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는 위대했는데…과연 사람은?

‘위대한’ 퍼포먼스와 추악한 ‘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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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기사입력 2019-04-29 [09:30]

 

▲ 위대한 쇼맨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화려한 무대와 현란한 안무로 꽉 찬 퍼포먼스 구성. 훌륭한 노래와 색색깔의 의상 및 효과까지. ‘뮤지컬 영화’로서 ‘위대한 쇼맨’의 가치는 대단했다. 영화의 메인 주제곡이었던 ‘This is me’는 전세계 뮤지컬 팬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영화의 초반부터 곧바로 시작되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노래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위대한 쇼맨’이 노래와 퍼포먼스가 중요한 ‘뮤지컬 영화’로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 영화를 극찬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 영화를 그저 ‘좋은 뮤지컬 영화’라고 평가한 채 넘어가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다. 이 영화는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 줄여서 P.T 바넘이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영화로 다루고 있다. 휴 잭맨이 연기한 P.T 바넘은 실제로 서커스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번 인물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P.T 바넘의 성공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현실의 P.T 바넘은 단순히 성공한 사업가나 쇼 비즈니스 사업가로 정의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특이한 사람들에게 세상으로 나설 기회를 주는 것처럼 묘사되었던 서커스는, 현실에서는 ‘프릭쇼 (Freak Show)’로 불렸다. 괴짜나 괴물, 혹은 기형아나 기형인 것이라는 뜻의 프릭을 내걸고 쇼를 진행한 것이다. 그는 장애인, 희귀병 환자, 여성, 인터섹스 등을 ‘구경할 가치가 있는 신기하고 이상한 생명체’로 여겨 그들을 전시하고 돈을 벌었다. ‘위대한 쇼맨’은 바넘의 긍정적인 면만을 조각조각 모아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마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은 사람들에게 다시 세상에 나서서 박수를 받을 기회를 주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제로 그는 그저 사람을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규정하고 소수자들을 하나의 인간이 아니라 상품으로 바라본 채 전시한 것이다.

 

 

▲ 위대한 쇼맨 스틸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이러한 비판들을 피해갈 수 없다. 위대한 쇼맨은 현실에서는 비판을 받아야 하는 P.T 바넘이라는 인물을 미화하고 왜곡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바넘의 이름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새로운 각색이나 바넘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 실제 바넘이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바넘이라는 인물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받게 될 것이고, 바넘이 사람을 도구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점차 지워지게 된다. 장애인, 여성, 인터섹스, 희귀병 환자 등이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라며 위대한 쇼맨을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되는 것일까?

 

 실존인물 혹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은 상당히 조심스러워진다. 실제 사건의 피해자 혹은 피해자들의 유족이나 후손들이 생존해있고, 실존인물의 가족들과 후손들이 생존해 있기 때문이다. 바넘의 프릭쇼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자식 혹은 손자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바넘의 쇼에 ‘프릭’으로서 섰던 소수자들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이들을 이용한 돈벌이를 화려한 퍼포먼스와 노래로 포장한 영화가 과연 좋은 영화일까?

 

 ‘위대한 쇼맨’의 퍼포먼스와 노래는 위대했지만, 그 이면에는 감춰진 추악한 진실이 있다. 영화가 실제 인물의 이름과 일화를 그대로 따오면서 이런 지점을 결코 몰랐을 리 없다. 영화 내에서 바넘의 이런 행위에 대한 어떤 비판도 없이 단지 춤과 노래로 이런 문제를 가리려고 했다면, 이 영화는 결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 뮤지컬은 ‘위대’했지만 ‘쇼맨’은 추악했다.

 

[씨네리와인드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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