.

 

▲ '농경사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런 정치인의 경우 그 인간적인 매력, 착하고 순수하다 여겼던 모습에 금이 가면 인기가 급속도로 추락한다. 때문에 김철은 자신의 인기가 떨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이에 대한 김철의 반격은 주하를 당황시킨다. 학생회장이 진짜 네 꿈이냐는 것이다. 주하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엘리트 정치인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를 하는 거처럼, 주하는 부모의 뜻에 따라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다. 어머니의 돈으로 밥 먹는 친구를 사는 주하는 선거운동을 도울 친구도 산다. 김철은 그런 주하의 모습에 염증을 표하며 차라리 어머니를 선거에 내보내라고 말한다. 이는 자신의 신념이나 목표도 없이 당 또는 부모에 따라 정치에 입문한 정치인의 모습을 비꼬는 걸 보여준다.

 

왜 작품의 배경은 농업 특성화학교인가. 이 공간적인 배경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트렉터를 몰고 투표용지를 배달하는 장면이나, 비닐하우스에 모여 은밀한 계획을 세우는 장면 등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미장센을 연출해내며 흥미를 더한다. 작품은 처음에 식물을 소개하는 그림을 보여준다. 토마토를 심은 곳에는 토마토 그림과 함께 ‘나는 케찹이나 주스가 되어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 '농경사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자연은 솔직하다. 팥 심은데 팥 나고 콩 심은데 콩이 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부정하고 추악한 어른들 사이에서는 똑같은 아이들이 자랄 뿐이다. 어른은 비겁한데 아이에게 정직하라 말하는 건 위선이다. 작품은 씨앗에 들이는 정성만큼 자라나는 식물처럼 아이들 역시 깨끗하고 정직한 세상이 되어야만 그렇게 자랄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농경사회’는 다시 농경으로 돌아가자는 뜻을 담는다. 팥 심은데 팥 나는 거처럼 정직 위에 정직이 자란다. 정치가 비겁하고 악해질수록 우리의 아이들 역시 보고 배우게 된다. 작품은 이런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부정선거가 이뤄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며 스릴감을 담아낸다. 마지막 반전은 작품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면서 주제의식을 더욱 강조하는 힘을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네이버블로그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씨네리와인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